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를 이루는 근간이다. 이들은 최전선 골목상권을 지키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의 획일화된 박리다매식 사업 진출을 비롯해 상권 탈취·규제·세상의 편견 등 각종 위협으로 쉼 없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그들의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에서 경청할 수 있는 특별기획 시리즈 ‘내가 대한민국 소상공인이다’를 마련했다.
요즘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여행을 가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만족스러운 여행을 위해서는 먹을 것도 중요하지만 숙박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요즘은 여행 트렌드가 바뀌어 나홀로 여행이나 한 달간 살기 같은 새로운 방식의 여행도 유행하고 이를 대상으로 한 각 지자체의 지원 사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숙박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 숙박시설은 현재 5개 부처에서 25개의 숙박업 명칭으로 관리되고 있다. 숙박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50만 명이 넘는데 대부분이 소상공인이다. 대다수의 소상공인이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이때 숙박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의 현황은 어떤지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숙박업중앙회의 정경재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대출이 불가피한 숙박업계 자영업자들… 이들을 대상으로 돈놀이하는 은행
정 회장은 충남 천안에서 30년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8년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에 취임했다. 현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직을 겸하고 있다.
“대한숙박업중앙회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한국인과 일본인이 별도로 여관조합을 설립·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1953년 한국숙박업조합중앙회로 설립·운영됐고 1966년 정식 허가를 받아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죠. 현재 전국의 숙박업자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려운 요즘, 숙박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 역시 높은 금리에 허리가 휘청이는 상황이다.
“숙박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안 할 수가 없어요. 20억 원 넘게 대출받은 경우도 많은 실정이에요.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정부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3000만 원∼5000만 원씩 버팀목 대출을 해 준 적이 있습니다. 이때는 금리가 2~3%대였는데 시간이 지나 현재 7%까지 급등한 상황이에요. 코로나19 이전의 경기 상황으로 회복이 되지도 않은 터에 고금리까지 겹쳐 설상가상인 상황입니다.”
정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기가 막히는 일을 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저도 10억 원을 대출받은 적이 있어요. 은행에 가니 버팀목 대출 상품에 해당하는 추가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대출 연장은 어렵고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2020년 당시 은행의 금리에 해당하지 않는 금리로 대출을 받았고 추가 대출까지 받았기 때문에 신용 등급이 떨어졌다는 설명을 들었어요. 그래서 기존에 대출받은 10억 원에 대한 대출 이자를 1% 올린다고 덧붙였어요.”
“이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도하는 간담회가 있었는데 은행 고위 관계자들도 참석한 자리였어요. 그 자리에서 저의 10억 원 대출 사례를 이야기하니 이 감독원장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돈장사를 하는 거냐고 은행 관계자들을 질타했죠. 그 자리에서 버팀목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여러 자영업자들이 수혜를 봤는데 그때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정 회장은 이런 사례 외에도 언제나 자영업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 왔다.
“현재 관광산업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위축된 상태예요. 관광산업이 활성화돼야 숙박업계도 수혜를 받거든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대통령이 주관하는 간담회를 열었는데 그때 저도 초청을 받았어요. 그 간담회에서 저는 숙박업자들의 고충을 토로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인 노후된 가전제품 교체를 정부에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이용객이 줄어드는 바람에 가전제품 교체 같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은 부담이 되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죠. 또한 전기요금도 계속해서 급등하고 있는데 노후된 가전제품은 전력 소비량이 많아 이 또한 짐이 되기 때문에 제품 교체를 꼭 해야 하는 실정이었어요.”
“이에 윤 대통령께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예산 확보를 요청했고 며칠 후 추 장관이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소상공인 전국대회’에 참석해 8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올해부터 숙박업계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PC방 등의 경우에도 에어컨 등 가전제품 교체를 정부에서 일정 부분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
활개 치는 플랫폼 기업들… 높은 광고료·수수료 가져가
현재 스마트폰 활성화로 각 업계마다 이를 활용한 플랫폼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배달업계에는 배달의 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이 있고 유통업계엔 쿠팡·G마켓·SSG닷컴 등이 있다. 숙박업계엔 야놀자·여기어때·에어비앤비 등이 있는데 문제는 수수료 등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업계도 그렇겠지만 숙박업계도 플랫폼의 횡포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플랫폼 기업들은 처음에는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시장을 장악한 후에는 수수료와 광고료를 일방적으로 올립니다. 하지만 숙박업자를 대표하는 단체인 저희와 우선적으로 협의해야 하는 게 원칙이거든요. 현재 수수료와 광고료 명목으로 매출액의 최대 30%까지를 플랫폼 기업들이 가져가고 있는데 정부에서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 회장은 플랫폼 기업의 불법 영업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 영업을 하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를 꼽았다.
“에어비앤비가 한국에서는 ‘공중위생관리법’ 등 여러 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돼 있어요.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미국 법인이기 때문에 세금도 내지 않을 뿐더러 그에 대한 대책도 미미한 상황이에요.”
“에어비앤비 때문에 안 그래도 어려운 국내 관광호텔들이 문을 닫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며 약 30%가 폐업했죠. 여기에 오피스텔 등에 거주하는 세입자들도 피해를 입고 있는데 월세보다 에어비앤비로 얻는 수익이 더 많다는 소문을 들은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내쫓는 거죠. 상대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어요.”
앞으로의 포부는…
정 회장은 앞으로도 숙박업계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며 이들을 위한 행동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요즘 시골에 방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민박집으로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어요. 그런 민박집들은 공기 좋고 조용한 곳을 찾은 투숙객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로서 그곳에서 밥도 같이 해 먹고 친목도 쌓을 수 있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대한숙박업중앙회는 그런 분들을 위해 경제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불합리한 제도도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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