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이미 공개됐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답을 못 본 척 외면한 채 엉뚱한 곳을 헤매는 중이다. 본질을 짚는 게 그렇게 두려운 일인가. 지난주 내내 부글부글댔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얘기다. 고압적 태도의 중국이야 그렇다 쳐도 핵심 짚는 걸 회피하는 듯한 한국의 이중적 태도도 정말 미덥지 못하다.
8~10일 박진 외교부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이른바 사드 ‘3불(不)1한(限)’을 둘러싼 두 나라 갈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터질 게 터진 것이다. 중국은 3불1한을 한국이 선시(宣示·널리 알린다)했다고 떠벌이는 반면 우리는 그걸 부인하는 데 급급하다. 용산 대통령실이 “이달 말 사드 기지 정상화” 일정을 공개한 것도 나름 외교·국방 정상화 의지의 표현이겠지만, 그렇다고 이 분쟁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는 데 성공할까. 그럴 것 같진 않다.
지금 소강상태 국면에서 우리 행동도 충분히 전략적이지 못하다. 양국 수교 30주년(24일)을 전후해서 갈등이 추가 폭발할 경우 대응책은 뭔가. 지금 우리는 신나게 공포탄만 쏘아 올린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지목되는 김기현 의원은 “중국은 한국이 3불1한을 약속했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권은 매국(賣國)한 것에 다름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회 외통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12일 “문 정권이 (중국과 무슨) 이면합의를 했나?”를 물었다. 하지만 이게 전부다. 한·중 외교 거래의 진실을 확인하는 그 다음 액션을 결코 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고얀 상황에서 오늘 재삼 전모를 밝히자면, 지난주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더불어민주당과 중국공산당은 2017년 1월 결코 해서는 안 될 외교 밀약을 맺었다. 그때 3불1한을 포함한 대중국 협조를 약속했다.
그게 본질이고 핵심이다. 대한민국의 공당(公黨) 민주당이 중국의 내정간섭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불장난을 한 것이다. 즉 5년 전 한·중 밀약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당시 막 진행 중이던 박근혜 탄핵정국 와중에 자신들이 권력을 잡고 싶으니 도와달라고 중국에 먼저 요청했다. 당시 주말마다 시위현장에 중국 유학생 대거 동원과 자금·댓글 지원을 했다는 의혹이 파다했다. 민주당은 반대급부로 사드 배치와 운용을 포함한 양국 간 주요 현안에서 중국의 뜻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당시 한·중 야합의 당사자가 그때 중국을 방문했던 송영길 등 민주당 의원 7명이고, 카운터파트너는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라는 것까지도 밝힌 바 있다. 그런 주장의 근거로 당시 국내 보안방첩기관 중의 한 곳에서 송영길·왕이 밀약의 움직임을 탐지했고 그걸 보고서 형태로 기관 윗선에 두 차례에 걸쳐 올렸다는 것도 다 공개했다.
생각할수록 엄청난 일이다. 추악해도 이렇게 추악할 수 없다. 민주당이 뭐라고 강변하던 송영길·왕이 밀약은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 정말 나라 팔아먹는 차원의 국기문란·외교농단을 저질렀고, 중국의 내정간섭을 유도한 매국행위가 맞다. 그래서 답답하다. 윤석열정부는 왜 그 무서운 외교 스캔들을 문제 삼지 않는 것일까. 이렇게 언론에서 공론화해도 그들은 국정 정상화의 의지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지지율 하락에 눌려 앞으로 아무 일도 하지 않기로 작심한 것인가. 세상이 알 듯 문재인 정권은 기무사를 해체하기 위해 실체가 전혀 없던 계엄령 선포 검토 건까지 들먹였다. 그걸 적폐청산입네 뭐네 부풀리고 국민을 속이며 거의 범죄적인 군 무력화 음모까지 꾸몄다. 그런 게 한둘인가. 그에 비해 윤석열정부는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을 줄도 모르는가.
12일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외교의 원칙은 오로지 국익임을 재천명했고 그 발언으로 사드 정상화 의지를 천명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너무 공허하고 추상적이다. 그 전 외교부와 국정원이 나서고 검찰이 송영길·왕이 밀약설의 전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관련 수사에 착수하는 입체적 전략을 구사했어야 옳다. 그랬을 경우 대통령의 발언에 무게가 확 실렸고 정국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았을 것은 물론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번 ‘송영길·왕이 밀약 사건’은 서해 공무원 월북 조작 사건, 탈북자 강제 북송 사건보다 크다. 지금보다 혼란스럽던 구한 말 상황에서 명성황후도 중국과 이렇게 막 돼먹은 외교 거래는 하지 않았다. 명성황후 세력의 핵심인 민영익이 당시 실세로 청나라 수족 노릇을 하면서 개화파를 탄압했다. 하지만 그도 이렇게 청나라에 몽땅 매국을 하진 않았다.
재삼 밝힌다. 5년 송영길·왕이 밀약의 진상이 다 알려질 경우 나라 ‘팔아먹은’ 민주당에 대한 민심은 들끓을 것이다. “그게 공당이냐? 예전 통합진보당 해산처럼 해체가 답이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올 것이다. 정말 궁금하다. 28일로 예정된 당 대표 이재명의 등극을 멀거니 바라만 보고 있는 무기력한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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