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나 투자 공부를 하다 보면 자주 접하는 지표가 PER(주가수익비율)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이다. 대체로 PER이나 PBR이 낮으면 저평가된 기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배운다.
기자 역시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PBR이 1배보다 낮다면 기업의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보다 작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장부상 주당순자산이 1만 원인 기업의 주식이 시장에서 7000원에 거래된다면 PBR은 0.7배다. 물론 실제 자산 1만 원어치를 7000원에 산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투자자에게는 그만큼 주가가 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 정책을 보다가 의문이 생겼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저PBR 기업 공표 제도’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정 기준보다 PBR이 낮은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고 증권사 HTS(PC버전)나 MTS(모바일 앱) 종목명에도 ‘저PBR’ 태그를 붙이는 방안이다.
투자 공부에서는 저PBR 종목을 눈여겨보라고 하는데 정부는 왜 저PBR 기업에 꼬리표를 붙이려는 걸까. 투자자와 정부는 같은 숫자를 보고 있지만 그 본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이 회사가 실제 가치보다 싸게 거래되고 있는가”를 본다. 반면 정부는 “왜 오랫동안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가”를 묻는다.
PBR이 똑같이 0.5배인 두 회사가 있다고 해 보자. 한 회사는 돈을 잘 벌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높은데 주가가 낮다. 이런 기업이라면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저평가주’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다른 회사는 자산은 많지만 수익성이 낮고 주주환원에도 소극적이며 사업 전망도 좋지 않다. 이 회사 역시 PBR은 0.5배지만 ‘싼 기업’이라기보다 ‘쌀 만한 이유가 있는 기업’일 수 있다. 저PBR이 항상 좋은 투자처를 의미하지는 않는 이유다.
정부가 주목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금융위가 지난달 내놓은 세부기준안은 모든 PBR 1배 미만 기업을 공개하는 방식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업종별로 코스피는 PBR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에 지속적으로 머문 기업을 공표 대상으로 삼는다. 산업별 PBR 차이도 고려했다. 기업이 저PBR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목표 등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 원칙적으로 1년간 공표를 면제한다. 정부가 겨냥하는 것은 저PBR 자체보다 낮은 평가를 장기간 받으면서도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한 기업에 가깝다.
정부가 기업에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 회사 주가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싼가.”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해서인지, 수익성이 떨어져서인지, 주주환원에 인색해서인지 이유를 설명하고 개선책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처음 느꼈던 모순도 풀린다. 투자자에게 저PBR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기업 경영진에게 장기간의 저PBR은 ‘숙제’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저PBR 공표제도가 성공하려면 그 둘을 구별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단순히 ‘싼 기업’에 꼬리표 하나를 더 붙이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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