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통해 청년을 응원하고 있어요. 정장은 단순히 옷일 수도 있지만 저희는 다르게 생각해요. 직장을 먼저 경험한 선배들로부터 기증받은 정장을 후배들이 입는다면 면접 볼 때 응원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한 외향적 변화지만 자존감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주죠”
부모님께 용돈을 받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취업을 준비하는 비용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고용노동부 청년고용정책참여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월평균 취업준비 비용은 45만3000원이다. 연간으로 따지면 543만6000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스펙을 쌓기 위해 각종 학원비부터 교재구입 등 개인에 따라 드는 비용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다. 바로 면접 복장 구입비용이다.
‘열린옷장’은 ‘옷을 통해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제공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지난 2011년 열린옷장 커뮤니티로 출범한 이후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옷장 속에 잠들어 있는 정장을 기증받아 공유·대여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벌어들인 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된다. 스카이데일리는 열린옷장의 한만일(38·남) 공동대표와 김민영(30·여)·노현주(30·여) 옷장지기를 만났다.
움츠린 사람에게 자존감을 입혀주는 열린옷장…기부·대여 스토리로 응원릴레이
‘열린옷장’이란 이름은 닫혀있던 옷장 문을 열어 잠들어 있던 옷을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좋은 취지를 갖고 꾸준히 활동한 결과 그동안 열린옷장을 이용한 이용자수는 9만명을 넘어섰다. 현재 열린옷장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장 수만 2만여벌에 달한다.
“직장인 3명이 모여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을 응원하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정장을 대여해주는 일을 하게 됐죠. 당시만 해도 청년을 위해 정장을 대여하는 곳은 없었거든요. 옷장에 잠들어 있는 옷이 많으니 이런 옷들을 기증받아 선배와 후배를 연결해주면서부터 시작했죠“
‘열린옷장’은 청년을 응원하고 누구나 멋져질 권리가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옷장지기로 일하는 김민영 씨와 노현주 씨는 누구보다 열린옷장의 목표에 공감하고 있다. 열린옷장 구성원들은 함께 청년을 응원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일 할 때 마음가짐부터 달라진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다들 청년뿐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강해요. 그래서 전화 한 통을 받아도 자세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수익금을 통한 목적사업을 구상할 때도 옷을 통해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요. 주체의식 가진 사람들이 일하는 만큼 서비스질도 좋아질 수 있는거죠”
‘열린옷장’은 단순히 합리적인 의사결정보단 선의를 포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동안 ‘열린옷장’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기증받을 수 있었는데 기부자나 대여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한 덕분이다.
“한 외국인 남성은 결혼을 해야 하는데 예복을 준비할 형편이 못돼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서 예복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해요. 결혼한 뒤 열린옷장을 알게 됐고 저희 취지에 공감해 옷을 기증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 온 적 있어요”
‘열린옷장’에서 정장을 대여한 뒤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다시 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부자와 대여자의 사연이 공유되고 자발적으로 기부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열린옷장’은 자연스레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목표는 옷을 통한 마음의 치유…“옷으로 기분 전환과 자존감 형성 도움”
한만일 열린옷장 공동대표는 ‘열린옷장’을 통해 청년뿐 아니라 옷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아직까지 공간이나 시간적 여건에 한계가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열린옷장’을 알게 되고 이용자 수가 늘어나면 수익금이 증가해 도울 수 있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열린옷장이 비영리단체인 만큼 어려운 점도 많아요. 정부의 지원을 받거나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다른 비영리단체처럼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완벽한 목적사업을 펼치는 게 쉽지 않아요. 물론 지금은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줘서 처음보단 수익이 올랐지만 여전히 모자란 수준이죠”
“처음 예상과 달리 기증자보다 대여자의 문의가 더 많아요. 하루에 올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까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죠. 정말 옷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일 없이 사업이 월활하게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대여를 통해 응원을 하는 일인데 예약이 꽉 차있으면 저희도 안타깝죠”
김민영 옷장지기는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대여해줄 수 있도록 ‘열린옷장’이 더 성장하길 희망했다. 수익금이 늘어나면 청년뿐 아니라 노숙인 등 다른 어려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익금은 여러 곳에 사용돼요. 대학생 중 1%는 점심식사를 먹기 어려운 상황이라 우리는 수익금을 통해 인근 건국대, 한양대 학생을 대상으로 식권구매비용을 기증하기도 했죠. 면접사진을 찍는 학생들에게 옷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하죠”
“노숙인 자활센터에 옷을 기증하기도 해요. 특히 노숙인 대상으로 한 ‘소울푸드’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들에게 정장을 지원하고 사진 촬영까지 해드렸죠. 어렸을 때 먹었던 음식을 재연해 제공해 드리기도 했어요. 노숙인 분들은 본인의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무척 만족하셨죠”
‘열린옷장’은 현재 시범적으로 컨설팅프로젝트와 미혼모지원 등도 기획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고민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컨설팅해주는 사업이다.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사고방식은 지양해야하지만 스스로 외형을 꾸미면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옷 한 벌을 평소와 다르게 입고 나간다면 연쇄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 펼쳐지죠. 주변 사람들이 ‘달라 보인다’, ‘예뻐 보여’ 등과 같은 말을 해주면 마치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들어요. 기분이 좋아지면 행동이 변화하고 의식까지 변할 수 있어요. 옷으로 기분을 전환하고 자존감까지 형성할 수 있는거죠”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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