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소동’에 환율 널뛰고 주가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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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도에 코스피 1.44% 급락… 환율도 한때 1446원까지 올라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04 15:48:00

▲ 4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44% 하락한 2464.00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 중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및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비상계엄 소동에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는 외국인이 대거 순매도에 나서며 2400선으로 다시 밀려났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밤 40원 넘게 급등하며 금융위기 수준인 1446원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유동성 공급 등 시장 안정화 조치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44% 하락한 2464.00로 장을 마감했다. 2거래일 만의 다시 2400선이다. 이날 코스피는 2450.76으로 출발한 뒤 소폭 회복했다가 이내 다시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때 2442.46까지 하락하며 이달 들어 최저치를 찍었다.

외국인이 하락장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날 4092억 원을 순매도했다. 전날 7969억 원을 사들였으나 하루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기관은 234억 원, 개인은 3341억 원을 순매수했다.

대형주들이 부진했다. 시가총액 상위 15위권 종목 중 3곳(SK하이닉스·기아·고려아연)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 마감했다. 신한지주가 6.56% 떨어지며 폭락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았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도 0.93% 떨어졌다. KB금융(-5.73%)·삼성생명(-4.40%)·NAVER(-3.11%)·현대차(-2.56%)·셀트리온(-2.09%)·LG에너지솔루션(-2.02%) 등의 순으로 하락 폭이 컸다.

코스닥 지수는 1.98% 내린 677.15로 장을 끝냈다.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외국인 155억 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증권가는 비상계엄 선포 후 해지 사태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에 상장된 한국 상장지수펀드(ETF) EWY 등 금융시장의 가격 레벨이 전날 장 마감 당시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점 자체가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며 “한국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태이므로 향후 단기적으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도 “계엄령은 해제됐으나 법리 논란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식·펀드 등 자금 이탈 우려가 상존하며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며 “외인들도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투자금 일부 회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환율도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41분 하나은행 기준 전날보다 7.1원 내린 1410.4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1417.50에 거래를 마친 환율은 전날 자정쯤 1446.50원까지 급등했다. 1446.50원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5일 거둔 1488원 후 16년여 만에 최고치다.

환율과 관련해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급등했던 환율은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로 새벽 2시 종가 기준 1420원대로 소폭 안정되며 상승 폭을 일부 반납한 상황으로 추가 상승 폭을 되돌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국내 자산의 매력도 하락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으로 하방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비정례 RP매입으로 단기유동성 공급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금융·외환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해 나갈 방침이다. 한은은 이날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해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비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시작해 단기유동성 공급을 확대한다. 원화 유동성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내년 2월 말까지 RP매매 대상 증권·기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필요시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을 실시하고 채권시장과 관련해서 국고채 단순매입·통안증권 환매를 충분한 규모로 실시한다.

또 한국은행법 제64조 및 제80조에 의거한 대출이 필요한 경우 금통위 의결을 거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아울러 외화 RP 등을 통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고 환율 급변동시 다양한 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한다. 원활한 지급결제를 위해 금융기관의 순이체한도 확대 및 담보 설정도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한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양호한 펀더멘털과 강건한 대외건전성으로 시장심리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금융·외환시장 상황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추가 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