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간 미뤄 온 고준위 방폐물 부지… 전국 원전은 '포화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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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 부지 정하지 못해 전국 원전 내 스펜트 풀에 보관
고준위 방폐물 보관할 수 있는 여력 대부분 포화상태
“부지 적합성 조사와 주민투표 거쳐 처분 부지 확정해야”

김준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1 11:34:51

▲ 탈핵시민행동이 지난해 11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핵폐기물 모형 인근에 눕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한 지 46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원전에서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부지조차 확보를 못 하고 있다. 현재까진 전국 원전에서 각자 고준위 방폐물을 보관해 오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포화상태라 처분 부지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내 원자력발전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수는 총 28기이며 이들 중 고리1호기 등 운영 중지된 3기를 제외하면 총 25기가 가동 중에 있다.

이곳에서 원전을 가동하고 남은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각 원전 내에 마련돼 있는 ‘스펜트 풀(spent pool)’이란 보관 장소에 저장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은 방사성 물질이 일정 농도 이상 함유돼 있거나 오염돼 폐기 대상이 되는 물건을 의미한다. 병원이나 연구기관 등에서 원자력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중·저준위 폐기물이라 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등 높은 열과 방사능을 보유하고 있는 폐기물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분류한다.

문제는 각 원전마다 고준위 방폐물을 보관할 수 있는 여력이 대부분 포화상태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 울진에 있는 한울원자력발전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워낙 열도 높고 방사능 수치도 강해 보통 스펜트 풀에서 4~5년간 식힌 후에 따로 보관해야 하는데 아직도 처분 부지가 정해지지 않아 원전 내에 계속 쌓아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수십 년간 원전 내에 보관하다 보니 전국 대부분의 원전 스펜트 풀이 포화상태라 처분 부지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 원전에서 보관 중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약 1만9000t 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제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대구 수성구을)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절차와 일정 방식을 제시한 만큼 이제는 기본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앞서 올해 1월19일 한국원자력학회도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조만간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포화가 예상되면서 원전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을 건설하고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고준위 방폐장 설치는 정파적 문제가 아니라 당장 민생의 문제이고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사라며 아무런 조건 없이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준위 방폐장 설치를 위해선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게 난제로 남아 있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유해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을 극복해야 하고 주민들이 우려하는 안전성까지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관련 법을 대표 발의한 이인선 의원은 “안정성이 검증된 기술을 토대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조속히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에 책무를 부여해야 한다”며 “부지 적합성 조사나 주민투표 등을 거쳐 처분 부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유치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특별지원금 등 정부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구 기자 jk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