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12집 배정… KT 인터넷 설치기사 ‘중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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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KT 서비스 ‘중복 할당’ 여전… 기사들 과로 내몰려
참다 못 해 언론 제보한 당사자 색출… 징계위에 ‘보복 회부’
실적급 제도 만들어 못 채우면 팀 전체 실적 깎아버리기도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7 13:00:16

▲ KT서비스가 인터넷 설치 기사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담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KT의 자회사인 KT서비스가 소속 인터넷 설치 기사에게 시간당 여러 건의 무리한 방문을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KT서비스는 제보한 노동자를 색출하고 징계할 예정이라 내부에선 불만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6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서비스는 과거와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업무를 ‘중복 할당’을 진행하고 있다. 중복 할당이란 기사에게 시간당 여러 건의 업무를 배정하는 것을 지칭하는 내부 용어다.

KT서비스의 업무 배정 방식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3년 전 KT는 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이 불거졌는데 그 당시에도 인터넷 설치 기사에 대한 업무 압박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도 사측은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논란 당시 노조(더불어 사는 희망연대본부 KT서비스지부) 측에 중복 할당 단말 사진을 제보한 수리 기사 A씨를 찾아 처벌하기 위해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A씨는 한 시간에 12곳을 방문해야 하는 업무가 배정됐다며 언론에 제보했다가 사내 징계위에 회부됐다.

A씨는 “안전하게 작업하기엔 시간당 한 집이 적당하고 많아야 두 집인데, 12집을 배정한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한 시간에 네 건을 뛰라는 것이 KT의 요구인데, 다른 회사는 10시에 1건을 배정하면 더 이상 작업 건을 넣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역에 기사는 한 명이라 현장 기사들은 끼니도 거르면서 뛰어다니는 상황이다”며 “소비자와 약속 이행 정도를 책정하는 평가도 있어 회사에서 요구한 일정에 끌려다닐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무리한 일정 배정에 대해 회사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장 직원들끼리 조율하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 변하는 것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KT서비스 관계자는 “기사 내용에 나온 사진은 회사 보안이 요구되는 화면으로 전산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며 “제보자라서 색출한 것이 아니라 회사 전산 내용에 대한 노출과 관련한 인사 규정 및 정보보호 업무처리 지침 위반 관련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현장 상황에 따라 작업 스케줄을 직접 조율할 수 있어 엔지니어의 판단에 따라 즉시 조정 가능한 터라 회사에서 업무를 강요한다는 의미의 중복 할당은 부적절한 표현이다”고 주장했다.

KT서비스 관계자는 “작업 배분은 기본적으로 시간대별로 할당되는 방식이지만 작업장 환경을 고려해 하루 전체 물량이 작업장 내 작업조에 배분되는 경우가 있다”며 “후자의 경우는 작업 조원들 간 상호합의하에 작업을 배분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현장 상황에 맞춰 유연한 업무 배분이 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작업을 많이 한다고 해서 회사 매출액이 증대하는 구조도 아니다”며 “현장에서 작업자가 작업을 많이 가져가면 개인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도 있어 자발적으로 더 많은 작업을 요청하는 직원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런 사측 입장에 수리 기사 B씨는 “사실과 다르다. 현실은 영업 압박에 동시 할당이 다반사고 논란이 된 지 언젠데 며칠 전에도 여전히 1인당 19곳을 배정했다”고 분개했다.

B씨는 “팀 실적급이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생산성을 못 채우면 팀 전체 실적을 깎아버려 (실적 기준을) 못 넘은 사람만 비판받는 분위기를 형성했다”며 “영업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에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불합리함에 대해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사측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공익 제보자를 색출해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말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