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야 필리버스터’ 특검 저지 나선 與… 친한계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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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특검법 상정 직후 필리버스터 착수
의장 압박하며 대통령 거부권 건의 검토
변수는 친한계… 8·9표 반란표 시 野 압승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4 13:00:57

사실상 윤석열정부 명운을 좌우하게 될 채상병특검법을 둘러싸고 여야는 이틀 간 철야까지 불사하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야권이 특검법을 벼락처리하기로 마음 굳히자 여당은 국회의장 압박 및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등으로 대응키로 했다. 그러나 한동훈 당대표 후보 등에 의한 특검 필요 주장으로 분열에 휩싸인 여당은 고심에 빠진 분위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회의장은 중립적 회의 진행으로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진행할 의무가 있다”며 “특정 법안 표결을 앞두고 찬성 입장을 내놓고 특정 정당과 같은 입장을 제시하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3일 특검법은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직후인 오후 3시40분께 유상범 의원을 시작으로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했다. 4시간18분 동안 연단을 지킨 유 의원은 특검법 내 독소조항을 열거하면서 “민주당이 셀프 (특검) 추천권을 행사하려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특검법은 특검 후보자 추천에서 여당을 배제했다. 민주당도 지지 않고 맞섰다. 민주당 첫 필리버스터 주자인 박주민 의원은 “유 의원이 말한 것 중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유 의원이 연단에 서자마자 오후 3시45분께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를 제출했다. 국회법 106조는 종결 동의 건의의 경우 필리버스터 시작 후 24시간이 지나면 토론 종료 여부를 표결에 부치도록 하고 있다.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180명)이 찬성하면 필리버스터는 종결된다. 범야권 국회 의석수는 192석이다.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본회의에서 특검법 표결이 진행된다.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면 무난히 통과된다.

때문에 국민의힘은 우 의장 설득은 물론 대통령 거부권 건의 카드를 내밀며 대응에 나섰다. 한편으로는 거부권 행사 후 국회로 되돌아온 특검법 무기명 재투표 과정에서의 당내 ‘반란표’ 단속에도 착수했다. 재표결 의결정족수는 재적의원 3분의 2(200석)다. 국민의힘은 108석인 반면 192석의 범야권은 단 8표(우 의장 표결 불참 시 9표)의 이탈표만 얻어도 특검을 실시할 수 있다.

국민의힘 현역의원 중에선 안철수·김재섭 의원 등이 특검법 찬성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당 지도부는 특히 친한계(친한동훈계) 수장으로서 여당의 특검법 발의를 촉구한 한 후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현역의원만 해도 △3선 송석준 △재선 장동혁·배현진·김예지·김형동·박정하 △초선 고동진·김상욱·박정훈·우재준·정석국·김소희·김위상·유용원·진종오·한지아 등 9명을 훌쩍 넘는다. 한 후보는 4일에도 언론에 “채상병사건은 보훈·안보 이슈다. 진실을 밝히는데 보수가 소극적이지 않다는 걸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다만 친한계에서 계파수장 의사를 거스르는 상당수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지켜본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곧 폐당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한 후보가 명목상 ‘제3자의 특검 추천’을 제안한 점도 변수다. 익명을 요구한 친한계 의원은 “민주당 특검법 원안 찬성은 곧 제 무덤 파기라는 걸 상당수가 알고 있다. (여야 중 누가 발의하느냐를 떠나) 특검 자체에 반감을 가진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