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건기식 판매에 약사들 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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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건기식 판매에 약사들 화났다

서울시 약사회“소비자 건강 위협할 수 있어”경고
일양약품 제품 철수 결정에 제약사들 고민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03 10:27:10

다이소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에 진출하면서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약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약국에서는 다이소 입점 제약사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예고했고 일양약품은 판매 시작 닷새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다이소에 입점한 건기식은 약 35종으로 성분과 함량을 조절해 1개월분 3000~5000원으로 일반 약국에서 판매되는 건기식에 비해 최대 10분의 1 수준의 가격이다.

현재 건기식은 약 70%가 온라인에서 유통되며 나머지는 일부 대형 마트 다단계 약국 등에서 판매된다. 이에 다이소는 제약사들과 건기식의 품질을 낮추는 대신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이소는 2월 24일 전국 매장 200곳에서 대웅제약과 일양약품의 건기식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웅제약은 비타민제·루테인 등을 포함해 26종, 일양약품은 비타민제·아연 등 9종을 입점시켰지만 일양약품은 최근 자사 제품을 철수시켰다. 종근당은 이르면 이달 유산균 등 2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저가 건기식은 출시와 함께 큰 인기를 끌었다. 판매를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일부 제품이 품절되기도 했다.

건기식을 구매하러 다이소를 찾은 20대 소비자는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 없이 구매해 테스트 삼아 먹어보려고 한다”며 “물론 성분 차이는 있겠지만 안 먹는 것보다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40대 주부 김모 씨 역시 “남편이 평소 먹는 루테인과 마그네슘을 사러 왔다 제품도 다양해 뭘 살지 고민된다”며 “이제품 사려고 여러 다이소를 돌아다녔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이소의 저가 건기식 판매에 약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2월 28일 성명을 통해 “건기식은 복용 중인 의약품과의 상호작용 및 부작용을 고려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며 “건강을 위한 제품이 소비자의 혼란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유통되는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특히 약사들은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성분 함량과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다이소 제품과 약국 판매 제품의 성분 비교 분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콘드로이친 제품은 ‘의약품’이 아닌 ‘캔디류’로 분류되어 있으며 mg당 가격을 비교하면 시중 제품보다 5배 비싸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이소의 저가 건기식이 ‘약국 폭리’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약사들의 반발을 부추기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건기식과 다이소의 저가 건기식은 성분과 함량이 다름에도 마치 약국이 바가지를 씌우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약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부 제약사는 다이소 판매를 재검토하고 있다. 일양약품은 다이소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닷새 만에 철수를 결정했으며 대웅제약과 종근당건강 역시 다이소 입점 여부를 내부적으로 재검토 중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건기식뿐 아니라 일반의약품(OTC)까지 다이소에서 판매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약사들의 반발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태가 건기식 시장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이오의 건기식 판매에 반발하는 약사들은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대응에도 나섰다. 서울시약사회는 “건기식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문가 상담이 필수다”며 소비자들에게 ‘왜 약국에서 영양제를 구매해야 하는지’를 강조하는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약들약’의 고약사는 다이소 영양제 성분을 직접 분석하며 “일부 제품은 가격 대비 성분이 괜찮지만 고품질 제품을 원한다면 약국에서 구매하는 것이 더 좋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며 “약사의 상담을 받고 고품질 제품을 구매할 소비자는 약국을 찾고 저렴한 가격에 간편하게 건강을 챙기려는 소비자는 다이소를 이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CJ올리브영이 중소 화장품 브랜드를 키워 K뷰티 시장을 확장했듯, 다이소 건기식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넓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소비자 건강을 고려한 적절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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