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다음달 28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치른다. 선거법상 차기 총선일인 10월20일보다6개월가량 빨리 진행되는 셈이다. 자유당 소속 마크 카니 총리가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4월28일 총선을 실시하며 그에 앞서 후보자들이 5주간 유세 일정을 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AP·AFP·로이터통신 등 외신 분석에 따르면 15일 취임한 카니는 관세나 미국 편입 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을 ‘부당한 위협’으로 몰아 다소 반등한 지지세를 살리고자 조기총선을 결정했다.
일종의 ‘반미’‘내셔널리즘’ 정서 고무가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본격적 개척이 18세기부터인 이민국가 캐나다에 강력한 ‘우리 의식’을 크게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9년 만에 선망의 이민국가 캐나나에 역이민자들을 속출하게 만들며 오랜 선주민들까지 난감하게 만든 현실이 전임 쥐스탱 트뤼도 총리 시절 증폭됐고 그 기조에서 달라진 게 별반 없는 집권당으로선 사실상 선거 전망이 암울하다. “다양성이말로 우리 정체성”이라던 트뤼도의 구호 아래 인도·중국 이민이 급증해 다양성을 오히려 해친 형국이기도 하다.
캐나다와 영국 중앙은행 총재 출신의 경제전문가 카니 총리의 자유당과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이끄는 제1야당 보수당의 양강 구도로 이번 총선이 치러진다. 카니는 이날도 트럼프를 향한 맹공을 퍼부으며 유권자들의 불편한 심리를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한 무역 조치와 주권에 대한 협박으로 인해 우리는 일생일대 가장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 캐나다는 진정한 국가가 아니라면서 우리를 분열시켜 결국 소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어 “강력한 경제 기반을 세우고 더 안전한 국가를 건설하는 게 캐나다의 대응이어야 한다”며 “미국이 우리를 차지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트뤼도 전 총리가 9년여 이끌면서 자유당은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불만으로 심각한 지지도 하락세를 맞았다. 이에 트뤼도는 자진 사퇴를 선언했고 당원들이 새 대표로 카니를 선출해 총리직을 계승하게 한 상황이었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 국면 당시 다가올 선거에서 기록적인 패배가 관측됐으나 1월 트뤼도 사임 의사 발표 후 반미정서 부상 속에 자유당이 최근 몇몇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을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해산한 하원에서도 자유당 의석수가 과반에 못 미쳤으나 이번 총선 역시 카니의 자유당과 포일리에브르 대표의 보수당 어느 한쪽도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내다봤다.
AP는 ‘누가 트럼프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나’에 유권자들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서 캐나다 유권자들은 343명의 하원 의원을 선출한다. 지난 총선(2021년) 때보다 5명 늘어난 숫자로 최신 인구조사 결과를 반영한 변화다. 영연방인 캐나다에서 국가원수는 영국 국왕이며 하원이 입법부의 중심으로 실질적인 국정 결정권을 지닌다. 당파성이 덜한 상원의 경우 총리가 추천한 인물을 총독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이런 가운데 집권 자유당에선 여전히 “무역전쟁의 승자는 결국 캐나다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영국 BBC월드서비스 인터뷰에서 “우리 캐나다는 미국의 가장 큰 고객이다. 중국·일본·영국·프랑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물건을 미국으로부터 사들인다”며 이렇게 말했다.
졸리 장관은 미국·캐나다의 경제가 긴밀하게 얽혀 있기에 “미국에 관해선 우리가 세계 최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캐나다인들뿐 아니라 “근면한 미국인들 역시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에) 고통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동시에 “이 문제가 캐나다 유권자들의 최우선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며 강력한 가치관의 총리가 필요하다. 트럼프에 대처할 ‘명확한 위임’이 자유당에 주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졸리 장관은 또 “궁극적으로 이 전쟁에서 우리의 승리를 도울 유일한 존재가 미국인들” “미 의회 구성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람들”뿐이라며 관세로 인해 미국과 캐나다 일자리 모두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우리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그들이 이것(무역전쟁)의 최종 대가를 치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의 국민적 지지가 압도적인 가운데 이런 ‘미 대통령과 지지자 갈라치기’ 노력의 실효성은 지켜볼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4일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를 시행했다가 자동차를 비롯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품목에 한해 내달 2일까지 25% 관세 적용을 유예했다. 캐나다 정부는 1단계 대응 조치로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7000억 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뒤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가 12일부터 캐나다산을 비롯한 모든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는 298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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