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4º
미세먼지 좋음
수원 25.8º
미세먼지 보통
강릉 23.2º
미세먼지 보통
여수 28.5º
미세먼지 보통
)
요즘 때 아닌 국적 논쟁이 한창이다. 발단은 이종찬 광복회장의 건국절 몽니부터다. 이종찬은 우리나라 건국이 1948년 정부 수립일이 아니고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이란다. 이건 원래 이승만의 자유 대한민국 건국을 인정치 않으려는 좌파들 주장인데? 도올 김용옥이 TV 강의에서 한 말이고, 문재인도 대통령 시절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좌파들이야 선거 때마다 토착 왜구 선동하면서 반일 몰이로 재미를 보았기에 그렇다 치고. 이종찬은 원래 우파 인사였다가 신출귀몰한 줄타기로 좌파 정권에 빌붙어 꿀을 빨더니 빨간 물이 들었나? 아니면 이분 가문에 원래 좌파 피가 흘러서 그런가?
그러고 보니, 이분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했지만 무정부 공산주의자연맹을 주도했던 이회영이다. 사촌 이종걸은 민주당 국회의원을 했고, 본인은 김대중정부에 붙어 국정원장을 먹었다. 그런 인연인지 어쩐지, 이번에 좌파들이 일제히 그쪽에 들러붙으면서 논란이 좌우 대립으로 번졌다.
이종찬의 집안은 조선시대에 대대로 고위 관직을 역임한 양반이자, 이 나라 최고 갑부 집안이었다. 여기저기 소유한 땅이 많아 현재 시가로 부동산을 처분하면 5조 원에 달했을 거라는 설이 있다. 그 많던 재산을 팔아서 독립운동에 헌신한 것까지는 좋은데, 자기 집안의 독립운동 경력을 출세의 발판으로 이용해 왔다.
솔직히, 조선은 망할 수밖에 없는 나라였다. 산천위표 하던 권문세족의 횡포로 왕조 교체를 불러온 고려처럼, 조선도 세도정치와 삼정 문란으로 사회적 모순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러일전쟁 당시 우리 병력은 1만6000명에 불과하여 일본의 20만 명에 상대가 되지 않았고, 왕실의 무능과 사치로 재정이 피폐하여 외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군다나 조선은 세계에 유례없이 자국민을 노예로 부린 쓰레기 같은 나라였다. 이런 모순을 우리가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니 외세가 들어와서 강제로 해준 것이다. 그것이 한 수 아래로 보던 일본이란 점이 기분 나쁘지만, 일본이든 영국이든 썩어빠진 구체제를 타파하고 근대화로 나아간 것은 기층 민중들에게는 다행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물론 기득권층에게는 불행일 수 있고, 일본이 철천지원수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종찬의 선조가 더욱 열심히 독립운동을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을 훈장처럼 생각하여 일제 치하에서 죽지 못해 살아남았던 일반 민중을 도매금으로 친일파로 몰아붙이고, 자자손손 영화를 독점하려 기도해서야 되겠는가.
이종찬은 국부 이승만을 폄하하고, 이승만기념관 추진을 두고 괴물기념관이라며 비난한 바 있다. 국정원과 이화여고에 독립운동사 전시를 할 때, 자기 할아버지 이회영의 사진은 갖다 붙이면서 이승만의 사진은 뺐다. 1948년 자유민주주의를 국시로 하는 대한민국 건국을 인정하면 공산주의자였던 자기 할아버지와 상해 임정 요인을 지낸 작은할아버지의 업적이 희석되고, 그렇게 되면 영화를 이어갈 수가 없다고 판단하여 그랬던 건 아닐까.
어쨌거나 이종찬의 주장에 좌파들이 편승하여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급기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벌떼처럼 일제강점기 국적이 어디냐며 공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문수는 평소 우파의 시각 그대로, 현실적으로 당시에는 국권을 잃었으니 국적은 일본이라며 소신 발언을 했고, 할 말을 다 하는 그의 모습에 우파 국민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좌파들 주장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1910년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 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라고 되어 있으니 한일합방 조약도 무효이고, 따라서 일제강점기 때 우리 국적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우리 국민은 일본 여권을 사용했던 일본의 신민이었던 것도 사실이고, 해당 조문의 효력 발생이 합방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지, 조약 체결 시점부터인지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조약 체결 당시에 한·일 양국은 각자의 입장에서 해석하기로 타협했다고 한다.
헌법 교과서에도 조문의 해석을 두고 다수설이니 소수설이니 하며 학자마다 견해가 갈린다. 법의 도덕적 정당성을 중시하는 자연법론 입장에서는 언론·출판의 자유처럼 천부적 권리에 해당하는 것은 개헌할 수 없고, 개헌한다면 그것은 헌법 파괴이자 쿠데타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실제적인 법의 존재와 유효성을 중시하는 법실증주의 입장에서는 헌법의 어떤 규정도 개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종찬과 좌파의 주장은 일제 식민 지배가 도덕적이지 않다고 보아 부정하는 입장이므로 전자, 김문수와 우파의 주장은 실질적으로 나라를 잃고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는 주장이라 후자에 가깝다. 모두 일면의 진리가 있는데, 지금 와서 이런 문제를 가지고 공직자의 자세를 거론하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다.
국제관계의 현실을 외면하고 주야장천 반일로 먹고사는 이종찬류와 좌파들은 으레 그렇다 치고, 대통령 비서실장 정진석이나 대구시장 홍준표 같은 유력 우파 인사들이 가세하고 나서서 당황스럽다.
나는 지난 대선 때 홍준표를 지지했다. 홍준표는 경력 면에서 가장 잘 준비된 대통령이고, 이념 면에서도 중도 보수로서 좌우를 두루 아우르며 원만히 한국 정치를 이끌어갈 적임자 같았다. 출세를 위해 과잉 수사를 하여 보수를 궤멸시킨 원흉이라고 보았던 윤석열 후보에게 패했지만, 절치부심하여 차기에는 꼭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랐다.
그런데 이번 국적 논란에서 김문수를 옹호하지 않고 좌파들에게 동조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앞에서 살펴본 바처럼, 주장이야 여러가지로 할 수 있지만, 하필 이 민감한 시기에 집토끼들을 놓칠 우려가 있는 그런 발언을 했을까. 꼿꼿 선비 김문수의 소신에 우파들이 열광하는 걸 보고 시샘이 발동했나?
아무래도 경쟁자를 주저앉히려는 전략 차원으로 보이지만, 나 같은 지지자까지 실망하게 하는 것이 무슨 전략이란 말인가. 그동안 대구시정 잘 이끌고 윤 대통령과도 잘 지내는 것을 보고, 하늘 문이 열리나 보다 생각했는데, 안타깝다. 정말 묻고 싶다. “준표 형, 왜 그래?”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2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1
슬퍼요1
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