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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국자들이 형사처벌 가능성...'))
제47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명실공히 압도적 승리를 거둔 현실에 민주당과 강성 지지자들만 충격을 받은 게 아니다. 법무부 및 그 산하 연방수사국(FBI) 당국자들이 형사처벌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수차례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당선인이 법무부 개혁을 공언하며 법무장관에 최측근 충성파이자 저돌적 달변가인 맷 게이츠 전 연방 하원의원을 지명하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를 ‘앙갚음’ ‘정의 구현’ 어느 쪽으로 해석할지는 유권자들 몫이다. 미 NBC방송이 1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보복성 형사 조치가 곧 닥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법무부·FBI 전·현직 고위 관리들이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변호사와의 접촉을 개시한 한 전직 FBI 고위 당국자가 트럼프 취임 이후 긴 시간 엄청난 변호사 비용이 들어갈 법적 분쟁과 의회 조사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할 상황임을 토로한 대목에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FBI 해당 당국자는 NBC에 “우리가 한 일은 모두 공정했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게이츠 지명자의 상원 인준을 저지하기 위한 기류도 감지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근무했던 법무부 전직 관리는 게이츠가 2020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FBI 수사 대상에 올라 있음을 들어 “그는 트럼프의 사면권이 자신의 보호막일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며 트럼프 역시 게이츠가 자기 시키는 대로 하리라 확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본인과 측근들·열성 지지자들은 그를 향한 모든 수사가 재선 도선을 저지하고자 정치적으로 이뤄졌다면서 이에 관여한 법무부·FBI 당국자들이 기소돼야 마땅하다고 목소리 높여 왔다. 백악관 공보국장 내정자 스티븐 청 대선캠프 대변인은 “(트럼프를 둘러싼 사건들이) 모조리 가짜, 당파적·위헌적 마녀사냥”이라며 “민주당의 모든 사기극과 마찬가지로 전부 기각돼야 한다”고 단언한 바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와 FBI 당국자들은 트럼프 수사가 정당하게 이뤄졌다면서도 다수의 미국인이 ‘법무부=부패의 온상’이라는 트럼프 측 설명을 신뢰한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트럼프에 가해진 일련의 법적 조치들이 미 역사 통틀어 전직 대통령을 향한 전례 없는 압박이자 무례한 방식이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딥 스테이트’(선출되지 않고 특권을 누리며 국정에 깊이 관여하는 사람들)가 정식 정치학 용어로 자리잡은 가운데 이른바 이들 ‘딥스’의 한 축이 법무부라고 트럼프 진영에선 여겨 왔다. 이들 ‘딥스’와 하나된 민주당 글로벌리스트와 공화당 네오콘을 ‘워싱턴의 늪’으로 통칭하며 서민·중산층을 위해 쓸어버리겠다고 다짐한 것이 트럼트 정치입문의 변이자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골자다.
2015년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래 성공한 사업가·방송인으로 칭송받던 ‘셀럽 트럼프’는 돌연 주류 언론의 공적(公敵)이 됐다. 재임 시절부터 언론과의 적대적 관계는 유명하다. SNS를 통한 대(對)국민 소통 즉 트위터(현 엑스) 정치가 불가피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5월 뉴욕 법원에서 입막음돈 관련해 유죄 평결이 나자 후원금은 늘어났고, 8월 기밀문서 반출 혐의로 플로리다 팜비치 자택을 압수수색 당할 때 지지자들이 대거 몰렸다.
입막음돈 지불 자체는 죄가 안 된다. 다만 해당 사인이 여성 측의 일방적 주장에 의한 것이며 변호사가 상황을 수습하고자 알아서 손을 쓴 것이라고 트럼프는 말해 왔으나 돈이 서류상 회사 비용으로 처리된 결과적 책임을 물어 트럼프를 기소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퇴임 시 들고 나온 문서들 또한 재임기 대통령 권한으로 이미 기밀해제된 것들이라고 한다.
NBC는 게이츠가 차기 법무장관이 돼 트럼프에 대한 연방 수사가 불법이었음을 밝힐 특별검사를 임명하면 법무부나 FBI 공무원들이 세금·마약 등 트럼프 수사와 무관한 개인 비리까지 털릴 수 있음을 두려워 한다고 짚었다. 가까운 실례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6년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 당시 본안은 무혐의로 끝났으나 탈세·사기 혐의 등 별건으로 여러 트럼프 측근이 기소됐다. 존 더럼 특검 역시 트럼프 재임기 중앙정보국(CIA)과 FBI의 활동을 수년간 조사했지만 단 1건의 유죄를 끌어냈을 뿐이다. 그러나 피조사자들은 거액의 법률 비용 감당 등 물심양면으로 시달려야 했다.
한편 게이츠의 처신과 이미지를 깎아내릴 만한 뉴스들이 쏟아지며 “상원 인준에 먹구름”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으나 트럼프가 ‘(상원) 휴회 임명’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휴가 등으로 상원 휴회 중일 경우 대통령 직권으로 각료 임명을 할 수 있게 한 헌법적 권한을 말한다.
스티븐 길러스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게이츠 지명을 “복수의 시작” “잭 스미스 특검의 2차례 기소에 대한 보복”으로 표현하며 법무부를 “트럼프의 ‘모디딕’”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때 ‘백경(白鯨)’이란 제목으로 통했던 허먼 멜빌의 유명 장편소설 ‘모디딕’은 주인공 에이허브 선장이 자신의 한쪽 다리를 앗아간 흰 향유고래 모비딕을 향한 집념어린 복수의 실행을 줄거리 삼아 인생·자연에 관한 통찰과 깨달음을 이끄는 서구 문학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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