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한화, 효성, CJ, 현대자동차 등 주요 재벌 총수일가가 다수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하며 보수를 수령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 급여와 겸직 보수가 늘어나면서 일반 직원과의 보수 격차가 최대 331배까지 벌어진 가운데, 미등기 임원의 고액 보수와 주주 통제 기능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국회의원 한창민 의원실과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재벌 총수일가 임원의 보수를 통해 본 임원 보상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2~2025년) 재벌 총수일가의 보수 상승을 견인한 핵심 원인은 계열사 중복 겸직이었다.
보수 최상위를 기록한 롯데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7개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며 4년간 총 809억 76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겸직 계열사를 2개에서 5개로 늘리면서 2022년 72억 1000만 원이던 연간 보수가 2025년 248억 4100만 원으로 3.45배 급증했다.
이 밖에도 최근 4년 누적 보수 기준으로 CJ 이재현 회장(691억 9000만 원), 현대차 정의선 회장(518억 6000만 원), 두산 박정원 회장(444억 3000만 원), DL 이해욱 회장(412억 4000만 원), 효성 조현준 회장(406억 5900만 원), 한진 조원태 회장(381억 3100만 원) 등이 다수 계열사 또는 단일 지주회사로부터 보수를 지급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영 책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미등기 임원' 신분으로 등기 대표이사보다 높은 보수를 받거나, 사법 리스크 상태에서 보수를 챙기는 구조도 지적됐다. 한화 김승연, CJ 이재현, DL 이해욱,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 등 일부 총수일가는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보수를 받았다. 보고서는 일부 미등기 임원이 등기임원보다 높은 보수를 받지만, 공시만으로는 보수 차이가 발생한 구체적인 배경과 산정 기준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앤컴퍼니 조현범 회장은 횡령·배임 등 혐의로 2023년 3월 구속돼 같은 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약 9개월간 수감됐다. 당시 이사직을 유지한 조 회장은 그해 전년보다 20억 원 늘어난 78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2025년에도 1심 선고로 법정구속된 뒤 전년과 비슷한 92억9000만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총수일가 임원과 계열사 직원 간 평균 보수 격차는 58배였으며, 롯데 신동빈 회장은 직원 평균보다 331배 많은 보수를 받아 격차가 가장 컸다. 효성 조현준(268배), CJ 이재현(206배), 한화 김승연(143배), DL 이해욱(110배), 현대차 정의선(107배), 두산 박정원(100배) 회장 등 주요 총수 대부분이 직원 평균의 100배를 넘어섰다.
최근 대기업집단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주식기준보상도 성과 연동 없이 단순 재직 조건만 충족하면 지급된다며 고액 보수 편법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제기됐다. 두산 박정원 회장은 2025년 상여 145억 5,700만 원 중 89억 2,700만 원을 RSU 가득 요건 충족에 따른 주식보상으로 수령했다. 한화 김동관 부회장 역시 성과급의 100%를 RSU로 지급받고 있다.
거액의 퇴직금과 특별공로금도 문제로 제시됐다. 효성 조현상 부회장은 2024년 퇴직하면서 퇴직금 171억9200만 원과 특별공로금 85억 원을 받았다. 현대카드 부회장인 정태영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퇴직금 66억 원을 받았고, 2022년에는 특별공로금 70억 원을 추가로 받았다. 보고서는 이처럼 거액의 퇴직금이나 특별공로금이 지급될 때 산정 기준과 결정 절차를 주주가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주총회를 통한 임원 보수 통제도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총액 한도를 승인하고, 개별 보수의 결정은 이사회에 맡기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보고서는 로보티즈와 오킨스전자 등 일부 상장사가 정관과 임원 보수 규정을 개정해 매년 주주총회에서 보수 한도를 승인받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보상체계의 파행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식 ‘한국형 세이온페이(Say on Pay)’ 도입을 촉구했다. 주주총회에서 단순 보수한도뿐만 아니라 보수 원칙과 산정 방법을 담은 ‘보수정책’을 구속력 있게 승인받도록 하고, 매년 집행된 ‘보수보고서’를 주총 표결에 부치도록 상법을 개정하는 방안이다.
또한, 회계분식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성과가 부풀려진 경우 최근 5년 이내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성과보수 환수제(Clawback)’의 자본시장법 명문화, 상장사 보수위원회의 전원 독립이사 구성 의무화, 계열사 겸직 보수 합산 공시 및 CEO 보수 배율 공시 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