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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제로웨이스트라 함은 생활 속의 쓰레기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실천운동이라 할 수 있다. 폐스티로폼을 자원화하는 사업을 시작한 지 31년째 한결같다.
누구나 굴곡진 삶이 없는 사람이 없을 수 없겠지만 우리가 삶을 살아가다보면 반드시 인생에 기회는 세 번 온다고 하지 않는가.
김 대표는 그 세 차례의 기회 가운데 마지막 기회를 지금 하는 폐스티로폼 가공업 진성테크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기회가 자신에게는 조금 일찍 다가왔을 뿐이란 생각을 해본다. 진성테크를 시작한 게 30대 후반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시작한 김 대표가 용인의 산업계를 이끄는 중견 기업인으로 우뚝선 모습을 보면서 그에게는 뭔가 남다른 경영철학이 있을 것같다는 느낌이 가시지 않았다. 그가 생산한 원재료가 국내는 물론 선진국들에까지 수출하게 되는 비결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바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품질’을 만들어내겠다는 장인정신 그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해서 4월 초순 중국 상해로 비지니스 출장을 떠나기 며칠 앞서 잠시 이동면 한적한 어느 카페에서 모처럼 여유있게 만나 차 한잔 할 수 있었다. 공장에서 작업복 입고 밀린 일감 처리하곤 하는 그에게도 모처럼 맞는 한가로운 시간이었을 법했다.
■30대 후반 나이에 창업… 60대 중반 넘어 용인의 대표적 중견 기업 ‘우뚝’
30대 후반, 그는 독한 마음으로 지금의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땐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어요. 1980년도 말 중동에 산업 전사로 나가서 한 일년 반동안 죽어라 덤프트럭을 몰아보기도 했고 돌아와서는 버스도 한 10년 몰아보다가 친구의 권유로 이 사업을 접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됐지요.”
1994년 진성수지로 사업을 시작할 당시 그는 처음 접한 폐스티로폼이 돈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기회는 슬며시 문틈으로 들어온다는 말처럼 시대적으로 각종 전자제품 생산과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 던 때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모든 전자제품 생산업체들이 정부 시책에 따라 폐스티로폼 생산자 회수 책임제를 실시하게 되면서 ‘너네가 버린 쓰레기는 너네가 수거를 해서 재활용을 하든 처리를 해라’는 발표가 있던 때었다. 삼성과의 인연이 됐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삼성에서 냉장고·TV·컴퓨터·선풍기·각종 오디오 등등 포장을 뜯는 순간 어마어마하게 쏟아내는 폐스티로폼들을 수거해 리사이클 중간재인 EPS인코트와 EPS팰릿으로 만들어 다시 대기업에 납품하는 사업이었으니 제대로 인생의 기회를 맞은 셈이었다. 정확히 그의 나이 서른아홉때였다.
가전제품류나 과일 박스 등은 내용물이 파손될 우려가 있어 포장할 때 널리 쓰이는 스티로폼은 실용성이 뛰어나 우리 생활 곳곳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이지만 그 부피가 만만치 않아 집집마다 하루 이틀만 지나도 수북이 쌓이곤 하는 골칫덩이가 아닐 수 없다.
그로부터 5년 뒤 사명(社名)을 진성테크로 바꾸며 법인화도 마쳤다. 중간재 EPS(발포 폴리스틸렌) 팰릿 생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법인화와 함께 2006년에는 현재의 공장 부지를 매입해 공장건축을 시작했다.
2년여 공장건축 작업 끝에 마침내 2008년 공장신축이전을 완료했다. 이 때가 그는 기업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때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남의 공장 임차받아 회사를 운영하다가 독립해서 내 공장 지어 기계를 돌리기 시작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었다.
공장을 이전한 뒤로는 단 하루도 쉼없이 공장을 돌릴 만큼 기업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듬해에는 한국프라스틱자원순환협회에도 가입하고 팰릿 생산을 위한 2호기 압출기를 증설했다. 포항제철 용광로가 365일 단 하루도 불을 끄지 않는다고 하듯 진성테크의 폐스티로폼 고로와 팰릿 생산 압출기도 24시간 식는 법 없이 공장이 돌아갔다. 그 때문에 다시 이듬해 무렵에는 내수를 제외하고서도 수출 500만불 달성을 이룰 수 있었다.
진성테크에서 생산한 EPS 팰릿은 월 평균 2000톤 가량으로 전국 생산량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할 만큼 전국 굴지의 리사이클링 업체로 등극했다. 여기서 생산한 중간재가 건축자재인 단열재 생산 대기업으로 납품되고 기타 액자 등을 만드는 업체 등으로도 보내어진다.
■ 정직과 신의를 중시하는 생활 신조… 외국인 직원들에게도 늘 가족같이
사업이 일취월장할 수 있었던 것은 소위 말하는 ‘운때가 맞아서’ 이기도 했겠지만 앞서 말한 대로 세계 어이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좋은 품질을 만들어 납품하겠다는 그의 경영철학에 기반한 측면이 강하다.
그런 경영철학의 밑바탕에는 평소 정직과 신의를 중시하는 그의 신조와도 맞닿는다. 그래서 진성테크의 사훈도 신의와 정칙이다.
“신의와 정직은 꼭 내철학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없듯 나중에 가면 다 드러날텐데 정직하게 일하고 정직하게 제품 만들어야 결국 이기는 이치랄까. 우리 직원들도 40여 명 되지만 정직한 직원은 비록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정직하게 일해간다면 다시 믿음을 얻게 되고 회복이 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직원들에게도 언제나 정직하면 신뢰를 얻고 서로 믿어주게 되어 가족같이 일할 수 있데 된다고 늘 강조하죠.”
그의 ‘신뢰의 경영’ 철학은 거래업체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김 대표는 “현재 전국 50여 개 시군과 재활용품 수거계약을 맺고 있지만 창업 이후 지금까지 맺었던 계약이 깨진 곳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이다”라며 “일을 처리함에 있어 창업 초기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내 일처럼 해주며 신용을 지켜온 것이 그 비결이다”라고 말한다.
승승장구해온 진성테크가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1천만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으나 국내외 판로가 언제고 탄탄대로를 달리던 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에 앞서 사상초유의 외환위기를 겪었던 IMF 당시 그도 사원을 줄여야 하는 아픔도 있었고 2015년 무렵에는 원자재 파동으로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니까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전 제품을 바꾸지 않는 거야. 가전 제품을 많이 교체하고 해야 폐스트리폼도 싸게 구입을 하고 중간재를 생산해낼텐데 그게 안되니까 회사 운영이 많이 힘들었었고 천신만고 끝에 IMF 고비를 넘기고 나서는 2015년께 다시 한 해 손실 30억 가까이 보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죠. 원자재를 비싸게 사놨는데 갑자기 기름값이 폭락하면서 원자재 값도 덩달아 폭락하고 중간재 납품가도 반값으로 꺾이면서 납품을 하면 할 수록 까먹는 구조였거든요. 경영상 손실을 입는 상항에서 은행 이자도 갚아가야 하는 이중고를 겪던 때였으니 그 두 차례가 가장 어렸던 때가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그런데 지난 일은 아무리 어려웠어도 쉽게 잊는 때문일까 솔직히 김 대표는 지금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내놓는다. 진성테크가 단열재 제조업체쪽으로 많이 납품을 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건설경기가 얼어붙은 지금 당연히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이유는 다른 것이 또 있다.
“지금 말도 못해요. 요즘 제조업체들이 너나 할 것없이 죽을상 아닌가요? 옛날 같지 않아…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소리가 터져나오잖아요. 이게 기업하는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 나라가 막 탄핵이니 뭐니 하며 시끄럽고 하니 기업들이 제대로 돌아가겠나 싶은 거지… 정치하는 사람들 때문에 왜 기업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어야 되냐 싶은 생각에 다다를 때면 화가 나요.”
그래도 비록 어두운 터널을 지날 지라도 자그마한 희망의 끈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여느 기업인들과 마찬가지로 머지않아 정국이 정리되고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 “기술혁신과 기술개발을 위한 땀과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 법”
진성테크가 자랑하는 핵심기술은 EPS 제조기술인데 EPS 제품에서 공기를 잘 빼주는게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 좋은 제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에게서 끊임없이 기술개발을 하고자 하는 노력은 결코 배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과 마인드가 없으면 그냥 잠깐 1~2년은 할 수 있지만 결코 롱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진성테크의 기술개발과 혁신을 위한 노력이 전국 생산량 25%를 차지할 만큼의 굴지의 기업으로 키운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진성테크가 생산하는 EPS 팰릿은 품질 면에서 국내 최고로 손꼽히면서 해외수출까지 하고 있다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리사이클링 업체인 까닭에 작업 공정에서 사용하는 폐수조차도 내부 물탱크에서 시작해 방류 없이 순환시키켜 리사이클링 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기술과 경영혁신을 기하고자 노력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바라보는 곱지않은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쓰레기를 치우는 소위 넝마주이처럼 여기는 동네 사람들의 편지 않은 시선은 신경쓸 바가 아니었다. 비로소 ‘내 사업’을 이룰 수 있는 인생의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만이 그의 마음 속에 자리했기 때문이다.
지금 그에겐 연 매출 400억 원에 이르는 중견 업체를 이끌며 직원 40여 명에게 따뜻한 일자리를 만들어 함께 생활 할 수 있는 것이 하루 하루 보람이라고 말한다.
직원들 중에는 태국·스리랑카·몽골·러시아 등 외국인 노동자들도 채용하고 있지만 한국 노동자들과 똑같은 대우를 해주고 있어 한번 입사하면 떠날 줄 모른다고 한다. 이 모든 게 김 대표가 “고마운 직원들이 있어 우리 회사가 존재한다”며 직원들을 내 가족처럼 대하는 그의 심성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오늘 그에게서 더욱 여유롭게 느껴지는 것은 얼마전 90여 개 기업인들로 구성된 이동읍 기업인협의회 창립회장이자 10년 가량 이끌고 온 회장자리는 물려주고 용인시 상공회의소 부회장 타이틀만 갖게 된 후 처음으로 모처럼 여유있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음도 홀가분하다. 그만큼 회사일에 전념할 수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 이상일 시장과는 지역사회를 아끼는 점 일맥상통… 끊임없는 지역사회 공헌
그래서 그는 요즘 지역 인재를 키우는 일에 생각이 꽂혔단다. 지금까지도 15년 가까이 매년 분기당 100만 원씩 연간 400만 원씩 단 한차례도 안빼놓고 꾸준히 용인장학재단에 기부해온 몇 안되는 기업인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사업이 잘 돼 어쩌다 기천만 원 기부하기는 쉬워도 꾸준히 기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용인시가 기부단체를 기리는 용인장학재단 명예의 전당에서도 5000만 원 기부자 명단에 당당히 올라 있다.
“액수를 떠나, 회사가 잘되나 안되나 떠나 매 분기마다 꾸준히 기부하는 것은 지역사회와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공헌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 15년 전부터 안빼놓고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시 행정을 통해 시민들에게 봉사하고 지역사회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뛰고 있는 이상일 시장과는 그런 면에서 조금은 닮은 부분이 있을 법도 싶다. 김 대표가 역대 용인시장들 가운데서도 이 시장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말하자면 요즘 시쳇말로 케미가 맞는다고나 할까.
용인의 먹거리라 할 반도체클러스터 산단 조성을 위해 발벗고 뛰는 이 시장이 지역 기업인들에게는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라고 하는 선물을 준 것도 오래도록 추앙받을 만한 일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공장 하나 짓고 창고 하나 늘리려해도 각종 규제로 꼼짝을 못하던 것이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기업인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밖에 기업인으로서 미약하나마 공헌하는 게 본업이지만 시장님은 기업인들을 위해 정말 손이 안닿는 부분을 긁어주고 또 앞장서서 민원을 해결해주려는 노력이 눈에 보이는 분 같아요. 90여 기업인연합회 회원사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칭송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있거든요.”
그는 얼마전까지 10년 넘게 이동읍기업인협회를 이끌어다 넘겨주고 회사일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진성테크의 오늘이 있기까지 모태와 같은 용인시와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더 찾아보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용인시 장학재단에 대한 기부활동은 지속해갈 것이고요, 더 기회가 된다면 지역 봉사단체에 좀더 헌신하면서 남은 삶을 준비해가고 싶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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