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리 ‘데이터 주권 침해’ 처벌 더 강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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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위 알리에 20억 과징금·과태료 부과
中정부는 기업 정보 열람 합법적으로 언제든 가능
정부는 소비자 보호·국가안보 위해 추가 조치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29 00:02:01

국내에 진출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e커머스)와 관련해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확인됐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국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무단으로 유출한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약 2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 등을 부과했지만 이미 빠져나간 개인정보는 엎질러진 물처럼 거둬들이기 쉽지 않다. 더 이상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국은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지난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 법규 위반으로 알리에 대해 19억7800만 원의 과징금과 789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에 더해 시정명령 및 개선 권고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그간 초저가를 내세워 국내 구매자들을 유인해 온 알리는 상품구매 요건으로 이용자로부터 개인정보 수집·이용·제3자 이용 등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알리가 수집한 개인정보에는 상품 구매와 관련 없는 내용들도 포함됐다.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처리 지침에 포괄적으로 동의해야 상품 구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실상 이용자의 동의를 강제한 것이나 다름없다.

알리는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이용자에게 별도 동의를 구하거나 통보도 없이 해외 판매업자에 무단으로 이전·공유했다. 무려 18만8432곳에 달하는 판매업체는 대부분 중국 업체들로 알려져 있다. 개인정보의 해외 이전 시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알리에 대해 이번에 개인정보위가 과징금 등을 부과한 것이다.

알리·테무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일찌감치 제기됐다. 중국 국가정보법 제7조에 명시된 ‘중국의 모든 조직과 국민은 중국의 정보 활동을 지지·지원·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중국 정부가 알리·테무에 개인정보를 요구할 경우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로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드러난 알리 사태를 계기로 ‘데이터 주권’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국민 차원의 인식 강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데이터 주권이란 신체나 재산의 권리처럼 개인에게 정보에 대한 권리를 부여해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가 어디서·어떻게·어떤 목적으로 사용될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2020년 인도 정부는 틱톡·위챗 등 중국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59개를 금지 조치하면서 이는 해당 중국 앱이 “인도의 주권·안보·공공질서를 침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데이터를 주권과 동일선상에 놓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발동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개인정보위의 조치는 중국 상거래 업체에 대해 해외 정부가 과징금을 물린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18만8432개에 달하는 중국 업체에 국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한 죄책에 비하면 징계가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과징금만 놓고 봐도 19억7800만 원의 과징금을 유출 건수(18만8432개 업체)로 나누면 중국의 1개 판매업체에 개인정보를 넘기는 데 고작 1만 원 정도(1만497원)가 부과된 셈이다. 특히 올해 1분기 기준 알리 월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807만1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잠재적 피해 규모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알리의 데이터 주권 침해는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번에 내려진 처벌의 수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정부 당국은 개인정보 국외 이전에 따르는 위험성이 얼마나 크며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국내 소비자 보호와 나아가 국가안보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도 시급해졌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