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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촛불시위는 쇠고기 때문이었을까
2008년의 촛불시위는 쇠고기 수입 문제로 일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쇠고기가 미국산이 아니었다면 과연 촛불시위가 일어났을까.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단 한 사람도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2개월 이상 미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의 광풍이 휘몰아친 것은 기본적으로 그것이 반미 감정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본 연재 3·4편에서 2008년의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첫 번째 촛불시위라고 했지만 그것은 파장의 범위 등을 염두에 둔 표현이고, 실제로 최초의 대규모 촛불시위는 2002년 의정부 여중생 효순·미선이 사건이 시발점이 되어 일어났다. 그리고 이후 2008년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대부분의 대규모 시위는 반미 감정과 연계되어 있었다.
2002년 11월 광화문 촛불시위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효순·미선이 사건을 일으킨 미군 병사 2명이 2002년 11월 미국 법정에서 무죄로 평결된 것이 광화문 촛불시위의 촉발 계기가 되었다.
당시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에서 ‘붉은 악마’의 단합된 거리 응원 경험과 대한민국 축구 4강 신화에 대한 자부심 등이 미국 법원의 무죄 평결을 계기로 대규모 반미 촛불시위로 연결된 것이다. 이것은 2002년 12월에 있었던 제16대 대통령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사회적 영향력이 컸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재임한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 대사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사과하도록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후회로 남는다고 술회했다고 한다.
좌익의 트렌드가 되다
효순·미선양 추모 촛불시위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이후 촛불시위는 좌익 성향을 가진 반미 세력에게 유용하게 활용되었다. 이후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평택시 팽성읍 촛불시위는 2004년 9월1일 처음 시작된 이래 2007년 3월24일까지 4년여에 걸쳐 935일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었다.
2007년 3월 말에는 한·미FTA 체결을 위한 한·미 간 협상이 진행되고 있을 때 이를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서울시청 앞 광장 등에서 있었다. 한·미FTA가 체결된 6월30일 이후에도 한·미FTA 체결 반대 촛불시위는 상당 기간 지속되었다.
이어서 2008년 8월5일 미국 부시 대통령이 북경월드컵 개막식 참석차 중국에 입국하기 직전 한국을 방문했다. 그러자 반미 세력들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개최했다.
촛불시위와 반미 문제
이처럼 촛불시위의 소재는 대체로 좌익 성향 세력들이 투쟁 명분으로 삼고 있는 반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북한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을 비판해야 할 상황에서도 촛불시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미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위축될 무렵인 2008년 7월 금강산에 갔던 여성 관광객 한 명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당하는 반인권적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반북 촛불시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2004년 4월 고구려 역사 등 동북공정(東北工程·현재의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주장하며 2002년부터 중국이 추진한 동북쪽 변경지역의 역사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 문제로 중국과 심각한 외교적 갈등이 있었을 때나 2008년 10월 초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킨 중국산 멜라민 파동이 일어났을 때도 단 하루도 반중 촛불시위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2005년에는 일본 시마네현이 2월22일을 ‘다케시마(竹島·우리나라의 독도)의 날’로 지정하고, 중학교 역사 교과서 검정 문제 등으로 한·일 간 심각한 외교 분쟁이 일어났을 때도 항일 촛불시위는 일어나지 않았으며, 2008년 7월 일본 정부가 중학교 교사의 교육 지침으로 사용될 ‘사회·과학 교과서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에 ‘다케시마(독도)가 일본 영토임’을 명기하는 사건이 있었음에도 반일 촛불시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좌익 세력은 일본보다 미국을 더 미워하는 셈이다.
우리 국민의 반미 정서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촛불시위에는 분명 반미 감정이 스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국민의 반미 정서는 어느 정도일까.
당시 김충배 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 밝힌 ‘2004년 1월 육사 가(假)입교생 의식 조사’에 따르면, 당시 250여 명의 가입교생 중 무려 34%가 우리의 주적(主敵)이 ‘미국’이라고 답했고, ‘북한’이라고 답한 입교생은 33%에 지나지 않았다. 김 전 교장이 깜짝 놀라 주적이 미국이라고 답한 34%의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더니 “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들에게) 그렇게 배웠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 전 교장은 이후 금성출판사에서 만든 한국근현대사 교과서를 보고 그 내용의 좌편향성에 놀랐다고 한다. 이에 김 교장은 이들의 잘못된 안보 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대안 역사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이 역사 교재는 발행되지 못하고 있다가 2008년에 비로소 ‘사실로 본 한국 근현대사’라는 제목으로 간행되었다.
2004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우리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나라’를 묻는 질문에‘미국’이라고 답한 사람(39%)이 ‘북한’이라고 답한 사람(33%)보다 많았다. 같은 해 국방부가 실시한 ‘입대 장병 의식조사’에서도 75%가 반미 감정을 드러냈고, 공산주의에 비해 자유민주주의가 우월하다고 답한 장병은 36%에 불과했다고 한다. 2005년 16·17세를 대상으로 한 갤럽 조사에서는“미국과 북한이 전쟁을 하면 북한을 돕겠다”는 응답이 65%에 달했다.
2008년 6월23일 행정안전부가 “리서치&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중·고생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보·안전의식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미국(28.4%)을 가장 많이 지목했으며 다음이 일본(27.7%)이고, 북한은 24.5%로 3위에 그쳐 충격을 안겼다.
친구와 적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
친구와 적을 구별하지 못하면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많이 도와주었고, 정치·외교·경제적으로도 협력하고 있는 친구 같은 국가인 반면 북한은 정부수립 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침략하고 무너뜨리는 것을 명시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 즉 적국이라는 것을 왜 알지 못하는가.
당시 조사에서 ‘안보를 위해 협력이 필요한 국가’로는 미국(34.6%)을 가장 많이 선택했지만 북한이라는 응답도 22.3%에 이르렀다. 또한 중국(17.7%)·일본(14.8%)·러시아(6.6%) 등을 미국보다 더 바람직한 안보협력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의 비율이 41.1%나 되었다. 미국을 안보협력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비율이 65%에 이른다는 것은 청소년의 의식 속에 반미 정서가 상당히 뿌리 깊게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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