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자치가 분노·자괴의 동의어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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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지방의원 44%나 항공권 위조 차액 챙겨
민선 동해시장 4명 모두 사법 처리 흑역사 참담
행정 전문가한테 단체장 맡기자는 의견 나오기도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9 00:02:01

세계화·지방화는 시대 흐름이다. 1991년 지방의회, 1995년 단체장 선거가 직선제가 되면서 지방자치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 지방자치는 다수 단체장들의 위민행정 실천과 지방의원들이 입법 활동·예산 심의·행정사무 감사 등에 힘써 ‘동네 일꾼’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했다.

지방자치제는 지역 주민의 요구에 따라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식을 고취함으로써 그들의 부담을 정당화할 수 있다. 또한 지역 간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등 많은 이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일부 단체장들이 지역 토호들 및 선거 캠프 인사들과 ‘짬짜미’해 암암리에 이권 개입과 공정성이 결여된 인사를 행하는 등 비위가 적지 않다. 부패비리 행태는 다양하다. 심규언 강원 동해시장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최근 검찰에 구속됐다. 이에 따라 1995년 선거로 뽑힌 동해시장 4명은 모두 사법처리 되는 흑역사를 쓰게 됐다.

심 시장은 동해시 출연기관인 북방물류산업진흥원이 2021년 이후 한 기업에서 받은 대게마을 활성화 기금 일부를 개인 자금으로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지방단체장의 비위 행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기 용인시장으로 재직하며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고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정찬민 전 국회의원은 대법원이 실형을 확정함에 따라 23년 5월 의원직을 잃었다. 정 전 의원은 상고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자로서의 윤리 의식 결여도 비판 대상이다. 문헌일 전 구로구청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백지신탁하지 않고 10월에 사퇴를 택했다.

일부 지방의회 의원들의 부패 비리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해외 출장을 가면서 항공권 금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실제 경비보다 많은 예산을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부풀린 경비 등으로 축구경기장이나 루브르박물관 등 관광지를 다녀갔고, 화투나 숙취해소제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243개 지방의회 의원들이 2022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다녀온 해외 출장 915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중 405건(44.2%)에서 항공권을 위조해 경비를 부풀린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법으로 충청남도 의원들은 2022년 네덜란드와 벨기에 출장을 가면서 1인당 338만 원인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예약한 뒤 예산을 청구할 때는 항공권을 포토샵 등으로 위조해 338만 원짜리 이코노미석 항공권을 예약한 것처럼 꾸몄다. 이후 비즈니스석 항공권 예약을 취소하고, 1인당 164만 원인 이코노미석 항공권을 발권해 차액을 챙겼다.

외유성 출장은 진부한 얘기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외유성 출장이 만연한 이유에 대해 해외 출장을 심사하는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고 자성할 필요가 있다. 각 지방 행정을 책임지는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주어진 책무를 다해야 한다. 특히 다수 지방의회 의원들의 도덕성 제고가 시급하다. 의장단 나눠먹기 자리 다툼·거짓말·도박·부패 비리·성매매 및 유사성행위 의혹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의원들이 끊이지 않는다. 주민을 위해 집행부를 상대로 정책과 예산 등을 꼼꼼하게 세우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원이 오히려 주민의 원성을 사고 있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행정전문가로 단체장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단체장 권한을 부단체장이나 지방의회에 대폭 분산하자는 전문가들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겠는가.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성숙했어야 할 지방자치가 분노와 자괴의 동의어가 돼선 안 되겠다. 중앙정부와 국회·지자체가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인 지방자치 선진화를 위해 힘써야겠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