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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좌·우가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공영방송 MBC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1990년 5월8일 화요일에 첫 방송을 시작해 현재까지 매주 화요일에 방영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탐사보도의 절대 강자’ ‘시청자가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가십성 있는 소재를 주로 다뤄서 ‘추적 60분’(KBS1 TV), ‘그것이 알고 싶다’(SBS) 등 유사한 성격의 다른 프로그램들보다 시청률 또한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과연 MBC에서 공식 슬로건으로 내건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MBC PD수첩과 촛불시위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는 2008년 4월29일 MBC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직후인 5월2일 처음 일어났다. 5월13일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2편”을 방영하는 등 반미 감정을 증폭시키면서 촛불시위는 더욱 격화되었다. PD수첩의 내용은 선동적인 측면이 있었고 사실 왜곡이 심했음이 점차 드러났다.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PD수첩의 보도 내용을 사실로 알고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 없는 정부’의 처사에 분노한 것이다. PD수첩의 내용을 보고도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었다. 광우병 위험이 큰 ‘미국산 쇠고기’를 무작정 수입하려는 정부에 분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중·고 학생 및 일반 시민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촛불을 들고 시위에 동참한 것이다.
그러나 PD수첩의 보도 내용에 왜곡이 심했음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8년 6월12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PD수첩에서 인간광우병(vCJD) 환자인 것처럼 보도한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인간광우병이 아닌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PD수첩을 보고 흥분해서 참가했던 일반 시민의 참여율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6월23일 검찰이 PD수첩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6월25일에는 PD수첩 제작에 참여했던 번역작가 정지민 씨가 “주저앉은 소를 광우병으로 연결시킨 것은 왜곡”이라는 글을 PD수첩 홈페이지에 올림으로써 PD수첩의 왜곡 보도가 의도적이었음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일부 극렬 세력에 의해 주도되는 반미·반정부 폭력시위로 성격이 변해 갔다. 그리고 결국 정부가 폭력시위 주동자들을 적극적으로 검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정국을 강타하던 촛불시위는 소멸 단계로 접어들었다.
PD수첩의 왜곡 보도
2008년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를 촉발시킨 PD수첩은 어떤 내용을 보도했고, 내용에는 어떤 왜곡이 있었을까.
PD수첩은‘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라는 프로그램을 4월29일과 5월13일에 방영했다. 두 번에 걸친 PD수첩의 방송 내용은 사실 왜곡이 심했다. 이 왜곡 보도를 수사한 검찰이 “MBC PD수첩에서 방영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의 핵심 대목 19곳이 실제 취재 내용과 다르게 왜곡되거나 의도적으로 편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2009년 3월 PD수첩 관계자들의 이메일을 압수 수색한 검찰은 “처음부터 번역이 잘못돼 방송된 부분도 있고, 제대로 번역됐다가 하루 전 다른 내용으로 바뀐 부분도 있으며 심지어 방송 3시간 전에 당초 번역본과 다르게 고쳐진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PD수첩은 어떤 내용을 왜곡한 것일까
첫째, ‘다우너 소(downer cow)’를 광우병 소로 둔갑시킨 점이다. ‘다우너 소’란 골절이나 질병·노화·동물 학대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말한다. 그런데 PD수첩 제작진은 동물 학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자료화면으로 거듭 내보내 그 소가 마치 광우병에 걸린 것처럼 보이게 했다.
둘째,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에 대해 당초 CJD(크로이츠펠트 야콥병)로 번역되어 있었는데, 방송 당일 v를 추가해 vCJD(인간광우병)로 보도했다. CJD는 치매 증상을 보이는 광범위한 병증을 지칭하는데, vCJD는 그중의 극히 일부에 속하는 것이다.
CJD로 사망한 아레사 빈슨을 vCJD, 즉 인간광우병으로 죽은 것으로 적시하여 거듭 방송함으로써 ‘미국산 쇠고기=인간광우병’이라는 도식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미국농무부는 5월5일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을 vCJD가 아닌 CJD로 확정 발표함으로써 PD수첩이 심하게 사실을 왜곡 보도했음을 증명했다.
셋째, PD수첩에선 한국인은 MM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림대 김영선 교수의 논문을 왜곡 인용한 것이다. 문제가 된 김영선 교수의 논문은 인간광우병인 vCJD(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가 아니라 sCJD(산발형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인의 프리온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95%가 MM형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sCJD에 취약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던 것이다. 사실 MM형 유전자가 vCJD(인간광우병)에도 취약한가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PD수첩의 문제는 논문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점이다. 또한 가설에 불과한 내용을 사실처럼 보도한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넷째, 30개월 이상된 소를 광우병 위험성이 높은 소로 규정하면서, 미국인들은 먹지 않는 이러한 쇠고기를 한국에 팔았다며 미국을 비도덕적 국가인 것처럼 비난했다. 미국 내에서도 30개월 이상의 소가 햄버거·햄 등 저가용으로 상당수 소비된다는 사실을 감춘 것이다.
다섯째, 지금까지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소 3마리(이 중 1마리는 캐나다에서 수입된 소)는 모두 1997년 이전에 태어난 소이며, 동물성 사료를 금지시킨 1997년 이후에는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과 미국산 쇠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경우는 아직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미국의 동물 검역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처럼 확대 보도하여 인간광우병 미발생국이라는 사실 자체가 의미 없는 것처럼 유도했다.
여섯째, 광우병 전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을 왜곡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소의 부위 중 광우병 원인물질인 프리온이 많이 들어 있는 정도는 뇌(64%)·척수(26%)·등배신경절(3.8%)·회장(3.3%) 순이며, 이 특정 부위들에서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이 99.45%가 발견되고, 나머지 부위에서는 0.55%만 발견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실제 광우병에 걸린 소의 살코기를 먹었다 하더라도 광우병 발병인자인 프리온이 흡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광우병에 걸린 소의 살코기만 먹어도 100% 광우병에 걸리는 것처럼 오인되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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