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러조약’ 비준 향해 전진… 양국 밀착에 불편한 건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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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에 존재감 과시… 美 대선 결과가 변곡점 될 듯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16 16:52:01

▲ 러·북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 조약(북·러조약) 비준을 위한 연방법안이 게시됐다는 소식이다. 내달 5일 미국 대선 결과가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 미·러 관계에 돌파구가 열리면 러시아에게 북한의 효용가치도 대폭 축소된다.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은 북한과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 연방의회 비준을 위한 법안이 게시됐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6월 평양 방문 당시 체결된 이 조약은 쌍방 중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쪽이 군사원조를 제공하며 안보협력을 심화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당시 북·러 관계가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최근 평양 내 무인기 전단 살포 사태 관련해 14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놈들이 책임지라”며 나섰고, 직후 러시아도 북·러조약을 들어 “한반도 위험 상황을 막겠다”며 끼어들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15일 브리핑 때 조약의 의미를 재차 짚었다. 한반도 분쟁에서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하거나 러시아-서방 간 분쟁에서 북한이 러시아 편에 선다는 뜻이냐는 취재진 질문엔 “조약 문구 자체가 꽤 명확해서 추가 설명은 필요 없다”고 답했다.

전날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 역시 북한이 전쟁 상태에 빠질 경우 관련해 조약 제4조에 명확히 기술돼 있다며 “대북 침략행위 발생 시 우리 법과 북한 법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한국 정부는 “사실 여부조차 확인 안 된 일방적 주장을 두둔하며 북한에 대한 주권 침해 및 내정 간섭을 운운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미 북·러조약 비준안을 하원에 제출한 상태이며 네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외교·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달 말까지 차기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우선순위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인기 사태에서 보듯 향후 러시아가 기회 있을 때마다 북·러조약을 빌미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존재감을 과시하려 할 것으로 내다보지만 중국이야말로 현 상황을 가장 불편해 할 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다음달 5일 미국 대선 결과가 주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시각엔 대부분 공감을 표한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전쟁 향배와 함께 동북아 각국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는 “당선 즉시 우크라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어떤 형태로든 미·러 관계에 돌파구가 열리면 러시아의 대북 밀착 필요성이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