푸틴 “젤렌스키 대통령 임기 이미 종료… 협상은 합법 권력하고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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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現최고 합법권력은 의회뿐… 권력 유지 위해 대선 건너뛴 것”
대선압승·전황우세 자신감으로 종전·휴전 협상 대비하는 모습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29 18:17:32

▲우즈베키스탄을 공식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그를 안내하는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26~27 예정이던 일정을 마친 후 하루 연장해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사저에서 밤새워 대화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합법성’을 다시 한 번 문제삼고 나섰다. 젤렌스키는 20일로 5년 임기 종료를 맞았으나 여전히 현직에 있다. 3월 치렀어야 할 대통령선거가 전시 계엄령을 이유로 ‘헌법에 근거해’ 생략된 것이다.

푸틴은 28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방문 마무리 기자회견 자리를 빌어 “엄밀히 말해 현재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합법적 권력은 의회(베르호우나 라다)와 의장밖에 없다. 국가 최고권력이 그쪽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그가 선거 압승과 ‘전황 우세’ 판단 아래 휴전 내지 종전 협상을 적극 구상 중이라는 증거의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적법한’ 우크라이나 지도자들과만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2021년부터 우크라이나에선 집권 여당 ‘국민의 종’의 루슬란 스테판추크가 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날 푸틴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당성을 깊이 있게 분석해야 한다”면서 따지고 들었다. “예비평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헌법에 의회의 권한 연장 규정은 있으나 대통령 임기 연장에 대해선 언급된 게 없다”며 “계엄령 중 선거를 치르지 않았다 해서 대통령 임기가 자동 연장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푸틴은 “대선을 시행하려면 계엄령을 해제했어야 하지만 (젤렌스키 정권이) 그러길 원치 않았다”며 정권연장을 위해 계엄령을 유지한 것이라는 분석을 암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헌법의 대통령 탄핵‧해임 관련 대목인 111조를 들어 “(대선이 실시되지 않을 경우) 권한은 의회 의장에게 넘어간다”고 짚었다.

이에 스테판추크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이 즉각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그는 “신임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전임자가 권한을 갖도록 돼 있다”며 우크라이나 헌법에선 계엄령 하 대통령·의회·지방 선거를 명시적으로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발발 직후 선포된 계엄령이 연장을 거듭해 이달 초 8월11일까지 90일 더 추가된 상태다.

한편 푸틴은 최근 서방 지도자들의 ‘러시아 영토 타격 허용’ ‘우크라이나 파병 방안 고려’에 대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유럽의 작고 인구 고밀도인 국가들”을 콕찍어 경고성 발언을 했다. 자국 영토의 광활함과 지구전에 강한 국민적 저력을 시사하며, 러시아가 실제 반격을 개시할 경우 서유럽이 훨씬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정밀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야 한다’ 주장에 푸틴은 “(장거리정밀무기란) 우주정찰 능력 없이 사용 못한다. 그 점을 알아야 한다”고 응수했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말하며 “우크라이나에 외국 용병으로 가장해 장거리정밀무기를 관리하는 전문가들이 있다”고 흘린 바 있다.

푸틴은 “새로울 것 없다. 우크라이나에 서방 용병이 있다는 것 잘 안다. (도청으로) 영어‧프랑스어‧폴란드어를 듣는다”고 받아쳤다. 또 “우크라이나 파병 계획 중인 서방이 갈등을 확대해 세계적인 충돌에 가까워지게 할 것”이라면서 “파병군들은 러시아의 합법적 표적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그는 우크라이나가 장거리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경우 ‘완충지대’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있는 제2의 도시 하르키우 공세 강화에 대해 “우리가 완충지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6개월 전 우크라이나에 경고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러시아권 크림반도과 돈바스지역’의 국제적 공인을 겨냥한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