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인수전 소강상태… 물 밑 싸움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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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매수 가격 유지 선언 이유 영풍정밀 주가 하락
고려아연 공개 매수 가격 인상 주목… 11일까지 결정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10 14:12:38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인수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고려아연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선언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는 14일 종료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11일까지 영풍정밀과 고려아연 공개매수 상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선 같은 가격이라면 MBK 공개매수가 유리하다고 본다. 이번 공개매수 응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해야 적은 세금을 내지만 해외투자자는 반대로 MBK 쪽이 더 유리하다.

여기에 MBK가 신청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은 21일 법원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매입이 중단되면 MBK가 2차 공개매수에 돌입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더 일찍 끝나는 것까지 생각하면 MBK 측에 먼저 주식을 파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MBK는 9일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각각 83만 원과 3만 원에서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번 결정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포기하지 않고 14일까지 공개매수를 유지해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라는 유인 메시지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것은 시세조종 등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적법하고 유효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다”고 밝혔다.

10일 오후 1시30분 기준 고려아연 주가는 주당 78만 원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10월4일 이후 큰 차이 없이 77만6000원~80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영풍정밀의 경우 주당 3만600원으로 공개매수 가격에 근접하게 형성됐다. 8일 장이 시작할때 3만5000원대까지 상승했던 것과 비교하면 MBK의 발표 이후 잦아들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과 영풍의 공개매수 가격 경쟁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 것에 더해 매수 가격이 지나치게 오를 경우 과도한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는 만큼 파격적인 가격 인상은 부담스럽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풍의 파트너인 MBK가 먼저 가격 인상 중단을 선언하며 고려아연과 영풍이 계속해서 가격을 올리는 ‘치킨 게임’ 양상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 고려아연이 매수 가격을 올릴 가능성은 남아 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 측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영풍 측에 문의한 결과 MBK가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MBK 측의 입장과 같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공개매수 진행 상황 또한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양측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활발하게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감추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영풍·공개매수 가격 인상 광풍이 끝났어도 물밑에서는 치열한 수싸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