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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경제가 0.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소비는 1.1% 내외의 낮은 증가율이 지속되고 수출도 미국 관세 인상에 따른 세계 교역 위축으로 –0.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1.7% 증가하지만 지속적인 건설경기 부진으로 건설투자는 지난해의 -3.0% 증가에 이어 올해에도 증가율이 –4.2%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니 성장 동력이 살아날 여지가 없다. 결국 취업자 수 증가폭도 작년 16만 명에서 금년에는 9만 명으로 축소되어 고용 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한·미 관세협상이 여의치 않다는 사실이다. 한·미 간 영수회담이 기약이 없는 가운데 한국 경제부총리와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 재무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 간의 회담도 연기되었다는 소식이다. 공항에서 출발하기 직전에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하니 국가 간 장관급 회담이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노골적인 이재명정부 패싱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일본이나 필리핀과는 통상협상을 타결지은 가운데 한국은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가 예고한 데드라인 30일이 불과 며칠밖에 남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과 일본은 자동차 등 많은 수출 품목에서 경쟁 관계에 있어 한국에 대한 관세가 일본보다 10%p 정도 높을 경우 한국의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대중(對中) 수출도 줄고 있는 가운데 대미(對美) 수출마저 줄 경우 금년 성장률은 0% 초반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고 그 결과 고용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지지부진한 내수도 더욱 악화될 것이다.
한국이 0%대 성장을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인 2020년(-0.7%)을 제외하면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4.9%) 이후 27년 만에 충격적인 경제 성적표를 받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국내 경제의 핵심 축인 고성장 기업들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관세 조치 등 외부 변수 외에도 내부 경제 성장동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우리 경제의 체력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 침체가 아닌 산업 역동성 약화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 가능성 경고다.
KDI는 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슈퍼스타’ 역할을 했던 고성장기업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근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20%를 넘는 기업이 2009년 전체 기업의 11.9%에서 2020년 4.6%까지 하락했고 2022년에도 8.1%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업 성장의 ‘황금 구간’으로 불리는 업력 8~19년 차 기업에서 고성장 기업 비중이 2009년 약 14~15%에서 2022년 10% 이하로 떨어진 점을 뼈아프게 봤다. 이는 신생 기업이 빠르게 성장해 산업 전반을 견인하던 구조가 무너졌음을 시사한다.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기업활동 지원에 힘써야 한다는 결론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정부의 재정건전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반복적인 경기부양으로 재정적자 기조가 만성화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50년에는 국가채무가 경제 규모, 즉 국내총생산(GDP)을 초과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반(反)기업 정책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 우선 7월 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등을 명시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들이 비상이다. 파업조장법이라고 불리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주요 노동관계법도 일괄 상정됐다. 게다가 느닷없이 법인세 인상 논의도 불이 붙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를 개혁하고 궤도를 이탈한 노조를 개혁하고 기업에 세금 부담을 낮춰 주는 것이다. 왜곡된 ‘부자 감세’ 정서에 매몰돼 무더기로 반기업 정책을 추진하면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요원해져 불황 타개와 민생 안정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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