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인재 육성·글로벌 자본으로 K콘텐츠 판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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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이 문화팀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07 00:02:40

빅테크(Big Tech)는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에서 가장 크고 지배적인 기업인 아마존·애플·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엔비디아·넷플릭스 등을 가리키는 용어다.

지난 세기 미국의 할리우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콘텐츠 산업의 최강자였다. 하지만 최근 빅테크 진영이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100년간 굳건하던 할리우드 진영에도 균열이 일고 있다.

사실 이 빅테크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한국이다.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아니었으면 ‘오징어 게임’ ‘흑백 요리사’ ‘BTS’ 같은 K콘텐츠가 이토록 뜰 수 있었을까.

빅테크의 무제한 콘텐츠 공급 확대 전략으로 한국은 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맹주로 떠올랐을 뿐 아니라 세계가 알아주는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영상 콘텐츠는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지분을 차지할까.

넷플릭스가 2월27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시청 시간 자료’에 따르면 총시청 시간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약 940억 시간을 기록했다.

한국어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비영어권 콘텐츠 중 시청 수 1위를 기록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연말 6일 전에 첫 방영되었음에도 8700만 뷰를 기록하며 하반기 최다 시청률을 기록했다. 넷플릭스 유료 가입자가 2024년 4분기 기준 3억163만 명이고 한국인 가입자는 1416만 명이다.

수치에서 알 수 있듯 세계인 대부분은 영어 콘텐츠를 이용한다. K콘텐츠가 약진하고는 있다지만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100년간 노하우를 축적해 온 미국 콘텐츠의 아성을 넘보기는 아직 무리다.

게다가 K콘텐츠의 대체재는 너무나 많고 글로벌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한 각축도 그만큼 치열하다. 한국 콘텐츠가 언제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 바깥으로 밀려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스페인의 경우 2023년부터 콘텐츠 제작에 대한 세금 감면 제도를 실시해 오고 있다. 또 시청각 부문에 16억 유로(2조3000억 원)를 투자해 올해까지 스페인을 유럽 최고의 영화 및 TV 콘텐츠 산업의 허브 중 하나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우리도 대비에 나서야 한다. 과감한 세금 감면과 투자는 기본이고 콘텐츠를 떠받치고 있는 문화 생태계의 역량을 튼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이 먹어 근력을 유지하려면 하체가 튼튼해야 하고 하체가 튼튼하려면 허벅지 안쪽의 내전근이 튼튼해야 하는 것과 같다.

콘텐츠 역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인재 양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신기술 활용 역량을 갖춘 융합인재를 키워야 한다. 콘텐츠 아카데미를 활용해 콘텐츠 기획 제작과 인공지능(AI)·메타버스 등 첨단기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고 실무 중심 프로젝트 개발 교육을 지원해 콘텐츠 전문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창작자만큼 중요한 게 비즈니스 인력이다. 한국에서는 작가가 대본 집필에만 매달리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대본 마감에 급급하다 보니 현장을 컨트롤하지 못해 작품이 작가의 의도에서 빗나가 버리거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미국의 경우 작가의 권한과 책임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 그만큼 작가 되는 것도 힘들어 스태프라이터(Staff Writer)·막내 작가·프로듀싱 라이터의 단계를 거쳐야 제대로 된 작가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제작 피라미드 최정점에 있는 작가를 쇼러너(Showrunner)라고 한다. 쇼러너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관리할 만한 능력 있는 작가로 우리가 알고 있는 대작들이 다 그들 손에서 탄생했다.

숀다 라임스(그레이 아나토미 시리즈)·조지 루카스(스타워즈 시리즈)·케빈 파이기(마블 시리즈)·존 파브르(아이언맨)가 대표적인 쇼러너다. 그들은 총괄 프로듀서로서 연출과 각본을 맡아 장기적인 시리즈 제작 환경을 조성하고 드라마와 동일 영화 간의 연계성을 조율하는 등 전체적 방향을 설정한다.

양질의 쇼러너를 확보하려면 콘텐츠 창작 기반이 강화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스토리 창작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스토리창작센터·청소년복합콘텐츠창작센터·미디어창작지원센터 등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영화 ‘올빼미’ ‘미혹’, 드라마 ‘블라인드’ 등의 성과를 냈지만 갈 길은 멀다. 전문가들은 제작사 지원을 보강해 스토리 IP(Intellectual Property·지적 재산)를 사업화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스튜디오를 시스템화해 제작과 콘텐츠 배급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효율적인 제작·배급 구조를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글로벌 소비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할리우드에서 대작을 만들기까지 월스트리트의 지원이 있었음을 기억할 일이다. 우리도 대기업이나 전문 펀드에만 기댈 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자본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 부분에서 정책 지원이 이루어질 일이다.

임유이 문화팀장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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