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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박 전 차관의 특강 제목은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상’이다. 그는 이날 강의에서 유독 경제관련 이야기를 많이 했다. 박 전 차관은 소위 말하는 ‘왕의 남자’, ‘왕차관’ 등으로 불리며 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근거리에서 실무형으로 보좌해 온 측근중의 측근인 사람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경제관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박 전 차관은 동북아시아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다. 전 세계 인구의 22%, GDP의 18.7%, 외환보유고의 48.7%가 한·중·일 동북아 3국에 몰려있다는 점을 의미 있게 꺼내들었다. 나아가 세계경제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아시아로 이동한 것은 물론 그 중심에 동북아가 있다고 언급했다.
잠시 그의 이력사항을 보자. 박 전 차관은 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정무보좌역을 제대로 해내며 신임을 얻어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총괄팀장이라는 최측근에 기용된다. 이어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이라는 국가 컨트롤 타워를 거쳐 차관급인 국무총리 국무차장에 올라 주요 부처의 지휘자 역할을 해낸다. 이어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지내다 내년 총선을 준비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를 나온 대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같은 이력사항을 보면 ‘MB 노믹스’에 관한한 박 전 차관만큼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MB 노믹스의 근간을 이룬 ‘747 공약’은 인기 카피라이트가 될 정도로 세간의 화젯거리가 됐었다.
박 전 차관이 동북아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중요성을 두고 한 말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동북아의 중심에 한국이 있고,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자신이 특임교수로 있는 젊은 학생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실제로 박 전 차관은 현 정부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자원외교를 위해 많은 나라를 직접 돌아다녔다. 특히 아프리카를 여러번 다녀와 청와대가 아프리카 개척에 나선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747 공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 정부가 출범한 해에 리먼 사태라는 초유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터졌다. 지난해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가장 건실한 경제를 끌어온 나라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그것으로 747의 실패를 용인하기는 어렵다.
박 전 차관은 누구보다 747의 실패를 통한으로 여기고 있을 줄 안다. 그렇다면 총선의 깃발을 ‘못다한 한’을 푸는 것으로 내걸었으면 한다. 실질적인 청와대 권력이라고 인정받아 온 그가 다른 후보자들과 도토리 키재기 식의 공약에 매몰되면 실망감이 너무 크다.
물론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라고 해도 친박 기류가 강하고 친이계의 ‘MB 복심’으로 알려진 박창달 자유총연맹 총재 등이 있어 공천과정부터 만만치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국민적 인기도는 지금 내리막길에 있다. 국민정서를 되돌리면서 친박계의 득세와 친이계의 복심 등 뚫고 나올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핵심이 박 전 차관 스스로 얘기한 국가경제에 대한 책임론이다. 사실상 실패한 747 공약을 주저 없이 다시 꺼내들기를 바란다. 빛바랜 공약이고 먼지가 켜켜이 묻은 낡은 공약이 돼 버렸지만 대통령의 공약이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공약을 버릴 수 없다.
회고해 보면 ‘줄 푸세 타고 747’이라는 슬로건은 대통령 취임초기 국민들의 마음을 술렁이게 했다. 세금은 줄이고 간섭과 규제는 풀어 7% 성장, 4만불 소득, 세계 7위 경제를 이루자는 비전은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이와 유사한 공약들이 대선에서 다시 불붙겠지만 그 전에 왕차관의 수정된 설계도를 보고 싶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 한국'이라고 한 것은 왕과 왕의 남자만의 비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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