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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조기총선, 노동당 14년 만의 집권 확실… 보수당 대패
스타머 차기총리, 언변·카리스마 없는 우직한 문제해결파
2019년 대표 취임 후 좌파색·反애국주의 이미지 탈피 노력 성공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4 17:20:55
▲ 4일(현지시간) 조기총선 직전 유세장에서의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한가운데). 예상대로 노동당이 압승하면 차기 총리가 된다. 진지하고 실용적이지만 화려한 언변이나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정치인이다. 연합
 
▲ 2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유세 중인 리시 수낸 총리. 집권 보수당 지지율 급락을 만회하고자 승부수로 띄운 조기총선이었으나 역사적 대패로 끝났다. 1년반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연합
 
4일(현지시간) 영국 조기총선이 집권 보수당의 기록적인 대패로 끝날 전망이다. 한국시간 4일 오후 3시부터 15시간 동안 650개 선거구에서 치뤄질 이번 선거 결과, 이제 집권당은 14년 만에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바뀐다. 따라서 차기 총리가 될 노동당 수장 키어 스타머(61)에 이목이 쏠린다. 2019년 당대표 취임 이래 노동당의 강성 좌파색을 빼려는 노력이 성공적이긴 했으나 유명 정치인은 아니었다. 
 
일반 국민들에게 존재감이 적지만 ‘우직한 리더십’이라는 게 스타머 대표에 대한 공통된 평가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영국 노동당의 역사적인 승리가 목전인데 유권자들이 키어 스타머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고 전했으며 뉴욕타임스(NYT) 역시 2일 스타머 대표에 대해 “진지하고 야무지며 실용적이지만 카리스마가 넘치진 않는다”고 짚었다.
 
런던 퀸메리대 정치학자 팀 베일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인들이 겪어 온 혼란이나 최근 2년간 총리가 3번 바뀐 것을 거론하며 덤덤한 타입의 정치인을 대중이 그리 나쁘게만 여길 것 같지 않다”고 논평했다.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나 ‘제3의 길’ 토니 블레어 식 카리스마 대신, 스타머의 법조인다운 성실함과 실용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스타머는 1962년 서리주(州) 옥스테드에서 도구제작자와 간호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노동당원이던 부모가 그에게 노동당 설립 주도자 ‘제임스 키어 하디’(1856~1915)를 오마주해 이름이 ‘키어 스타머’가 됐다. 가족 중 첫 대학 진학자로서 리즈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카리브해지역·아프리카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법정 투쟁을 했고 북아일랜드 치안위원회 인권자문도 역임했다.
 
2008년 기소국장 및 왕실 검찰청장이 되어 인종차별 범죄 희생자인 흑인청년 사건을 해결한 공로 등으로 2014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노동당 후보로 런던 홀본과 세인트 판크라스 선거구에서 출마했으며 2015년 5월 1만7000표라는 큰 표 차로 당선된다. 2019년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제레미 코빈 대표가 사임하자 대표직에 올랐다.
 
NYT는 스타머가 스타성이 없음에도 정치적 위업을 이룩했다면서 “의회 입성한 지 10년 미만, 1930년대 이래 최악의 선거 패배를 당한 지 5년도 안 됐지만 비범한 효율성으로 노동당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스티븐 필딩 영국 노팅엄대 교수처럼 “노동당에 반대할 이유를 안 준 것은 목표 달성”이었지만 “노동당에 투표해야 할 이유를 충분히 제공하진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쇼우맨십 없이 법리로만 배심원들을 설득하면서 쌓아 온 ‘법조인 스타머’의 평판은 그를 정계에 이끌었으며, 그가 노동당을 장악한 후엔 좌파색을 빼고 실용·민생 정당으로 거듭나고자 애썼다. 전임자 코빈 대표 시절의 에너지산업 국유화 주장을 철회했으며 세금인상 억제를 약속했다. 영국 군대를 지원하겠다고 한 것 또한 기존 노동당의 반국가적 이미지 탈피에 도움이 됐다.
 
보수당 측에서 그의 기사 작위를 비꼬기도 하지만 지지자들은 스타머가 평범한 노동자 집안 출신임을 적극 강조한다. 골드만삭스 은행원이었던 리시 수낵 현직 총리나 인도 억만장자의 딸인 그 부인과 대조적인 보통사람이라는 것이다. 국가보건서비스(NHS) 직원인 스타머의 아내는 선거운동에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스타머가 매력적인 정치적 수사나 화려한 연설 능력을 과시한 바 없으나 2년간 3명의 총리를 거친 영국인들에게 그게 약점이 될 것 같진 않다. 전 노동당 고문이자 스타머 평전을 출간한 톰 볼드윈은 그를 “정치판에서 (연극적) 퍼포먼스를 구사하지 않는 인물” “모든 정치인들이 말솜씨를 갈구할 때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진지하게 얘기하려 한 인물”이라며 “지루할 수 있지만 조만간 그가 집을 하나 지어 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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