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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의회’ ‘시민의 눈과 귀 역할’ ‘대화와 타협’.
정해권(61) 인천시의회 의장이 꼽은 3대 핵심 과제다. 정해권 의장이 22일 스카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지방자치 의회의 핵심은 300만 시민이 행복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시민의 눈과 귀가 돼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일하는 의회다.
늦깎이 정치인 정해권은 지방자치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초선 의원(연수1)치곤 경력도 예사롭지 않다. 제9대 인천광역시의회에서 전반기 산업경제위원장을 맡은 데 이어 후반기 의장까지 된 것이다. 정해권 의장은 7월1일 의장 선거에서 총 투표수 38표 가운데 36표를 얻었다. 인천시의회 제1당인 국민의힘이 의장 후보를 선출하면서 내홍을 겪었지만 정해곤 의장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시의회 수장으로 거듭났다.
국민의힘 출신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들은 후반기에 직책을 맡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다수파가 약속을 깨자 소수파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초선 시의원 정해권은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비주류를 대표해서 의장 후보로 나섰다. 투표 결과는 13 대 12. 딱 한 표 차이로 이겼다. 새누리당 부대변인과 한나라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두루 거친 경험과 내공이 위기에서 빛났다.
화합이란 숙제를 안은 정해권 의장은 협치를 강조했다. 의장 선거에서 균열이 생긴 만큼 국민의힘을 추스르면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행복한 인천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일하는 의회를 유독 강조한 정 의장은 “시의회 본연의 임무인 시민의 눈과 귀 노릇을 하면서 일하는 의회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해권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인천시의회 수장이 되신 소감은
“의장이 되어서 무한한 영광입니다만 한편으론 의장이란 자리가 갖는 무게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말과 행동이 조심스럽습니다. 일단 말을 하기보다 말을 듣는 의장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일을 모두 잊고 오롯이 지방의회 본연의 의무인 ‘시민의 대의기관’ 역할과 책무를 다하기 위해 합심(合心)해야 합니다. 앞으로 300만 인천시민의 눈과 귀가 돼 ‘시민이 행복한 인천’을 만드는 데 우리 40명 시의원이 함께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 드립니다. 의장인 제가 제일 먼저 달려가겠습니다.”
정 의장은 산업경제위원장 시절 동료 의원들과 공무원을 식구라고 불렀다. 처음 본 공무원이 상임위에 출석하면 “반갑습니다”라는 인사로 환영했고 공직을 떠나는 이를 아쉬워하며 미래를 축복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식구잖아요”라고 대답했다. 군림하는 의장이 아닌 의장이 아닌 챙기는 의장이 되어 한 가족 같은 의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무원은 “정해권 의장은 공무원 생일까지 직접 챙겨 줄 정도로 다정다감하시다”면서 “굳이 점수로 따지자면 정해권 의장은 A+급 인성을 가진 분이다”고 평가했다.
▲ 의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은
“인천시의회를 일하는 의회로 만들고 싶습니다. 의회가 할 일은 무척 많습니다.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과 제21대 국회에서 보류됐던 인천고등법원·해사법원 설치, 서울 5호선 검단 연장, 경인고속도로·경인전철 지하화 등 현안이 넘칩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D노선 Y자 연장·E노선 신설 확정·B노선 착고 등 난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데 적극 앞장서고 지원하겠습니다. 의장으로서 의회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정책지원관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의회가 시민의 눈과 귀가 되려면 정책지원관 제도가 중요하다는 게 정 의장의 지론이다. 정책지원관은 지방자치법 제41조에 따라 의원의 정책 활동을 지원하는 공무원이다. 국회의원은 보좌관을 둘 수 있으나 지방의원은 정책지원 공무원의 조력을 받는 셈이다. 정 의장은 “현재 정책지원관 한 명이 의원 두 명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면서 “의원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싶어도 자료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국회에 정책지원관 제도 강화를 요청하고 있다.
일하는 의회를 만드는 게 가능할지 물었다. 의정 활동에 열심인 의원이 많지 않다는 뜻을 포함한 질문이었다. 정 의장은 “인천시의회가 운영하는 의원 연구단체는 일하는 의회를 만들기 위한 도구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의원끼리 정책을 연구하면 시의회와 인천시 정책에 반영되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인천시의회는 인천의 여론을 선도하는 담론의 장이 되도록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계획엔 의제 설정부터 대안 개발·평가까지 포함돼 있다.
▲ 시민의 눈과 귀가 되겠다고 하는 이유는
“인천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척 많습니다. 전세사기 사건이 있고, 학교폭력 문제도 심각합니다.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인 제게 시민들께서 휴대전화 문자를 많이 보냅니다. 전세사기와 학교폭력을 걱정하는 분도 계시고 갑질에 시달려 억울하다는 분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을 위한 눈과 귀가 되고 싶습니다. 원도심과 신도시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 관련 정책 개발에도 앞장서겠습니다. 도시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정 의장은 견제와 감시를 언급했다. 인천 발전을 위해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협조해야 하지만 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서 광역자치단체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정 의장은 “굳이 예를 들자면 송도는 인천에서 가장 부유한 곳인데 이곳에 예산이 집중되는 현상이 눈에 띕니다”고 지적했다. 300만 시민의 삶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한정된 예산을 잘 써야 하는데 예산이 특정지역에 치우쳐 소외되는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인천시 예산이 15조 원 이상인데 예산을 심의할 때 꼭 사업의 경중을 세심히 살피겠습니다”고 다짐했다. 결산 과정도 꼼꼼히 살펴서 허투루 쓰는 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 의정의 1순위는
“진정한 ‘협치’가 무엇인지 보여 주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좌우로, 지역으로 그리고 여러 이유로 나뉘었습니다. 여러 계층과 집단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적어도 우리 인천시의회에서는 정당·나이·지역을 넘어 대화와 타협·상호 배려를 통해 소통과 화합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며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아울러 의장단과 시의원의 상시 소통 채널을 운영하고 의원 공약 점검 기구도 설치할 계획입니다.”
정 의장은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아 소외계층을 보듬을 수 있는 정책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천 시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책무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인천시가 추진하는 시정 핵심과제인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과 서울 5호선 검단 연장·경인고속도로와 경인전철 지하화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원도심과 신도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 개발에도 힘쓰겠다는 취지다. 정 의장은 “300만 인천시민이 행복하려면 도시 균형 발전이 꼭 필요합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화를 의정활동의 핵심으로 꼽았다. 정 의장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지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이 만족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면서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단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겠다. 지역구 현안이든 의정활동 애로사항이든 말씀 주시면 같이 고민하고 함께 해결 방법을 찾겠습니다”고 말했다.
인천시의회는 각종 간담회·토론회를 통해 의원들끼리 주기적으로 소통하고 언제나 열린 의장실을 통해서 시민과 함께 대화로 문제를 파악해 나가는 담론의 장을 만들 계획이다. 정 의장은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적극 수렴해 최적의 대안을 도출해 나가겠습니다”면서 “유정복 시장 이하 공직자들과도 자주 소통하면서 이해와 신뢰라는 다리를 놓겠습니다”고 다짐했다.
▲ 정치인이 된 계기는
“정치를 시작하게 된 원동력은 한국청년회의소(JC) 활동과 해병대 경험입니다. 청년 시절인 1987년 처음 JC에 가입해 1995년 인천지구 회장과 한국 JC 상임부회장을 지냈습니다. JC 활동을 하면서 저에게 부족했던 자기역량을 계발하게 되었고, 다양한 국제회의를 경험하면서 의전 문화를 배우게 되어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 시민에게 한마디를 하신다면
“2년 전 당선될 때 가졌던 초심을 되새겨 보겠습니다. 제가 선출직 의원에 뜻을 둔 것은 ‘잘사는 도시, 떠나고 싶지 않은 도시’ 인천을 만들고 싶어서였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인천의 발전을 위해 인천시의회 의원들과 같은 꿈을 꾸겠습니다. 40명 의원들의 열정과 지혜를 함께 모아 가겠습니다. 의회의 존재 이유는 결국 시민의 목소리에 답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천시의회도 인천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제 고향 인천을 글로벌 도시로 만드는 데 앞장서고 시민을 위한 힘 있는 시의회, 시민의 의견과 생각을 담아내는 시의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프로필
인천대 경영학과
인하대 행정학과 박사과정
(전) 한국청년회의소(JC) 상임부회장
(전) 한나라당 중앙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전) 새누리당 중앙당 부대변인
(전) 국민의힘 인천광역시당 전략기획위원장
(전) 제9대 인천광역시의회 전반기 산업경제위원장
(현) 제9대 인천광역시의회 후반기 의장
“해병 출신 아버님 늘 존경”… 정해권 의장 3대가 해병대 자원입대
“나라를 지키겠다던 아버님의 뜻을 이어받아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천시의회 수장이 된 아들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아버지를 닮고 싶어서 해병대에 자원했던 정해권(61) 인천시의회 의장은 부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님께서 살아서 계셨다면 의장이 된 아들을 보고 무척 좋아하셨을 텐데….”
정 의장이 제8대 지방선거에서 마지막 유세에 나섰던 2022년 5월 말 부친 정흥길 씨는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 박제민 여사는 “우리 아들에게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는데 마지막 유세에 지장이 생기면 어떡하냐”며 전전긍긍했다. 어머니는 여러 차례 선거에서 쓴맛을 봤던 큰아들을 위해 남편의 죽음을 비밀로 했다. 큰 아들은 마지막 유세를 마친 뒤에야 동생을 부둥켜 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정 의장의 부친 정흥길 씨는 평소 해병대 출신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다. 정씨는 늘 아들에게 해병대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직접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병대원의 아들로 자란 정 의장은 동생과 함께 해병대에 자원했다. 해병대 504기인 정 의장의 두 아들도 해병대를 거쳤다. 정 의장 집안은 3대가 모두 해병대에서 병역 의무를 마친 병역 명문가가 됐다.
당선자 신분으로 5일장을 치렀던 정 의장에게 아버지는 늘 각별한 존재였다. 그는 “제 아버지에게 해병은 ‘내 조국을 지키겠다는 신념 그 자체’ 였다”면서 “조국 수호에 대한 아버지의 열망과 의지는 아들인 저와 손자인 제 아들에게까지 이어져 우리 집안을 자랑스러운 해병 명문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고 말했다.
“저는 아버지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배웠다. 해병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려움이란 극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해병대 근무 경험은 정치 인생의 원동력이 되었다. 문제를 발견하면 어찌 되었든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인천시의회 하반기 의장이 된 그는 “인천 토박이로서 신포동(중구)에서 태어나 동구·미추홀구·연수구에서 살았다”면서 “인천 곳곳이 내겐 소중하다. 인천을 잘사는 도시, 애향심이 넘치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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