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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계의 가장 큰 투자 행사 중 하나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막을 내렸다. 매년 1월 전 세계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로 국내 기업들도 대거 참여했다.
실제로 올해 행사에서 진행된 1대 1 비즈니스 미팅 요청 건수는 약 3만 건. 이 중 1만2000건이 성사됐다고 JP모건 측은 밝혔다. 공식 발표된 531개 기업의 총 시가총액은 9조6000억 달러(약 1경2800조 원)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행사 그 이상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흐름을 가늠하는 장이자 국내 기업에게도 기술이전·투자 유치·협력 확대 등의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의미한다.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열릴 즈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보도자료를 쏟아 낸다. ‘기술이전 논의’ ‘성장 전략 발표’ ‘글로벌 빅파마와 미팅’ ‘생산시설 확충’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키워드들로 가득하다. JP모건 참가만으로도 기업 가치가 상승하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며 일부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하기도 한다.
그러나 행사가 끝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행사 전 장밋빛 발표를 했던 기업 중 상당수가 추가 후속 자료를 내놓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 수치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매년 반복되는 흐름을 보면 JP모건에 참석한 국내 기업 중 절반 이상이 컨퍼런스 이후 공식 발표를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업계와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JP모건 컨퍼런스 이전에는 화려한 청사진을 내놓고 이후에는 조용히 묻혀 버리는 행태가 반복되다 보니 기업의 JP모건 활용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기업들은 JP모건 컨퍼런스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한양행은 폐암 신약 ‘렉라자’의 최신 데이터를 파트너사인 존슨앤드존슨을 통해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JP모건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전략을 공개했다. 올해 1분기부터 항체-약물접합체(ADC) 위탁개발생산(CDMO)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며 연내 6공장을 착공해 생산 역량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SK바이오팜·롯데바이오로직스·휴젤 등 다수의 기업이 연구개발(R&D) 전략과 신약 개발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문제는 성과를 공유하지 않는 기업들이다. JP모건 컨퍼런스 참석 전에 거창한 홍보를 해 놓고 이후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침묵하는 행태는 결국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투자자들은 화려한 ‘기대감’이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와 객관적인 후속 발표를 원한다.
JP모건 컨퍼런스에서 중요한 것은 참석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를 얼마나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공개하느냐 하는 것이다. ‘기술이전 논의 중’이라는 애매한 문구만 남긴 채 아무런 추가 발표가 없는 기업들이 과연 실제로 글로벌 협력을 이루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컨퍼런스가 끝난 지금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성과를 피드백해야 할 타이밍이다. 단순한 ‘홍보성 기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협의 결과·후속 진행 상황·향후 일정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홍보가 끝난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가치를 평가받을 순간이다. 행사 전에는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 행사 후에는 조용히 사라지는 일을 기업들이 반복한다면 결국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는 JP모건 활용법을 바꿀 때다.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치를 인정받던 시대는 지나갔다. 성과를 남겼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기업만이 글로벌시장에서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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