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가에서는 양약과 한약 간 일반의약품 판매 권한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약사 단체는 한약사가 면허 범위를 벗어나 양약 성분의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위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한약사 단체는 현행법상 약국 개설자 누구나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며 맞선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부딪히는 근본 원인은 법 조항의 모호함에 있다. 현행 약사법 제2조 제2항은 약사는 한약에 관한 사항 외의 약사에 관한 업무(한약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담당하고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면허 범위를 구분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면 한약사가 일반 약사가 취급하는 일반의약품을 다루면 면허 범위를 벗어난 행위가 된다.
하지만 약사법 제20조 제1항에 따라 약사뿐 아니라 한약사도 약국 개설 자격을 가진다. 제50조 제3항 등 판매 관련 규정에서는 약국 개설자라면 의사의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면허 범위를 정의한 조항과 판매 권한을 규정한 조항이 충돌하면서 법적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태다.
문제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3년 약사의 한약 조제권을 두고 한의계와 약학계가 정면 충돌하자 정부는 1994년 약사법을 개정하고 한약사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향후 한의약 전문성을 강화하고 의약분업과 마찬가지로 한방의약분업을 단계적으로 실현하겠다고 추진된 조치였다.
그러나 핵심 고리였던 한방의약분업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정체 상태다. 정부가 갈등 해결을 미루는 사이 현장의 기형적인 구조는 고착화됐다. 한의원은 진료 후 직접 한약을 지어 처방하고 정작 한방분업을 위해 배출되었으나 갈 곳을 잃은 한약사는 일반 약국을 차려 생존권을 건 소모전만 벌이고 있다.
현장의 한 약사는 “한약학과가 생긴 이유가 한의약분업 때문인데 그게 이뤄지지 않으니 ‘낙동강 오리알’이 된 한약사를 살리기 위해 일반의약품 판매를 허용하는 느낌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면허 범위 준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할 보건당국이 일관된 기준 없이 모호한 입장으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한약사 개설 약국에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지 말라는 공문을 발송했다가도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가 면허 업무 범위 위반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약사와 한약사 간 소모적 갈등을 멈추고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보건당국은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 범위에 대한 명확한 행정 지침을 제시하고 약사법 조문 명확화와 한약사 제도 재정비 등 근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방치된 제도 속에서 약사와 한약사의 대립을 막고 모두가 본연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상생하도록 당국의 결단과 중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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