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MBK의 ‘돌려막기’ 경영,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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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23 00:02:30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주요 피인수기업들이 잇따라 휘청이고 있다. 홈플러스, 롯데카드, 네파 등 핵심 포트폴리오가 동시에 위기에 몰리면서 ‘M&A의 귀재’로 불리던 김병주 회장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롯데카드에서 발생한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은 MBK의 레버리지 경영이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MBK의 인수 방식은 단순하다.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인수기업 자산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킨 뒤 이를 배당이나 계열사 지원에 활용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러한 ‘지렛대’ 전략이 과도하게 동원됐다는 점이다. 홈플러스는 인수 직후부터 자산 매각과 부채 전가에 시달리며 수익성이 무너져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롯데카드는 보안 예산 축소 속에 297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네파는 차입 의존으로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의 두 배를 넘어서며 회생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 내몰렸다.

특히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돌려막기’ 행태다. 홈플러스가 자금난에 몰리자 롯데카드의 구매전용카드 매출을 집중시켜 단기 자금을 메웠고, 네파의 고금리 대출에도 롯데카드가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다. 부실기업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피인수기업을 희생시키는 구조는 결국 계열 전반의 연쇄 부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업계 일각에서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과 부실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동시에 달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광일 MBK 부회장의 행보도 논란이다. 그는 롯데카드, 네파, 딜라이브, 오스템임플란트 등 MBK가 인수한 18개 기업의 등기임원을 동시에 맡고 있다. 그러나 겸직이 많을수록 경영 책임은 분산되고 관리·감독은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가 홈플러스 공동대표로 취임한 직후 기업회생 신청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벌어진 것만 봐도 구조적 실패가 명확하다. 그럼에도 최근 고려아연 이사회에 합류하며 또다시 논란을 자초했다.

이번 롯데카드 사태는 MBK가 단기 수익에 집착하며 정보보호 투자를 줄인 결과다. 전체 IT 예산에서 보안 비중은 2021년 12%에서 2023년 8%로 축소됐다. 결국 카드번호, CVC, 비밀번호 등 결제 핵심 정보가 28만 명 규모로 외부에 유출됐고, 금융당국은 징벌적 과징금 도입까지 예고했다.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MBK의 지배구조와 책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홈플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수십만 노동자와 채권단, 정치권, 시민사회가 맞물려 MBK의 책임을 추궁하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 지분 전량을 무상소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반기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결국 MBK는 단기 이익에 치중하며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투자 방식으로 피인수기업들에 연쇄 부실을 초래했다. 이제는 ‘돌려막기’ 대신 실질적 정상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내부통제 강화, 정보보호 투자 확대, 장기적 수익구조 확립이 그 출발점이다. 동시에 김광일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성 있는 거취 정리도 필요하다. MBK의 위기는 개별 기업의 실패를 넘어 한국 사모펀드 전반의 신뢰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경영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자멸의 반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나윤 기자 ny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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