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연봉 7500만 원 받고 군대 오세요”… 우크라戰의 또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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募兵광고 증가… 애국심보다 ‘돈 되는 군대’ 호소
내륙 빈곤지역 출신들 참전으로 ‘富 재분배’ 효과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8 07:31:22

▲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역 교통카드 충전기 화면에 뜬 모병 광고. 군 입대 계약자에게 첫해 520만 루블(7550만 원)을 지급한다는 광고 문구가 보인다. 연합뉴스

▲ 지난해 12월 러시아 모스크바 도로에 걸린 '승리는 우리의 것' 문구의 군 광고. 연합뉴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래 피해 당사국뿐 아니라 서유럽 전체가 고통을 겪어 왔다. 멀리 떨어진 나라들 역시 물가 앙등을 겪는 등 전쟁의 여파에서 자유로운 곳이 드물다. 제재를 가하는 쪽이 제재 대상인 러시아보다 훨씬 힘든 상황이라는 기현상이 계속되기도 했다. 값싼 러시아산 에너지에 기댄 지난 수십년 서유럽의 번영이 끝난 현재, 미국 주도 서방의 지원으로 수행 중인 전쟁의 지속 불가능성은 갈수록 심화될 뿐이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가 서방 지원 아래 강력한 의외의 저항을 보이며 러시아의 고전이 이어졌다. 초반엔 서방 제재가 주효해 보였으나 러시아는 이미 조지아 침공(2008)·크림반도 합병(2014) 이래의 서방 제재에 상당한 지구력과 자생력을 키운 상태였다. 내수 경기 호조 속 고용율이 고공행진 하는 등 식량·에너지 대국 러시아의 전쟁 특수(特需) 효과가 두드러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무난히 유지됐다. 정규군 대신 용병 바그너그룹 위주의 이른바 (전쟁이 아닌) ‘특수군사작전’을 내세웠고, 전쟁터가 국외인 만큼 전투의 참상을 실감하기 어렵다는 영향이 크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기습을 감행하면서 전쟁의 전망은 좀 더 복잡해진 듯하다.

최근 러시아 내 모병 광고의 증가가 주목된다. 모스크바의 지하철역엔 교통카드 키오스크에 군인들 모습이 담긴 포스터가 화면에 뜬다. 군 입대자 모집 광고로서 파격적인 금액이 제시돼 있다. “모스크바에서 계약을 맺고 복무하면 모스크바시와 국방부의 지급금 합쳐 첫해 520만 루블(약 7550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모병 광고 자체가 새롭진 않다. 3년째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필요 병력을 채우기 위해 자원입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가을 부분 동원령으로 혼란이 발생하면서 정부는 ‘추가 동원계획 없음’을 약속한 대신 모병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병 광고 기조가 미묘하게 변했다. 지금까지 ‘조국을 지키는 게 우리 직업’ ‘승리는 우리 것’ ‘러시아의 영웅들에게 감사하다’ 등 애국심과 자긍심을 강조한 문구들이 대세였던 반면 이제 돈벌이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계약하면 일시불로 230만 루블(약 3300만 원) 지급” 등이 새롭게 여기저기 눈에 띄게 됐다.

입대자 혜택이 부쩍 후해진 게 사실이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지난달 23일 군 복무 계약에 임한 시민을 위한 일회성 지원금 확대 법령에 서명했다. 덕분에 모스크바 출신 계약 군인에겐 시·연방정부·국방부 등으로부터 첫해 총 520만 루블이 주어진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전체 평균 명목 임금의 5배가 넘는 액수다.

일종의 전쟁 특수 속에 작년 GDP 성장률이 3.6%에 달했으며 우크라이나전쟁이 일부 러시아 빈곤층 삶을 개선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영국 런던의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일부 부문·지역이 전시 경제의 승자가 됐다”고 짚었다. 전쟁 관련 산업 생산은 2022년 가을~2024년 봄 60% 증가했다.

심지어 ‘부의 재분배’ 효과까지 지적된다. 1월 발표된 별도의 핀란드 은행 보고서에선 군입대가 증가한 러시아 지역의 가구 저축률이 크게 늘었다. 대체로 우랄산맥 동쪽의 가난한 지역이다. 이곳의 은행 예금이 2022년 8월~2023년 8월 사이 약 30% 증가해 다른 지역의 20% 성장을 앞섰다.

러시아 군은 입대 시 보너스 19만5000루블(약 300만 원), 월급 21만 루블에서 시작한다.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산업 부문의 상대적 고소득 근로자 임금의 약 3.5배에 달한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기본적으로 풍부한 에너지와 식량 자원의 저력이 이를 지탱하고 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