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가를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이 11월에 대통령 탄핵을 시도할 것이란 말이 돌고 있다. 이런 소문의 배경은 무엇이고 실현 가능성은 있을까.
현재 헌법재판소(헌재) 재판관은 이종석 소장과 이은애·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정형식 재판관 등 총 9명이다. 재판관의 추천 주체별로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재판관이 3명,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재판관이 3명, 국민의힘 추천 1명, 민주당 추천 1명, 바른미래당 추천 1명이다.
퇴임 시기별로 보면 9월21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추천한 이은애 헌법재판관이 임기를 마친다. 10월에는 바른미래당이 추천한 이영진 재판관, 민주당이 추천한 김기영 재판관, 국민의힘(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헌재 소장이 물러난다. 10월까지 재판관 9명 중 4명이 바뀐다. 내년 4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물러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임명한 김형두·정정미 재판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정형식 재판관은 2029년에 임기를 마친다.
9월에 물러나는 이은애 재판관 후임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천한다. 10월에 교체 예정인 재판관 3명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바른미래당 몫인 1명은 조국혁신당이 추천할 가능성이 크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윤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10월이 되면 친여 성향 재판관이 1명 늘었다고 볼 수 있으나 국회 추천 몫이 바른미래당에서 조국혁신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추천인의 성향을 기준으로 구분했을 때 여야의 구성비는 여전히 3대 6이다. 대통령 탄핵 가결 가능 숫자다.
문제는 헌재 소장이 10월에 바뀐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추천한 이 헌재 소장이 물러나기 때문에 새로운 소장을 임명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헌재 소장의 임명은 반드시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헌재는 대행 체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이 추천한 문형배나 이미선 재판관 중 한 명이 헌재의 소장대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추천인의 성향만으로 재판관의 성향을 추정하면 10월이 지나면 헌재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커진다. 재판관 구성비는 친민주 6·친정부 3이지만 대행 체제로 갈 경우 민주당 성향의 재판관이 헌재의 운영권(소장대행)을 장악하기 때문에 11월부터는 유리해진다고 볼 수 있다. 헌재의 판결이 법리보다는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통해 경험한 바가 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대통령을 파면시키려면 헌재를 소장대행 체제로 바꾸고 2024년 10월부터 다시 재판관 변경이 생기는 2025년 3월 말까지 5개월 안에 이뤄 내야 한다. 내년 3월과 4월에는 대통령 2명·대법원장 1명 추천으로 재판관 3명이 교체돼 탄핵 정족수인 6명을 채우기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1월에서 12월 말까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3월 말까지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소추안이 통과하면 이재명에 대한 검찰 조사와 재판은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탄핵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장외에서는 스카이데일리의 보도로 밝혀진 가짜뉴스 제작 모의(옥새 탄핵 공작) 등과 같은 불법과 탈법이 횡행하고 있다. 장외에서 △10월까지 탄핵 분위기를 최고조로 올리고 △헌재를 ‘소장대행 체제’로 만들어 사무처장 등 주요 인사를 교체하고 △국힘 일부 의원들이 동조해 국회가 탄핵소추를 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진실은 의미가 없어진다.
언론이 담합(부당한 공동행위)을 하면 거짓도 사실로, 사실도 거짓으로 둔갑시키고 언론과 권력이 결탁하면 국민이 뽑은 대통령도 날려 버리는 세상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있지도 않은 최순실 태블릿과 황당한 가짜 뉴스’로 헌재에 의해 파면된 것을 보면 민주당의 11월 탄핵 시나리오가 실현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는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선임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의 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피 튀기게 싸우는 이유에도 ‘탄핵’이란 키워드가 숨어 있다.
대통령이 파면되면 다시 대선을 치러야 하고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후보가 될 것이다. 대선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지금 와서 태블릿이 최순실 것이 아니라고 밝혀졌지만 이미 있었던 일을 되돌릴 수 없듯이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 진실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려면 10배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비하는 측이 매우 불리해진다. 그래서 거짓에는 더 큰 거짓으로 대응하는 일들이 생긴다. 나라가 또 한차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쓸릴 것이고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서민의 불편은 가중될 것이다. 여기에 ‘전 국민 25만 원 지급’이란 애드벌룬을 띄우면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까.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의 명분을 쌓기 위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알면서도 특검법들을 재발의하고 있다. 수행자 천공을 엮어서 국기 문란이라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서 ‘제2의 박근혜 파면’이 기획되고 있음을 여당도 느끼고 있다. 민주당과 방송에 출연하는 민주당 성향의 패널들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서자 일관되게 ‘여당과 대통령의 수평적 관계’를 주장해 왔다. 당과 대통령실은 ‘수평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인데, 수평이라는 권력적 등치 개념을 대입해 당과 대통령실의 갈등을 조장, 국힘의 분란을 노리는 전술이다.
정치판에는 아직도 뒷거래·협박·매수가 횡행한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범죄 혐의자들이 수사기관과 재판부를 탄핵하는 상황이지만 국민 상당수는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대통령 탄핵 시계는 잰걸음으로 11월을 향해 가고 있고 정국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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