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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는 다리 모양이 대나무처럼 곧고 마디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절대 커다란 게라는 뜻이 아니지만 한자를 대(大)게로 오해할 만큼 크고 먹음직하다.
늦가을에서 초봄까지 경북 울진은 대게가 제철이다. 때맞춰 울진군 후포항에서는 28일부터 3월3일까지 나흘간 ‘2025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열린다.
예전엔 ‘영덕대게’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는데 언제부턴가 ‘대게’ 하면 울진을 떠올리게 됐다. 사실 울진은 조선 시대부터 대게 산지로 유명세를 떨쳤다.
일설에는 수라상에 오른 울진대게를 임금님이 어찌나 맛있게 드시는지 코와 입에 묻는 것을 모르고 먹는 모습이 보기 추하다 하여 신하들이 일부러 진상치 못하도록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금영이 상어지느러미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자 최상궁이 울진에서 올라온 대게를 찢어 상어지느러미탕처럼 만들면 된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임금님도 허겁지겁 드시던 울진대게
우리나라 대게는 대개 경북·강원 일원의 동해안에서 잡힌다. 그중에서도 울진군 평해읍 거일마을 왕돌초 주변 해역이 주산지다. 어획량에 있어 울진 지역이 영덕을 월등히 앞지름에도 영덕이 대게 산지로 알려진 데는 이유가 있다.
울진은 지금도 오지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일제시대에도 온 사방이 산으로 막혀 교통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나마 해안을 따라 영덕으로 내려가는 길이 편했는데 영덕은 용케 안동으로 길이 나 있었다. 또 안동은 서울로 이어진다. 이런 이유로 경북의 해산물이 전부 영덕으로 모이게 되었고 그중에 임금님께 진상하던 대게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
워낙 귀한 식재료다 보니 영덕에서 올라 온다 하여 ‘영덕대게’라는 명칭으로 브랜드화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비슷한 예로 ‘영광굴비’가 있다. 굴비는 부안의 칠성 앞바다가 주산지였지만 영광에서 집하되기에 영광굴비로 이름이 굳어졌다.
대게는 황금색·은백색·분홍색·홍색 등 다양한 색을 띠고 있는데 그중 황금색 대게를 참대게·박달게라 하여 높이 쳐주었다. 대게의 암컷은 수컷보다 몸이 작아 찐빵만 하다는 뜻에서 ‘빵게’라고 부른다.
‘대게’ ‘붉은대게’ ‘너도대게’
울진에서는 대게만큼 붉은대게도 많이 잡힌다. 붉은대게의 다른 이름은 ‘홍게’다. 대게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기가 약간 작고 다리도 가늘며 전체적으로 색이 더 진하고 붉다. 대게에 비해 개체수가 많다 보니 한때 대게 대체품으로 인식됐지만 제철 홍게는 웬만한 수입 대게보다 맛이 좋아 이것만 따로 찾는 사람이 있다.
한편 홍게와 대게가 짝을 지어 낳은 자연교잡종을 ‘너도대게’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홍게를 닮았는데 홍게 앞발이 곱고 미끈하게 빠진 것에 비해 너도대게 앞발은 대게를 닮아 조금 더 ‘우락부락’한 게 남성적이다. 대게의 감칠맛과 홍게의 단맛이 동시에 느껴지며 가격도 홍게보다 비싸지만 대게보다는 저렴하다.
갓 잡은 대게를 만나려면 대게 최대 거래처인 울진 죽변항으로 향해야 한다. 경매는 오전 8시30분에서 9시쯤 시작한다. 귀하신 몸에 처음 가격이 매겨지는 순간이다.
일반 경매가 이른 아침에 시작되는 것과 달리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대게 경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너무 공기가 차가우면 대게의 다리가 쉽게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대게나 추울 때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경매장 대게는 전부 몸을 뒤집고 누워 있다. 달아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뒤집어 놓는 것이다. 옆으로 게걸음을 걸어도 한 번 속도가 붙으면 잡기 어려운 게 게다. 버둥거리는 대게, 그리고 경매사의 빠르고 노련한 말솜씨와 상인들의 치열한 눈치작전이 삶의 현장을 실감나게 재현한다.
러일전쟁 여파로 생긴 죽변등대
활처럼 휜 죽변항 해안길을 지나 언덕으로 오르면 16m 높이의 유백색 등대가 나타난다. 1910년 11월24일 처음으로 불을 밝힌 죽변등대다.
러일전쟁(1904~1905) 당시 일본군은 봉수대가 있던 자리에 해상을 감시하는 망루를 설치했는데 1910년에는 추가로 등대를 세웠다. 울진 후포항이 울릉도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이듯 죽변등대는 울릉도에서 가장 가까운 등대다.
죽변등대는 4층 구조로 되어 있다. 각층은 사다리처럼 가파른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된다. 등탑 꼭대기에는 등롱(유리 덮개)에 싸인 등명기가 설치돼 있다. 그리고 빛을 직선으로 멀리 쏴 주는 반사경이 등명기를 떠받치고 있다.
죽변등대는 백섬광을 20초에 한 번씩 쏘아 올린다. 인근 후포등대가 10초 주기이고 호미곶등대가 12초 주기인 것에 비해 간격이 넓은 편이다. 등대마다 섬광 주기가 다른 것은 바다에서 여러 개의 등대가 한꺼번에 보일 경우 목표 항구를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안개가 짙은 날에는 불빛 대신 사이렌을 울린다. 사이렌 역시 등대마다 주기를 다르게 해 뱃길을 안전하게 안내하고 있다.
보통 항구에는 빨간 등대와 흰 등대가 마주 보고 있는데 빨간 등대는 오른쪽에 방파제가 있다는 의미고 흰 등대는 왼쪽에 방파제가 있다는 뜻이다. 바다에서 들어오는 배는 빨간 등대와 흰색 등대 사이로 항로를 잡으면 안전하게 항구에 닿을 수 있다.
가끔 초록등대와 노란등대가 보이는데 이는 근처에 암초나 군사시설이 있으니 얼씬도 하지 말라는 뜻이다.
한편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는 1903년 6월1일 처음 불을 밝힌 인천항 입구의 팔미도 등대다. 죽변등대도 그렇지만 팔미도등대도 초기에는 석유등을 사용하다가 1950년대부터 전구를 사용했다고 한다. 죽변등대는 2005년 경상북도 기념물에, 팔미도등대는 2020년 국가 유산 사적에 지정되었다.
대게 먹었으면 대나무 숲길도 걸어요
죽변이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죽변등대 인근에는 대나무가 많다. 담양이나 포항에서 볼 수 있는 키 큰 대나무가 아니라 손가락 굵기의 가는 대나무다. 임진왜란 당시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조성한 대나무숲이라고 하는데 군사들은 이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어 썼다.
죽변등대 인근에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대숲 길 ‘용의 꿈길’이 있으며 ‘대나리’라는 이름의 마을도 있다. 용의 꿈길 옆으로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세트장 ‘어부의 집’이 있다. 바위 절벽에 우뚝 세워진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인 이곳은 동해의 푸른 물결을 조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한편 울진군 후포면 후포여객선터미널 2층에는 울진대게홍보전시관이 있다.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실에는 △게의 종류 △울진대게의 생식 활동 △대게를 맛있게 먹는 방법 등 울진대게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가 망라돼 있다.
최근 코레일관광개발은 울진대게축제과 연계해 열차여행 상품을 내놓았다. 대게 낚시·경매 등 다양한 체험이 포함된 이 상품은 붉은대게 시식을 무한리필로 1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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