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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이 임도(林道) 수치 늘리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부실시공과 산사태 위험 방지에는 소홀했던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법적 기준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임도를 개설하고 사고 원인을 축소·은폐하며 책임 회피까지 시도한 정황도 있었다. 임도 공사를 특정 조합에 관행적으로 몰아주는 수의계약 구조 역시 부실을 키운 주범으로 지적됐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산림사업 관리·감독 실태’에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새로 만든 임도 1531곳 중 135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103곳(76%)에서 옹벽이나 석축 등 필수 보강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자원법상 성토사면(흙을 쌓아 만든 경사면)이 5m 이상일 경우 산사태를 막기 위한 구조물이 의무지만 이를 무시한 채 준공처리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무리하게 만들어진 임도에서 실제 산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원인보고서에서 부실시공 사실이 삭제됐다는 점이다. 산림청은 산사태 원인조사를 한국치산기술협회에 맡겼는데 한 간부가 ‘옹벽 미설치’ 등의 내용을 최종보고서에서 고의 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해당 간부에 대한 문책을 협회에 요구했다.
공사 과정에서도 산림청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다. 경사가 심한 급경사지 38곳(총 24.2㎞) 중 절반 이상 구간에서 흙을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그대로 쌓는 방식으로 시공해 산사태 가능성을 키웠다. 본래 이런 구간은 임도 개설이 부적절한 장소였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실시공이 단순한 현장 판단 실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림청은 임도 연장을 2030년까지 3만499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적에 따라 지방산림청에 포상을 주는 방식으로 압박해 왔다. 이 과정에서 옹벽 설치 등 구조물 시공이 예산을 초과하면 아예 생략하거나 무시한 채 공사를 마무리해왔다.
이권 구조도 감사 지적 대상이다. 전체 임도 공사 3022건 중 81.4%(2460건), 금액 기준으론 89.1%(7981억원)를 산림조합이 수주했으며 이 중 96.9%가 수의계약이었다. 공사를 반복적으로 수주하면서도 벌점·부실시공 등의 불이익은 받지 않았다. 심지어 부실시공으로 사고가 난 뒤에도 복구공사를 다시 해당 조합이 맡았다.
감사원은 산림청에 임도 부실 방지 대책과 고위험 구간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요구했고 임도 공사에 대한 경쟁입찰 확대와 부실 업체에 대한 입찰 제한 등의 조치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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