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단일화에 달려”… 보수·진보 서울 교육감 ‘필승’ 채비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교육·취업

서울교육감 후보 단일화가 변수
정책대결 없는 이념대결 반복 전망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1 14:12:55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9일 서울시 교육청에서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대법원 선고로 직을 상실해 10월16일 치러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진보 진영에 이어 보수 진영에서도 후보 단일화 기구를 구성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과 단일화 움직임으로 불꽃이 튈 전망이다.

서울시교육감 자리는 90만 명에 이르는 서울 지역 유·초·중·고교생의 교육정책을 책임지는 중요한 위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정책 대결보다는 단일화 여부와 보수·진보 교육계의 조직력 싸움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선거가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새로 선출될 교육감은 조 전 교육감의 남은 임기 1년 8개월 동안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조 전 교육감의 불명예 퇴임으로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중 남은 16명의 이념 성향은 보수와 진보가 각각 8명씩 균형을 이루게 되었다.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전체 교육감 이념 지형의 무게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된다.

보수·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이 당선된 2014년·2018년·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는 보수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보수 성향 교육시민단체 바른교육국민연합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바른교육(자유우파) 교육감 후보’ 단일화 추진을 선언한다. 단일화 참여 희망자를 접수 받고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단일 후보는 본후보 등록(9월26~27일) 전인 23일까지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단일화 방식은 두 개의 여론조사기관에 의한 후보 적합도 조사를 통해 보수 교육감 후보를 결정한다. 기관은 후보자가 추천한 곳들 중에서 추첨으로 정하고, 질문 문항과 후보자 직함, 조사기간 등 세부사항은 후보들 간 합의로 정하기로 했다.

바른교육국민연합은 “도덕성과 혁신교육을 앞세운 서울 좌파 교육감의 불법으로 국민들은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학력 결손과 사교육비 지출을 높여 공교육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유 우파 교육감 후보들은 혁신교육·이념교육으로 퇴행적이고 왜곡된 대한민국 교육을 회복시켜야 할 역사적 사명을 가져야 한다”며 후보 난립으로 표 분산이 없도록 단일화를 강조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과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류수노 전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박선영 전 동국대 교수 역시 출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 진보진영 인사들도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해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추진위)를 구성해 4일까지 후보들의 신청을 받기로 했다.

현재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김경범 서울대 교수‧안승문 전 울산교육연수원장‧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등록을 마친 후보들은 5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 추진위는 6일 경선 룰을 확정할 방침이다. 후보 경선은 7일부터 이뤄질 예정이고 단일화한 후보는 12∼18일 사이에 추대된다. 이후 선대위 체제가 가동된다.

정치권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교육 대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정당 개입이 불가능하지만 통상 보수와 진보 간 ‘물밑 대결’ 양상을 보여 총선에 버금가는 정치 이벤트로 꼽히기 때문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부정선거를 감시할 ‘불꽃감시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황 전 총리는 지난달 31일 “학생들 가르치는 교육감이 엉터리 좌파에서 나와야 되겠냐”며 “좌파 교육감의 폐습을 막아야 한다. 부정선거를 막아내 이번 선거 만큼은 반드시 제대로 된 선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달 30일 “교육감 선출 방식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공동 출마하는 러닝메이트를 도입하자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러닝메이트제 본격적으로 논의해 봅시다’라는 글에서 “그동안 서울시에서 선출된 모든 교육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은 현행 직선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며 “러닝메이트제 도입은 시·도지사와 교육감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을 비롯해 교육감 직선제 도입 이후 선출된 공정택 전 교육감‧곽노현 전 교육감‧문용린 전 교육감 등 서울시 교육감이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오 시장은 “교육 정책의 일관성과 책임성이 흔들리고, 교육의 본질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말리게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자 등록은 25일 마감한다. 26∼27일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아 10월16일 투표가 진행된다. 평일에 치러지는 만큼 선거율이 저조할 것으로 우려된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