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미프진 등 임신중지 약물이 정부의 정식 도입 결정으로 국가 의료체계 안에서 안전하게 관리된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으로 여성의 안전·건강권 보장은 물론 경제적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성평등가족부(성평등부)와 보건복지부(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회의를 주재한 한성숙 국무총리는 “임신 9주 이내를 대상으로 인공임신중지 약물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초기 2년 동안 병원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체계를 운영한 뒤 제반 여건에 따라 약국 조제로 확대해 나갈 구상이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첫 제도 개선이다. 7년간 제도적 공백이 지속되면서 현장에서는 여성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해 왔다.
약물 도입 시기는 2027년 1분기로 예상된다. 신준수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2024년 12월 품목허가 신청이 접수된 이후 보완 절차가 진행 중이며 2027년 1분기 도입이 목표다”라고 구체적 시기를 밝혔다. 식약처는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신청된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 조건에 대해 안전성과 효과, 품질 확보 및 위해성 관리계획을 심사하고 있다.
임신중지 약물이 도입되면 2년간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해야 한다. 곽순헌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외국에서도 원내 조제 원칙을 고수하는 사례가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약사 조제 배제의 법적 배경을 설명했다. 약사 조제 시 약사에 대한 형사 처벌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에 따라 2년 동안 법 개정과 안전성을 확인하며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신중지 약물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는 제약사의 보험급여 신청을 바탕으로 별도 검토된다. 비급여로 도입 시 오남용 우려에 대해 곽순헌 정책관은 “의료기관의 비급여가격을 환자에게 고지하고 비급여 처방 현황 등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약물의 단계적 도입과 의료 현장에서의 안전한 약물 사용 관리 방안을 보고했다. 약물 복용 방법은 1차로 초기 임신중지를 유도하는 미페프리스톤을 복용한 뒤 24~48시간 이후 미소프로스톨을 투여하는 표준 절차를 따른다. 또한 곽순헌 정책관은 “산부인과전문의에 국한해서 처방 권한을 주는 것이 아니라 초음파 등 역량 중심으로 결정할 것이다”면서 “관련 학회와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임신·출산이 여성의 삶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인데 그동안 제도적 미비로 안전하게 의료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국가의료체계 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루어지고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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