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대출 억제 정책에 은행주(株)가 남몰래 미소를 짓고 있다. 금리 하락기 가계부채 관리 강화 주문에 따라 대출금리를 올리고 예금금리를 낮추면서 이자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4대 금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17조 원으로 역대급 최대치다. 이런 가운데 서민층의 자금 사정은 나아지지 않아 은행권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881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실적 15조1367억 원과 비교해 11.5% 늘어난 규모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2022년(15조6503억 원)보다도 7.9% 크다. 회사별로 KB금융 5조18억 원, 신한금융 4조9616억 원, 하나금융 3조8069억 원, 우리금융 3조1111억 원 등의 순이었다.
최근 부쩍 늘어났다. 6개월 전 16조2975억 원이었던 지배주주순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16조2635억 원으로 줄었다가 1개월 전 16조6442억 원, 2일 16조6687억 원으로 증가했다. 4대 금융의 3분기 순이익도 4조8065억 원으로 1년 전(4조4423억 원)보다 8.2% 늘어날 전망이다.
4대 금융의 호실적 기대를 키운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7월 은행권에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억제를 주문했고 은행들은 은행채 금리 하락에도 인위적으로 주담대 등의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낮췄다. 대출 억제 효과는 컸다. 6월 말 2%대였던 4대 은행 주담대 혼합형 금리 하단은 현재 3%대 후반까지 올라갔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점도 실적에 힘을 보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대 은행을 포함한 예금은행 전체 주담대 잔액은 8월 말 기준 890조6000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8조2000억 원 불어났다. 월간 최대 규모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은행권 주담대 증가 폭은 40조2000억 원에 달한다.
금리 인하기에 맞춰 예금금리가 내려간 점도 호재였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8월 말 4대 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는 평균 3.42%였다. 6월 말 3.55%, 7월 말 3.47% 지속 내림세다. 수익성 지표인 예대금리차는 벌어졌다. 가계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0.44%p로 전월(0.33%p) 대비 0.11%p 올라갔다.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은 4월(0.11%p 상승) 이후 넉 달 만이다.
대출 억제 정책과 금리 인하기를 맞아 4대 금융은 역대 최대 이자수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4대 금융의 합계 이자수익은 104조8773억 원으로 추정된다. 전년(100조6418억 원) 대비 4조 원 이상 큰 규모다. ‘이자 장사’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서민들의 자금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8월 말 9개 신용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9166억 원으로 1년 전(1조5347억 원)보다 24.88% 늘어났다.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해 카드사로부터 다시 대출받은 것을 뜻한다. 당장의 상환 부담을 덜 수 있으나 기존보다 금리가 오르고 신용등급이 하락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등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내려서 경기를 부양하고 있는데 집값을 잡기 위해 가계대출 금리를 인상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다”며 “카드론과 자동차 대출이 사상 최대치로 증가하고 있고 사채시장에서라도 사람들이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오기 전에 정부는 대출 억제 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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