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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우리는 지금 나라가 좌·우로 갈려 대립하는 가운데 사상적으로 양분된 혼돈의 시기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내 사상의 지도를 펼쳐 우익과 좌익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소모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대신 ‘대세(大勢·대한민국 세력)’와 ‘반대세(反大勢·반대한민국 세력)’의 개념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로써 우리 앞에 놓인 나침반이 가리켜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베네수엘라 주민자치회 모델
문재인 정권이 전국 읍・면・동에 설치한 주민자치회는 베네수주엘라 주민자치회를 원용한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리나라 좌파세력이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통치방식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발간한 책,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사를 다시 쓰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1998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2000년 들어 사회주의체제로 변혁하기 위해 49개의 법률을 통과시켰고, 영구집권을 위해 마을을 장악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먼저 적군과 아군을 확실히 구분했는데, 적군에게는 적폐 청산이란 명분으로 탄압을 가하고 아군에게는 권력을 분배하고 복지정책을 나누었다.
‘미국‧자본주의‧재벌’을 3대 악으로 규정한 차베스
차베스는 또한 ‘미국‧자본주의‧재벌’을 3대 적으로 규정했다. 특히 “산유국 1위 베네수엘라의 돈은 다 어디로 갔는가? 그동안 부자들이 다 가져갔다”며 가난한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재벌은 악, 노동자는 선’으로 규정하며 재벌해체를 주장했다.
차베스는 “나의 사령관 차베스, 나의 대통령 차베스”를 외치며 열렬히 추종하는 ‘볼리비안 서클’에게 권력을 나눠 주어 마을의 주민자치회를 주도하도록 했다. 볼리비안 서클은 우리나라의 ‘노사모’ ‘문빠‧대깨문’ ‘개딸’과 유사한 일종의 정치인 팬덤 그룹이다.
차베스는 이 볼리비안 서클을 통해 주민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선거 때마다 승리, 영구집권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복지 포퓰리즘 정책으로 무상교육‧무상의료 등을 시행했다. 과도하게 교사를 채용했는데, 당시 베네수엘라에선 교사 수가 차베스 집권 10년간 6만5000명에서 35만 명으로 급증했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부국의 몰락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이 세계 1위로,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매장량이 많은 부자 나라였다. 그런 나라가 1998년 차베스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사회주의 체제로 바뀌면서 외국기업 이탈, 국내기업 쇠퇴, 복지・분배정책 남용과 초인플레이션 발생 등으로 점차 경제가 파멸 상태로 치달았다.
2018년 물가상승률은 연간 600배에 이르렀으며, 화폐개혁 등 완화 조치를 취한 뒤인 2021년에도 연간 6배에 이르렀다. 이런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앞에선 기업 생산과 유통이 불가능하다. 화장지 한 통을 사기 위해 가방 한가득 돈을 가지고 가야 한다. 중산층조차도 쓰레기통을 뒤지고, 국민의 20%가 먹고 살기 위해 해외로 나갔다. 살인율 세계 1위라고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베네수엘라 국민이다. 차베스 정권이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갔으면 대안 정치 세력을 키우고 그들에게 표를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베네수엘라 국민은 무려 4선의 차베스 대통령과 그의 러닝메이트 마두로에게 계속 표를 던지는 걸까. 언론은 물론 학자들도 그 원인을 정권이 국민에게 선심성으로 돈을 푸는 포퓰리즘 정책을 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주민자치회의 숨은 기능
보다 근본적인 요인은 좌파 세력이 마을을 장악하도록 한 주민자치회에 있다. 주민자치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 등 경제가 몰락한 상황에서 주민들은 마을을 장악한 좌파 세력에게 잘못 보이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마을의 통제권과 경제권을 장악한 그들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좌파의 영구집권이 가능한 것은 바로 차베스-마두로 정권에 충성하는 좌파 세력에게 마을통치권을 분배해 주민을 장악하도록 한 데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노무현 대통령을 추종한 노사모 등 586 좌파 세력은 사회주의 체제로의 변혁을 위해서는 마을을 장악해야 한다는 베네수엘라 통치 방식에 주목했다. 이들은 베네수엘라 통치 전문가들을 초청해 배우거나 베네수엘라 등 각국 사회주의 모델을 연구하는 세미나도 수시로 개최했다.
2003년 2월 이후 노무현정부 5년간 586 좌파 세력은 참여민주주의‧직접민주주의‧풀뿌리민주주의 등을 내세우며 정치‧행정 참여‧지방자치 참여 등 인민 민주주의식 대중 참여 운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노선에 따라 귀촌‧귀농 운동, 마을학교 개설, 마을기업 개설, 좌파 마을공동체 만들기 등 마을 운동 붐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2000년대의 귀촌‧귀농 운동과 좌파 세력의 지방 확산
2002년 이후 서서히 도시를 떠나 지방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귀촌‧귀농 운동이 일어났다. 일자리가 줄어든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회귀한 것이다. 이러한 귀촌‧귀농 운동은 노무현정부 들어 본격화되었는데, 200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것은 좌파 성향 인사들이 주도했다.
좌파 세력은 2008년 5월 이후 3개월간 광화문광장에서 광우병 촛불시위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불안 심리가 만연했다. 이 사건은 미국산 쇠고기에 그치지 않고 외국산 수입 먹거리 전체에 대한 불신과 함께 국내산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 또한 이와 함께 유기농 농업과 축산업을 하는 귀촌‧귀농 인구가 더욱 늘어났다.
지방 마을로 들어가 정착한 좌파 인사들은 마을 주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좌파 성향 유통망들을 통해 판매해 주는 등의 노력으로 마을 주민의 민심을 얻었다. 지역에서 마을학교‧협동조합 등을 운영하며 능력도 인정받아 이장직을 차지하는 등 유지로 성장해 갔다. 이들은 지역 내 영향력과 유권자의 표심을 주도하고 있어 정치인들이 이들과의 연대와 교류를 무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강원도‧충청도는 물론 경상도 등 보수적 농촌까지도 서서히 그들에게 우호적 성향과 문화로 바뀌어 간 것이다.
좌파 성향 교육공동체‧경제공동체 확산
2000년대 들어 좌파 세력은 수도권에서 지방 도시‧마을 등 대한민국 하부로 확산해 갔다. 이때 주민들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마을학교 등 교육공동체와 협동조합‧사회적기업 등 경제공동체를 주로 활용했다.
이제 우리는 전국 각지에서 설치된 다양한 좌파 성향의 교육공동체를 주목해야 한다. 좌파 성향의 교육감들이 주도해 2011년부터 설치한 혁신학교는 물론, 그 이전부터 만들어진 대안학교들도 지역별로 좌파 성향을 확산하고 활동가를 양성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마을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마을학교는 좌파 학생들을 배출해 사회주의 사상을 마을 속으로 지속 전파하는 인큐베이터가 되고 있다. 이러한 기반 위에 주민자치회‧좌파 마을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좌파 세력의 경제 생태계
좌파 세력의 경제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로는 대형 생협‧다양한 소형 협동조합‧사회적기업 등이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대형 소비형생활협동조합(생협)이 있는데 이것은 1990년대 말부터 좌파 진영에서 만들어 확산시키기 시작했다. 이 중 잘 알려진 아이쿱생협도 1998년 좌파 6명이 만들었으며, 2007년 광우병 파동 때 매출이 5∽6배로 급신장해 매출액 5000억 원의 전국 매장을 거느린 대형 생협으로 우뚝 성장했다.
대형 생협으로는 아이쿱생협‧한살림‧두레연합‧대학생협연합회‧행복중심생협 등이 있다. 이들은 유기농 농산물 유통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각 지역별 매장 등 전국 조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대형 생협은 좌파 성향의 다음과 같은 상생 네트워크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생협이 농촌의 좌파 생산자들의 농산물을 구매하며 △좌파 인물들을 직원으로 채용한다. △좌파 성향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해 준다.
이러한 성공적인 대형 생협이 신생 좌파 협동조합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멘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경북대 법과대 행정학과·동 대학원 졸업
△국가정보원 27년 근무(1990∼2016)
△국가정보대학원 정신교육 담당 교수 17년(2000∼2016)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책임연구위원
△자유수호포럼 공동대표
△주민자치법반대연대 대표
△한국자유총연맹 정책자문위원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
△주요 저서
‘분류한국사(성민사)’ ‘한국사(박영사)’ ‘반대세의 비밀, 그 일그러진 초상(인영사)’ ‘6·25동란과 트로이목마(인영사)’ ‘교양분류한국사(인영사)’ ‘박정희 대통령 100대 치적(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종북세력과 위기의 대한민국(대추나무)’ ‘주민자치기본법, 공산화의 길목(대추나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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