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쪽 국회’ 오점 남긴 야당 ‘단독 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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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특검’ 與 반발 속 제22대 국회 개원식
‘사법리스크 방탄’ 특검이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
국회 준법 실천… 尹대통령은 경청·설득의 협치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5 00:02:02

22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다. 정치 현안이 중대하다 할지라도 국민으로선 경제와 국가안보가 더 소중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서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고금리에 밤잠을 설쳐야 할 지경이다.

국난에 필적하는 상황임에도 22대 국회는 개원 한 달 만에 가까스로 원(院) 구성을 완료했지만 거대 야당의 ‘탄핵’ 드라이브와 쟁점 법안의 본회의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대치가 극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각종 특검법 발의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다. 여야가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맞불’ 성격의 특검을 남발하면서다. 국회 임기별로 발의된 특검법을 살펴보면 14대 1건·15대 2건·16대 14건·17대 18건·18대 12건·19대 8건·20대 31건·21대 27건이다.

그런데 22대 국회는 채상병특검 등 ‘기록적’ 특검 카드를 꺼내고 있다. 21대 국회가 ‘싸우기만 하는 여야’ 때문에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22대 국회 역시 더하면 더했지 그보다 나을 게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사는 이유다.

실제로 22대 국회는 6월5일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단독 개원’으로 시작해 ‘반쪽 국회’라는 오점을 남겼다. 민주당은 여당의 불참 속에 단독으로 국회를 개원하고 우원식 민주당 의원을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이러니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다수당의 ‘입법독재’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다중범죄 혐의자이기에 ‘특검=이재명 사법리스크 방탄’으로 비쳐지고 있다. 특검이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채상병특검법에 필리버스터로 맞서는 등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22대 국회 개원식마저 5일 ‘비정상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여하튼 개원식을 계기로 국회 운영이 정상으로 돌아가길 기대한다. 여야가 국민만 위해서 머리를 맞대고 협치를 본보이길 바란다.

22대 국회의 책무가 크다. 무엇보다 법을 지키는 국회상을 보여야 한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인데, 그동안 우리 국회는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적지 않게 보여 스스로 권위를 훼손했다.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이 법정시한보다 한참 늦어진 게 그 대표적 사례다. 공직선거법에는 총선 1년 전에 선거구 획정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22대 국회의 경우 총선일 41일 전에야 확정되지 않았는가.

국회의원의 특권을 스스로 줄이는 일에도 앞장서야 한다. 국회의원의 특권이 200여 가지나 된다며 비난하는 여론이 높다.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과 같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어느 집단이든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국회가 본보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공부하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 국회의원이 다루는 사안은 범위가 커서 어느 분야에 종사하던 사람이라도 자신의 전문지식만으로 모든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법안은 국민 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사소한 자구(字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회에는 보좌관이나 당 전문위원·국회입법조사처 같은 조직이 있지만 궁극적인 판단은 의원이 해야 하므로 의원들의 해당 사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요청된다. 대통령중심제 헌정체제에서 정치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윤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능동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야당 지도자·국회의원·시민지도자들을 두루 만나서 경청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신뢰가 쌓이면 여야 간 협치도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다. 여하튼 22대 국회에 주어진 역사적 소임이 크고 무겁다. 여야는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깊이 인식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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