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소속 공무원 7명이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가 관련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축소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참사 발생 1년 8개월여 만에 이뤄진 첫 검찰 송치다.
2024년 12월 29일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는 무안공항에 동체 착륙한 뒤 활주로를 이탈해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철근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숨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은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혐의로 국토부 공무원 7명을 전날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보도참고자료 작성·검토자 4명과 고위직을 포함한 총괄 책임자 3명이다.
이들은 로컬라이저가 국내외 관련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내용의 보도참고자료를 두 차례 작성해 국토부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국토부가 불리한 규정은 제외하고 유리한 규정만 선별적으로 인용·해석해 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관련 규정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등에 설치되는 항행시설을 항공기 충돌 시 쉽게 부러질 수 있는 재질과 구조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지침에도 활주로 끝단에서 300m 이내에 설치된 구조물이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교체하거나 300m 밖으로 옮기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국토부 사고대책본부에서는 참사 다음 날인 12월 30일 해당 지침인 'ICAO 문서 9157'과 관련 규정을 전달받아 3시간 30분 넘게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로컬라이저가 규정에 맞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보도자료 작성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최종 보도자료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자료 제목도 당초 '로컬라이저는 적법하게 설치됐다'로 작성됐다가 회의 과정에서 '적법하게'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의견에 따라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로 수정됐다.
한동훈 특별수사단 단장은 "회의에서 규정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무시됐고 결국 국토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자료가 배포됐다"며 "관련 규정을 장시간 검토하고도 불리한 내용만 누락한 점과 이후에도 자료를 바로잡지 않은 점 등 간접사실을 토대로 고의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토부가 이후에도 책임을 피하기 위해 로컬라이저의 위법성에 대한 대응 논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등 문제점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국토부 문건에는 로컬라이저의 위법성을 인정할지 검토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2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국토부의 사고 원인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되자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후 두 차례 압수수색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상·치사 혐의 등으로 67명을 입건하는 등 현재까지 74명을 수사했다. 이 가운데 자료 배포와 관련된 7명은 우선 검찰에 송치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입건자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특별수사단은 이르면 오는 10월, 늦어도 연말까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의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검찰과 협의할 방침이다.
다만 사고 원인에 관한 최종 수사 결과와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의 결론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유가족들은 참사 발생 1년 8개월여 만에 이뤄진 첫 검찰 송치가 사고 원인이나 책임자 처벌이 아닌 보도참고자료 작성 사건에 그친 데 대해 답답함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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