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4조 원 규모의 마일리지 소멸 현황 공개를 끝내 거부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상 마일리지 관련 이연수익(부채)은 약 4조 원이다. 두 곳 모두 마일리지를 적립한 날로부터 10년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 소멸된다.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정호 대한항공 부사장을 상대로 "카드사들은 포인트가 얼마나 적립되고 소멸되는지 금융당국에 제출한다. 당국이 소멸 대책을 세운다"면서 "그런데 항공사가 카드사에 돈을 받고 파는 마일리지는 사각지대에 빠져 있다"며 "내 재산이 10년 뒤 다 없어질 수 있으니 쓸 수 있게 해주거나 얼마나 사라지는지 알려달라는 것인데 왜 그걸 못 알려준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앞서 대한항공은 전 의원의 마일리지 적립사용 소멸현황, 보너스 항공권 사용 및 마일리지 유효기간 관련 자료 요구에 대해 "마일리지 관련 실적(판매·적립·사용·소멸 등) 및 보너스 항공권 운영 상세 내역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될 경우 마일리지 수익 구조를 나타낼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정보로 당사와 제휴사간 사업 기회 접근·우선권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이날 전 의원 질의에 최 부사장은 "이연수익 개념으로는 공시하고 있다. 이 부분은 모든 항공사가 거의 동일하게 민감 정보로 분류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외 항공사와의 경쟁 구조이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앞서 대한항공 측이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10년이라 다른 항공사보다 길다고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최 부사장은 "마일리지 제도는 유효기간만의 문제가 아니고 적립이나 소멸 내용이 다 연계돼 있다"며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는 전체적으로 보면 다른 항공사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의원이 해외 주요 항공사의 마일리지 제도를 분석한 결과 미국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제트블루항공은 유효기간 없이 마일리지가 소멸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다.
또한 아메리칸항공(24개월), 에어캐나다(18개월), 영국항공(36개월), 카타르항공(36개월) 등은 유효기간이 있지만 마일리지 적립 또는 사용 활동이 있으면 남아있는 모든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이 다시 연장된다.
마일리지가 3년 내 소멸되는 곳은 싱가포르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 정도에 불과했다.
전 의원은 보너스 좌석 배정 기준와 제재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는 좌석을 전체의 5%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전 의원은 이 기준을 400석 규모 항공(A380)에 적용하면 20석, 150석 규모 항공이면 7~8석 수준이라고 설명하며 "5%가 목표라는 얘기 아니냐. 그러면 지금 5%도 안 지키고 있다는 것"이라며 "150석 중 두세 석만 배정해도 국민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확인해달라는데 그것도 안 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위반해 185억 원의 이행강제금 처분을 받은 것을 언급하며 "마일리지 4조 원을 숨기고 못 쓰게 놔두면 온전히 회사 몫이 되는데 공정위 이행조치 안 해도 4조 원의 (185억 원이)0.45% 수준이다. 그러면 1%도 안 되는 과징금 내면 끝이다. 이런 날로 먹는 장사가 어디 있느냐"고 질타했다.
최 부사장이 "지난 3년간 전체 승객 중 평균 10% 이상이 마일리지 승객으로 채워졌다"며 공정위에 낸 자료는 아무리 최성수기에도 5% 이상은 유지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의원은 "10%를 채웠다면 그 자료를 제출하면 되는데 왜 말씀을 못해 주느냐"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미국 2024년 9월 4대 항공사에 특별보고명령을 내린 사실도 언급했다. 전 의원에 따르면, 미 교통부는 마일리지 적립량, 카드사 마일리지 구매량·단가, 미사용·소멸 마일리지 규모, 보너스 좌석 공급·이용 실적, 소멸에 따른 항공사의 재무적 이익 등 구체적인 자료제출을 명령했다. 소비자가 적립한 마일리지 가치·권익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다.
공정위 역시 전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마일리지 적립·사용·소멸 현황 및 실제 사용 가능성에 관한 정보 부족은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마일리지 활용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외 항공사의 마일리지 관련 공시 현황과 소비자 불만·피해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국토부 등 소관부처와 협력해 소비자 후생 증진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공개 항목 및 범위 등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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