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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때아닌 ‘이스라엘 건국 논쟁’을 벌였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소탕을 위해 레바논 남부 공세를 지속하면서 서방세계와도 더욱 갈등을 빚어 온 가운데 최근 마크롱은 네탸냐후와 날카로운 설전을 주고받아 눈길을 끌었다.
일간 르파리지앵이 마크롱의 15일(현지시간) 국무회의 발언을 보도했다. 네타냐후를 겨냥해 “이스라엘은 자기 나라가 유엔의 결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유엔 결정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근절하겠다며 작전하던 도중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까지 공격당한 것에 대한 논평으로 풀이된다.
이에 네타냐후가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이스라엘 국가 수립은 유엔 결의안이 아니라 독립전쟁에서 많은 영웅적 용사들이 피흘려 거둔 승리로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또 “독립전쟁 참전자 다수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이며 여기엔 비시 정권(1939~45년 나치에 협력하며 존속한 프랑스 정부) 아래 살아남은 사람들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의 아픈 구석을 찌른 셈이다.
네타냐후는 이어 지난 수십년간 유엔에서 수백 건의 반(反)유대적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프랑스·미국이 함께 제시한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안을 네타냐후가 거부한 이후 마크롱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향해 비난 수위를 높여 왔다. 5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공급 중단을 주장하자 다음날 네타냐후가 “이란에 도움을 줄 뿐”이라며 반발했다.
유대인들은 수백년 이민족 지배를 거쳐 완전히 멸망한 이래 약 1900년간 나라 없이 떠돌았다. 압박과 설움을 견뎠으나 홀로코스트 체험 후엔 영토·주권을 가진 국가 건설이 필수불가결함을 절감하게 됐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이들의 국가 건설은 일제 패망 직후 해방 정국을 거쳐 대한민국이 탄생·존속하게 된 과정 이상으로 처절하며 자유민주공화국 시민들에게 주는 영감이 지대하다. 국가란 무엇이고 왜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1947년 11월29일 유엔 총회에서 영국령 팔레스타인 땅 약 56%를 유대인에 분할해 준다는 결의안 181호가 통과됐다. 이듬해 5월14일 팔레스타인 분리독립 확정과 동시에 이 지역 유대인 공동체들과 전 세계에 흩어졌던 유대인들 등이 모여 이곳에서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했다(당시 인구 80만 명 정도). 제1차 중동전쟁 즉 ‘(이스라엘) 건국전쟁’은 그 이튿날 터졌다.
약 10개월간 이집트·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연합군과 싸운 끝에 이스라엘은 지중해와 홍해 바닷가까지 차지하게 됐다. 이스라엘 건국 저지가 목표였던 이 1차 전쟁 이래 중동은 모두 4차례 큰 전쟁을 치렀으나 매번 이스라엘이 이겼고 영토도 크게 늘렸다. 미국의 지원은 큰 역활을 했으며 그 여파로 반(反)이스라엘·반미 테러가 시작됐다.
제2차 중동전쟁은 1952년 발발했다. 쿠데타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이집트 가말 압셀 나세르 정권이 소련과 우호관계을 유지하며 미국·영국과 불편해진 가운데 이집트에서 ‘수에즈운하 국유화’를 선언하자 7월 영국·프랑스가 공군을 동원해 수에즈를 폭격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 가세해 압도적 우위로 나흘 만에 시나이반도를 점령해 버렸다. 그래서 아랍권에선 2차 중동전쟁을 ‘삼국(영·프·이) 침략’이라고도 부른다.
이 전쟁은 세계대전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미국과 소련의 압력 하에 겨우 수습됐다. 다만 이후 1964년경부터 아랍 게릴라 활동이 왕성해졌다. 그 기지가 된 시리아에 대해 이스라엘은 공격의 기회를 노렸다. 아랍 결속의 강화를 이스라엘과의 대결에서 회복하고자 이집트 나세르 대통령이 대군을 시나이반도에 투입해 아카바만(灣)의 봉쇄를 선언했다. 이를 계기로 제3차 중동전쟁이 일어난다. 1967년 6월5~10일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국(이집트·요르단·시리아·레바논 연합)과 벌인 일명 ‘6일 전쟁’이다.
수에즈 운하 봉쇄 당시 막힌 티란해협 탈환이 시급했던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선제공격을 감행했고 이집트 공군을 거의 궤멸시켰다. 제공권을 빼앗긴 이집트군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며 시나이반도에서 철수해야 했다. 강력하고 집요한 국가 수호의 집념에서 이스라엘을 당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전쟁 개시 다음날인 6월6일 ‘즉시 정전’을 결의해 나흘 후 정전이 이뤄졌다. 안보리는 그해 11월 중동분쟁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결의 242호를 채택했다. 네타냐후가 말한 반이스라엘적 유엔 결의안에 이런 것들도 포함된다.
제3차 중동전쟁 때 여세를 몰아 이스라엘은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요르단군을 축출했으며 시리아군을 몰아내고 골란고원까지 점령해 지금까지 실효 지배 중이다. 휴전협정 당시 전사자가 이스라엘군 1000명 미만, 아랍 연합군 2만 명 이상이었다. 전투계획·실행력에 절박감을 장착한 이스라엘이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으며 영토는 세 배 늘어났다.
제4차 중동전쟁이란 1973년 10월6~25일 일명 욤키푸르(속죄일) 전쟁이다. 유대 명절을 기해 이집트의 기습으로 시작돼 아랍 연합군이 초반 승리를 거두기도 했으나 결국 이스라엘 승리로 끝났다. 시리아인 10만 명이 골란고원을 떠났고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 30만 명은 난민이 됐다.
50여년 전의 4차 전쟁에서 이집트와 시리아의 승리가 목전인 듯 했으나 미국의 대대적 지원으로 전황은 뒤집혔다. 소련이 35억 달러를 아랍 연합군에, 미국이 22억 달러를 이스라엘에 쏟아부었다. 30일간 포위됐던 이스라엘에 군수물자를 운반하고자 미국이 5566번 수송작전을 펼친 것도 전쟁사에 유명하다.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이 조만간 제5차 중동전쟁으로 명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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