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美 대선 쟁점화… 공화·민주 입장差 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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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2034년까지 신차 판매 30~56%를 전기차로”
트럼프 “再選 임기 첫날 관련 보조금 정책 폐지하겠다”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8 17:24:59

▲전기차 상용화로 더욱 피해가 커질 이른바 '러스트 벨트'의 일부 미시간에서 유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바이든정부의 전기차 확대 정책으로 중국과 (중국이 공장을 건설한) 멕시코만 혜택을 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연합뉴스

▲ 전기차 시승 중인 조 바이든 대통령. 전기차 보조금을 실시 중인 민주당 바이든정부는 세제 혜택도 고려 중이다. 일련의 정책 효과로 2034년까지 신차 판매의 30~56%를 전기차가 차지할 전망이다.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14년 5월 상하이자동차를 방문해 '자동차 강국 중국'을 내다보며 친환경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은 큰 성과를 냈고 향후 10년 전망도 밝다.

미국에서 ‘전기차’가 대통령선거 주요 이슈의 하나로 떠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공화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확대 정책을 거듭 비판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기차 악마화’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해 보도했다. WP 표현에 따르면 전기차는 “두 진영 간 전쟁의 총알받이”가 됐다.

트럼프는 4월 ‘러스트 벨트’(5대호 연안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유세에서 “막대한 전기차 보조금을 내 임기 첫날 끝장낼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주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의) ‘끔찍한’ 전기차 정책을 없애겠다”고 말했다는 조시 홀리 상원의원(공화·미주리)의 전언이 WP에 실렸다. 앞서 하원 공화당 의원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도 같은 발언이 나온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경합주의 민주당 현역 의원들 일부가 바이든의 전기차 정책과 최대한 거리두기를 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이날 WP는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민주·오하이오)이 5월 나온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 최종 규정에서 중국산 배터리 부품 사용을 일부 허용하자 이를 뒤집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했다. 자동차산업계 목소리가 큰 오하이오 지역구의 그는 공화당 세 강한 몬태나주의 존 테스터 상원의원(민주)과 함께 배출가스 규제 강화를 뒤집는 쪽에 찬성표를 던졌다.

한편 중국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를 ‘14억 중국인의 자존심’으로 여기는 가운데, 미국 내 전기차 쟁점화는 미·중 대리전 측면도 발견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10년 전인 2014년 5월 상하이자동차(SAIC)를 방문해 전기차 산업과 관련해 중요한 연설을 했다. 당시 그는 자동차 강국 중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신에너지 차(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분야의 선도적인 출발과 우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후 “10년 만에 시 주석의 중국 전기차 꿈이 실현됐다”는 블룸버그통신의 지난달 27기사가 눈길을 끈다. 이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은 2014년 약 7만5000대의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약 53만3000대 자동차를 수출한 이래 최대 전기차 제조‧판매국이기도 하다(작년 인도량 950만 대). 대부분의 배터리 공급망까지 장악하고 있다. 전기차 비야디(BYD)는 폭스바겐을 따돌리고 자국 내 최고 인기 브랜드가 됐으며 작년 4분기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로 떠올랐다. 자동차 전체 수출에선 일본을 앞섰다.

지난달 24일 ‘시 주석 방문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상하이자동차(SAIC) 관계자들이 “시 주석의 지시를 잘 기억하며 스마트운전과 커넥티드카 등 기술을 꾸준히 혁신해 왔다”고 밝혔다. SAIC 투자를 받은 배터리 스타트업 칭타오 뉴에너지테크놀로지 경영진도 “안주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지난 10년간 SAIC 연구개발비가 약 1500억 위안(28조2000억 원)이다. 국내외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기차의 향후 10년 전망이 밝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작년 여름 이래 중국 매체엔 “전기차, 14억 중국인의 자존심” 헤드라인이 자주 등장한다. ‘중국 제조업이 환경오염의 원흉’이라는 세계인의 시선에 부담과 반감도 크다. 이 모든 통념을 불식시킬 게 친환경 전기차인 것이다. 멕시코 공장을 통해 미국시장에 우회 진입하려는 중국의 열망과 행보는 트럼프가 재집권해도 쉽게 멈추기 어렵다.

또한 전기차 전환을 기후 및 산업 정책 과제로 삼은 바이든정부의 노력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030년까지 모든 ‘신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32만7500원)의 세금공제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들 정책이 전기차 제조기지가 있는 중국과 멕시코의 이익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바이든은 내연기관차의 배출가스 기준 강화 방식으로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려 하지만 이를 공화당과 화석연료 업계에선 ‘(사실상) 내연기관차 금지’로 몰아붙인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새 기준이 효과를 내면 전기차가 2030년까지 신규 승용차 판매의 30∼5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문제가 정치화하면서 일찍부터 유권자들 입장 역시 진영에 따라 뚜렷이 갈린다. 3월 공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전기차 구매를 ‘진지하게 고려’하거나 ‘고려할 수 있다’는 응답 비율이 이미 민주당 61% 공화당 2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앞으로도) 전기차 구매 의사 없음’ 비율은 공화당·민주당 각각 69% 2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