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정산 대금으로 슈퍼카 산 오너일가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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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사익추구 세무조사… 37명 대상 조사 후 檢 고발
일감 몰아주기부터 자본시장법 위반까지… 자기 배 불리기 ‘백태’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27 11:51:59

▲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불공정 사익추구 오너일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국세청

한 플랫폼 운영업체는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정산할 대금을 수시로 지연하면서도 업체 사주 일가는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구매하고 피부 관리비 등으로 수억 원을 사용했다.

제조 및 수출업을 영위하는 한 국내 법인 ㈜A의 오너일가는 사주 개인 명의 요트의 유지비를 법인 자금으로 부담하고 자녀 명의의 페이퍼컴퍼니에 ‘통행세’ 형식의 이익을 제공했다.

국세청은 27일 오너일가의 불공정 사익추구 행위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기업 이익을 독식하면서도 정당한 세금을 회피한 탈세혐의자 37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회사 돈을 ‘내 돈’처럼 사용(14건) △알짜 일감 몰아주기(16건) △미공개 기업정보로 부당이득(7건) 등의 형태로 부당 이익을 독식해 왔다.

회사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며 호화생활을 누린 오너일가의 사례를 보면 고가의 법인 자산을 취득해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오너일가 자녀의 해외 체류비･사치비용을 법인이 부담하는 식이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들이 사적으로 이용한 혐의가 있는 재산 규모는 고급 주택·고가 사치품 등은 총 1384억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일가 지분이 많은 계열사나 자녀가 운영하는 법인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도 발각됐다. 일례로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법인 ㈜B의 경우 사주 자녀가 대주주인 누적 적자 상태의 다른 법인 ㈜C에 주요 거래처(사업 기회)를 여러 개 제공하며 C사는 단 1년 만에 매출액이 수십 배 급증했던 경우다.

국세청은 “돈이 되는 알짜 일감을 자녀 회사에 몰아주는 것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경쟁을 통해 얻을 사업 기회를 빼앗는 행위”라며 “사주 자녀에게 ‘재산 증식 기회’를 몰아주며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 자녀들은 5년 만에 재산이 평균 1036억 원(최대 6020억 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공개(IPO)·신규 사업 진출 등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하게 시세차익을 얻은 오너 일가도 있었다.

실제 적발 사례를 보면 한 제조업체 오너일가의 경우 자녀에게 자금을 지원해 상장 추진 중인 계열사의 주식을 취득하도록 했다. 이후 해당 계열사를 상장시켜 주가가 급등하면서 취득가액 대비 수십 배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증권시장에서 시세차익을 얻는 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혐의를 받는 이번 세무조사 대상 기업 및 오너일가들은 위장·무신고 등 편법을 사용해 관련 세금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그간 수집된 대내외 정보자료·금융추적·디지털 포렌식 등 가용한 수단을 적극 활용해 사기나 부정한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예외 없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범칙조사로 전환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