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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송파구 가락동 공공주택 단지 지하에 핵·화생방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민방위 대피시설, 일명 ‘핵 벙커’를 건설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핵 방호 능력을 갖춘 민방위 시설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시는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 조성 중인 ‘송파 창의혁신 공공주택’ 지하 3층에 핵·화생방 대피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대피시설은 연면적 2147㎡(약 649평) 규모로, 최대 102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내부에는 청정 구역·제독 구역·청정기계실·급수 및 위생 시설 등이 마련된다. 핵 또는 화생방 공격 시에도 최대 14일간 자급자족하며 생존할 수 있는 공기·물·전력 시스템이 갖춰질 예정이다.
서울시는 “단순 대피 공간이 아닌, 실질적 생존이 가능한 ‘방호형 민방위시설’이 목표”라며 “기존 지하 대피소의 단기 체류 한계를 보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설 건립에는 약 34억 원이 투입되며, 현재 설계용역이 진행 중이다. 오는 2026년 착공,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평상시에는 주민 체육시설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서울시는 이번 송파 가락동 시설을 ‘시범 모델’로 삼아, 향후 타 지역 공공주택·공공건물 지하에도 유사한 민방위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시는 이번 시설에 핵과 화생방뿐 아니라 전자기펄스(EMP) 공격 대응 기능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MP는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는 전자기 폭발로, 핵폭발 시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위협이다.
서울시는 “도심 주요 인프라가 전자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EMP 대응체계 구축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서울시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디펜스 서울 2030’ 계획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 계획에는 서울광장 하부, 지하철 주요 역사 등에 화생방 방호 및 대피시설을 설치하는 안도 포함돼 있다.
시는 군과 민간 안보 전문가가 참여하는 ‘서울 안보포럼’을 통해 수도권 방호태세 강화를 위한 기술·정책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천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지자체의 기본 책무”라며 “핵·화생방·EMP 등 복합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방호 인프라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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