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 자리를 1000억 원에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충무로에서 제작을 준비 중이라는 영화 ‘배신의 계절’ 시나리오의 첫 장면이다.
#장면 1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주가를 올려 대통령이 된 검사 공무원 출신의 김석열은 정치가 어렵기만 하다. 얼마 전 국회의원 총선에서 여당인 ‘서민의힘’이 대패하자 야당인 ‘함께민주당’과 ‘최국혁신당’이 대통령 탄핵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 서힘당 의원 10명만 매수하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떨어진 이점명 함민당 대표와 총선에서 12석을 얻어 제2야당이 된 최국 혁신당 대표는 계속해서 탄핵 몰이에 나서고 있다.
#장면 2 선거판 킹메이커 장정철. 그는 ‘함민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500만 원짜리 돈봉투를 돌려서 박영길 의원을 당 대표에 앉히면서 선거판 킹메이커로 이름을 알린다. 재계·언론계에도 연줄을 가지고 있고 중국공산당과 연계한 부정선거로 지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함민당 승리를 만들어 내면서 ‘밤의 대통령’으로 잠깐 군림했지만, 권력을 잡은 문죄인 대통령과 함민당의 주류로부터 견제를 받고 미국으로 잠적하게 된다.
#장면 3 장씨는 박은혜 대통령 탄핵에도 깊숙하게 관여했는데, 당시 중아일보 회장과 주선일보 회장을 움직여 탄핵 바람을 일으킨다. 한호그룹과 ST그룹에서 자금지원을 받은 그는 국회의원과 헌법재판관들을 매수해 대통령 파면이란 사상 초유의 사건을 만든 후 미국으로 잠적했는데, 지난 대선 전에 홀연히 나타나 김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고는 다시 미국으로 사라진다.
#장면 4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이점명은 측근을 미국으로 보내 장씨와 탄핵을 위한 거래를 타진한다. 김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아는 장씨는 제안을 거부하지만, 이점명은 소장동 개발로 모아둔 비자금 중 일부를 버진아일랜드 소재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장씨에게 전달한다.
#장면 5 이점명도 배신의 아픔을 겪는다. 소장동 개발의 핵심인 이동규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점명에게 실망, 배신을 한다, 이점명은 이후 수많은 검찰 조사로 고초를 겪지만, 그에게는 숨겨둔 비밀금고가 있었고 함민당 의원들을 돈으로 포섭하면서 당 대표가 된다. 그 후 총선 공천권을 이용해 이른바 ‘피의 숙청’을 단행하면서 완벽한 당권 장악에 성공한다.
# 장면 6, # 장면7 등등이 이어진다. 시나리오의 골간이 괜찮아 보여 각색을 잘하면 영화 ‘아수라’를 넘어서는 흥행을 거두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그런데, 만약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어떨까.
모르긴 해도 유력 대선 후보이면서 완벽하게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이재명에게 1000억 원 정도를 선(先)배팅할 전주(錢主)는 많을 것이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아니면 정치판 돌아가는 모습을 너무 잘 알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1000억 원 정도면 합법적인 대통령직 탈취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단정 짓기도 애매하다. 어쩌면 실제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위해 수십억 원을 준비했는데, 줄을 잘못서 실패했다는 얘기들이 아직도 공공연히 떠도는 게 정치판이다. 이재에 밝은 투전꾼들은 이재명 같은 재간꾼(?)에게 배팅하면 투자한 돈의 몇 배는 돌려받을 수 있으니 안성맞춤이라 판단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지지율은 30% 초반에서 20% 후반에 걸쳐 있고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한동훈이 여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공과 사를 구분하는 정치’로 용산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소극적으로 행사하라는 압력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지만 탄핵 때문에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북한의 문화공작원이라 추정되는 최재영의 불법 도촬사건으로 영부인이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으니, 대통령 심기도 편치 않을 것이다. 이미 영부인에 대한 ‘줄리 사건’과 자신에 대한 ‘청담동 노래방 사건’ 등의 가짜뉴스들로 인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어 지금은 좋아하는 술 한잔도 편치 않을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에도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순장조는 안보인다. 대통령 앞에서 방패 역할을 해 줄 장관이나 총리도 안 보인다. 박 전 대통령 때에도 딱 이랬다. 윤 대통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고립무원이다. 두 사람이 다른 점은 집권 중반기란 점과 법적인 이해의 차이 정도로 본다. 두 가지 측면에서 윤 대통령이 더 좋아 보인다.
저잣거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어대(어쩌다 대통령이 됐다는 의미)로 칭하는 것을 자주 듣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대통령이 파면되면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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