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 수 급감에 불어나는 교육교부금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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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세 연동해 자동 배정되는 교육교부금법 논란
지난해 못 쓰고 올해 이월된 예산 8조 원 이상
초·중·고 外 대학 교육으로 확대하는 방안 모색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12 00:02:01

우리나라 인구 감소와 함께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초·중·고 교육을 위해 해마다 자동 배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돈 쓸 곳을 억지로 찾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교부금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교육교부금은 68조8732억 원으로 배정됐으며 이는 2028년에는 88조6871억 원으로 늘어난다. 4년 새 28.8%(19조8139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교육교부금 규모의 증가가 문제되는 건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우선 현실적 수요와는 관계없이 중앙정부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세수 일부를 무조건 초·중·고 교육을 담당하는 시·도 교육청에 이전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내국세가 증가하면 교육교부금은 자동으로 불어나는 구조 속에서 정작 시·도 교육청이나 교육 현장에서는 돈 쓸 일을 찾는 것이 고민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실 시·도 교육청에서 당해년도에 예산을 다 쓰지 못해 이월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수년 전부터 지적이 있어 왔다. 이월과 불용액을 합친 액수가 2018년 6조7000억 원·2019년 6조6000억 원·2020년 4조4000억 원·2021년 3조8000억 원·2022년 7조5000억 원, 그리고 지난해 이월된 예산은 8조 원이 넘는다. 교육 현장의 수요를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내국세의 일정 부분을 자동 배정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르기 때문이다.

교육교부금 제도는 과거 우리나라가 절대적으로 궁핍하던 시절 교육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는 결단 속에서 도입된 것이다. 1970년대 초 국민에게 최소한의 초·중등 교육비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으니 벌써 50년 이상 유지된 제도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위상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고 이와 함께 내국세가 급증하면서 매년 교부금이 필요 이상으로 과잉 지원돼 왔던 것이다. 이러니 지금까지 이 제도를 현실에 맞도록 손보지 않은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교육교부금이 현실에 맞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학령인구의 급감이다. 근래 국내 인구 감소 추세와 함께 초·중·고 학령인구는 급속히 줄어드는 반면, 학생을 위한 교육교부금은 오히려 증가할 수밖에 없는 제도에 묶여 있다 보니 학생 1인당 교부금의 지원 폭이 커지는 상황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과 연계되는 국내 인구 감소와 관련해서는 최근 수없이 많은 자료가 나오고 정책과 대안 모색이 지금도 한참 진행 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0.7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38개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 1.51명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인구 감소 추세를 비교해 보면 더 충격적이다. 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이 1960년 3.34명에서 2022년에는 약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거의 8분의 1(6명→0.78명)로 쪼그라든 것이다.

인구와 함께 학생 수가 급감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수십 년 전 도입했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건 예산 낭비 문제를 떠나서 관련 입법부의 직무 태만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초·중등 교육비 지원을 위해 마련된 칸막이식 재정 배분 시스템으로 대학은 역차별을 받는 구조다. 현재 대학들은 10년 넘게 등록금 동결로 재정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 정치권은 균형 잡힌 교육 현실화를 위해 기형적 제도를 속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