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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렸다. 회담은 소인수 회담과 오찬을 겸한 확대 회담까지 약 2시간20분간 진행됐다. 일각에서 우려했던 긴장 국면은 나타나지 않았고, 두 정상은 농담과 유머를 주고받으며 신뢰 관계를 다졌다. 위안부 문제·주한미군 감축론·북핵 위기 등 민감한 의제들도 빠짐없이 거론돼 향후 과제는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드러냈다.
회담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안부 관련 언급이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며, 일본은 넘어가려 하지만 한국이 집착한다”며 과거사 문제가 한일 협력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논리를 대변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에 “트럼프 대통령께서 한미일 협력을 중시하시기 때문에 먼저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총리와 문제를 정리했다”며 한일 정상회담을 통한 협력 기반 마련을 강조했다. 위안부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과거사 문제를 단순히 ‘넘어갈 수 없는 역사’로 보는 한국의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대응이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한국과 미국은 친구”라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현재 미국이 한국에서 임대해 쓰는 기지 소유권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해 방위비 분담 협상과 연결될 수 있는 민감한 뉘앙스를 남겼다. 이에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 2만8500명과 한국 내 20만 명 미국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곧 한반도 평화”라고 강조해 안보 우려를 완화하려 했다.
SNS 돌발 발언과 해명…신뢰 회복
비공개 확대회담…“스마트한 사람” 극찬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 SNS에 “한국에서 숙청과 혁명이 벌어지는 것 같다”는 글을 올려 파장을 일으켰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내란 수습 과정에서 한국군 통제 시스템을 점검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수사했던 미국 특검 ‘잭 스미스’를 농담 삼아 언급하면서 긴장도 풀렸다. 외교적 위기 국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즉각적 해명이 신뢰 회복에 기여한 사례로 평가된다.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확대회담에서는 보다 친밀한 대화가 이어졌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여러 차례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극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과거 김 위원장과 만났던 경험을 상세히 들려주며 북한의 핵 위협이 자신의 임기 이후 더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러시아와 북한의 관계에 대해 이 대통령의 견해를 직접 물으며 의견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통점으로 “과거 암살 위협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을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깊은 공감을 보이며 상세한 대화를 나눴다.
경주 APEC 초청과 ‘펜 선물’ 에피소드
북핵·경제·골프까지…동맹의 다층적 풍경
이 대통령은 올가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하며, 가능하다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도 추진해 보자고 권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고,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작성해 전달하기도 했다. 공식 회담 외에도 개인적 교류 장면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의 펜을 눈여겨보자, 이 대통령은 곧장 선물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멋지다”며 기뻐했다.
식사 자리에서는 참모진 이름표와 메뉴판에 직접 사인을 남겼고, 이후 집무실로 돌아가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소개하며 자신의 피습 당시 사진이 실린 책을 선물했다. 참석자 전원에게 모자와 골프공 등을 나눠주며 다시 사인해 주는 등 ‘흥겨운 뒷이야기’도 전해졌다.
북핵 문제는 회담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peacemaker)가 되신다면 저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되겠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어떤 한국 지도자보다 이 대통령이 남북 문제를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조기 회담 재개 의지도 밝혔다.
경제 협력도 강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겠다”고 했고, 이 대통령은 “K-조선과 첨단기술 동맹으로 공동 번영을 이끌겠다”고 화답했다. 또 한국의 여성 프로 골퍼들이 세계 정상급 실력을 갖춘 이유를 직접 언급하며 “새벽부터 밤까지 훈련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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