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부터 개성공단 전력공급용으로 남측이 지어준 송전탑 철거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전탑이 철거된 개성공단은 북한에서 남한이 시행한 최초의 공단으로 남북경협사업의 의미가 있다. 2016년 2월10일 전격 폐쇄가 이뤄진 이후 재개 여부가 조율됐으나, 북한의 이번 조치로 인해 재개 가능성의 싹이 잘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지만, 이의 적극 대응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7일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KIDA) 선임연구원은 스카이데일리에 “개성공단을 재개한다거나 앞으로 남북 관계 회복할 마음이 없음을 과시 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국민 세금을 투자해 세운 송전선을 끊어낸 것은 상호 신뢰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개성공단은 기본적으로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전체의 경제적 이익 도모와 평화 증진 등의 다목적성을 두고 세워진 것인데, 북한은 개성공단 수익을 무기 개발 등에 활용할 수도 있어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가 우려된다”라고 강조했다.
개성공단은 2004년 첫 생산을 시작한 후, 5만 명이 넘는 북측 노동자와 3000여 명의 남측 업체 관계자들이 한 공간에서 근무했다. 2016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4차 핵실험 직후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했던 박근혜정부는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된다’라고 사유를 밝힌 바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피해액은 기업 추산 1조5000억원으로 정부 추산 7861억원에 달한다.
북한이 이번에 끊기 시작한 송전선은 개성공단으로 전력을 공급했다. 송전선은 문재인정부였던 2018년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와 함께 다시 송전 했다. 2020년 6월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이 지속하자 북한이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부턴 전기공급이 끊겼다.
전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송전탑 하나에는 6가닥의 고압선이 있고 지지하는 선이 2개가 더 있는데 그 선을 자른 것이다. 첫 번째 송전탑에서 선을 자른 것이다. 송전탑은 우리 자산으로 한전KPS가 2007년 1월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총 48기의 송전탑을 완공했다. 북측에는 개성공단으로 연결되는 경의선 북쪽 구간에는 송전탑 15기가 수백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북한은 조만간 추가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데, 송전 철탑까지 철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고압선에는 구리가 많아 군 당국은 군사적 활용 가능성도 시사한 상황이다. 관련해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상태다.
정부는 이를 불법적 재산권 침해라고 규정하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적극적 대응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폐쇄된 개성공단 설비 혹은 장비 등은 지금 북한에서 재활용하여 사용하고 있다”라며 “송전선 해체는 남북 관계 단절을 과시하는 정치적 상징성이 있고, 송전선의 구리 선도 해체 후에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재산권 침해 주장과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오 위원은 “앞서도 식량 지원 차관도 돌려받지 못했다. 북한에서 우리 재산을 처분하더라도 재산권에 관한 법 조항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사실상 돌려받을 수 있는 방식이 없다”라고 했다.
2020년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통일부는우리 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에도 북한에 손해배상 소송 등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지만, 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하 경문협)을 대상으로 해서 북한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가 재판 승소 시 집행하는 게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북 송금이 막힌 이후 경문협은 올해 기준 18억 여 원의 북한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를 공탁한 상황이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완전한 단절’을 언급한 후 지속해서 물리적 단절 조치를 해오고 있다. 올해 3월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했다. 4월에는 경의선 도로의 가로등을 철거하면서 육로 연결도로의 불능화 조치를 이어갔다. 지난달 15일에는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와 철도 선로 일부를 폭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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