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병원 휴진 신고율 4% 진료 유지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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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전공의도 갈등 불거져
의료계 이해관계 갈려 진통

최영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6 12:19:56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투쟁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8일 전면 집단휴진을 선언한 가운데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협 중심의 의료계 단일 창구 구성 소식을 비판하며 “중심?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의협이 전공의 문제에 신경 끄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고 응수했다.

의사단체들은 의협을 중심으로 단일 대오를 꾸리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의료계 내 다양한 이해관계로 결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협은 최근 대한의학회·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과 연석회의를 열어 단일 창구 구성을 발표했으나 넉 달째 이어지는 의료 공백 속에서도 의사단체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다.

개원의들은 자영업자에 가까운 처지에 놓여 있고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로부터 ‘중간착취자’라는 비판을 받으며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과대학 교수부터 개원의까지 의료계 전반에 총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17일부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고 하루 뒤인 18일에는 의협이 전면 휴진과 함께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비대위는 서울대병원 교수들 상당수가 휴진에 동참할 것으로 보면서도 중증·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집계한 휴진 신고율이 4%에 불과해 실질적인 참여율이 낮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협의 집단휴진에 불참하겠다는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분만병의원협회·대한아동병원협회·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는 의협의 집단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또한 대한응급의학회와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의협을 지지하면서도 필요한 진료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들의 규모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았지만 비대위에 진료 예약 변경을 요청한 교수가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200여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비대위는 서울대병원 교수 1475명을 대상으로 ‘전체 휴진에 참여하겠느냐’를 설문한 결과 응답자 801명 중 549명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응답자 중 68.5%에 해당하지만 전체 교수 중에서는 37.2%에 불과하다.

정부는 의협의 집단휴진과 관련해 개원의 등을 상대로 집계한 휴진 신고율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파업의 실질적인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8일 당일 휴진을 신고한 의료기관은 총 1463곳으로, 전체 3만6371곳의 4.02%에 불과하다. 집단휴진이 대규모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협의 주장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각 병원들은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사유로 휴진을 신청하는 것을 결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은 김영태 병원장이 나서서 집단휴진을 불허한 뒤 내부에서 진료 예약 변경 등의 업무 협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휴진에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휴진을 신청하거나 진료를 조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라며 “당일이 돼봐야 알겠지만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의 불참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의료 공백 사태가 지속될 경우 환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응급 의료 서비스와 중증 환자 치료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환자들에게는 의료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 간의 협력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간의 소통 부재가 현재의 갈등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협의체 구성을 통해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긴급 사태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영호 기자 cyh2@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