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솜방망이 징계… ‘내부 도둑’ 키우는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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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7년간 1931억 중 1660억
적발된 192명 중 중징계 2명뿐’
최하위 처분 ‘주의’ 절반 넘어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16 10:08:20

▲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7년간 은행 등 금융권에서 발생한 합계 횡령액은 1931억8010만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시내 한 시민이 주요 은행 ATM 앞을 지나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금융권에서 최근 7년간 1900억 원 이상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으나 관계자 징계 수위는 ‘솜방망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자 절반 이상이 최하위 처분인 ‘주의’를 받았다. 중징계는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제재 수위를 높여 횡령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금융업권별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7년간 은행 등 금융권에서 발생한 합계 횡령액은 1931억8010만 원으로 집계됐다. 횡령 사고를 낸 행위자는 192명이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1660억7600만 원(12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어 저축은행 164억6210만 원(12명) 증권사 60억6100만 원(12명) 보험사 43억2000만 원(39명) 카드사 2억6100만 원(2명) 순이었다. 이 가운데 환수된 금액은 179억2510만 원으로 전체 9.3%에 불과했다.

앞서 금감원은 2022년 11월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사고 방지를 주문해왔으나 금융권 횡령 사고는 멈추지 않고 있다. 2020년 20억8290억 원이었던 횡령액은 2021년 156억9460억 원, 2022년 827억5620만 원, 2023년 644억5410만 원으로 3년 연속 횡령 규모가 100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횡령 사고 규모는 140억6590만 원에 달한다.

▲ 2018~2024년 8월 국내 금융업권별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 강민국 의원실

금융권 횡령 사고가 끊임없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횡령 관련자에 대한 징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강민국 의원이 최근 7년간 발생한 횡령사고 관련 금융사 자체 징계와 금감원의 제재 조치사항을 분석한 결과, 횡령과 관련해 지시자·보조자·감독자 등의 위치에 있었던 관련자 586명 중 20.7%(121명)만이 면직(6명)·정직(16명)·감봉(99명) 등 중징계를 받았다. 나머지는 경징계 조치로 끝났다. 가장 수위가 낮은 조치인 주의가 304명(51.9%)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견책이 159명(0.0%), 기타는 2명(0.0%)이었다.

횡령 사고를 일으킨 행위자 137명에게 내려진 제재는 면직 130명(94.9%), 정직 5명(3.7%), 감봉 1명(0.7%), 기타 1명(0.7%) 등이었다. 면직 처리가 안 된 인원은 6명이나 된 셈이다.

강민국 의원은 “당연히 면직 처리돼야 할 횡령 사고자 중 6명이 면직되지 않았고 횡령 사고자를 방관한 관련자의 20%만이 중징계를 받은 현실에서 금감원의 천편일률적인 내부통제 방안으로는 매월 화수분처럼 발생하고 있는 횡령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감원은 횡령 사고를 일으킨 사고자뿐 아니라 관련자에 대한 징계 수위 역시 강화하도록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최근 7년간 횡령 규모가 가장 큰 금융사는 우리은행으로 734억9120만 원에 달했다. 경남은행도 횡령액이 595억7120만 원으로 컸다. 이어 NH농협은행 152억8610만 원, KB저축은행 77억8320만 원, 하나은행 64억6810만 원, 모아저축은행 58억9330만 원 등의 순이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